부랴부랴 제천일기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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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천에 왔어요! 1일 1포스팅 하겠다고 마음 먹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여행이라니. 오랜만의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기 싫어 졸린 눈 비비면서 부랴부랴 일기를 씁니다.

첫 영화가 열 시라 이른 기차를 타고 왔어요. 집에서 역까지도 거리가 꽤 돼 오늘은 다섯 시에 일어났다는...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하면 그 전날은 잠 안 오잖아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기차에 탔어요. 마음이 들떠서인지 이것저것 하다 보니 눈도 잠깐 못 붙이고 제천에 왔네요.

그간 여행은 많이 갔는데, 혼자인 여행은 오랜만이에요. 마지막으로 혼자 갔던 여행지가 어디인지 기억도 나지 않더라고요. 혼자 기차에서 신나게 루트를 짰습니다. 여행이 그렇듯 반은 일정대로 했고, 반은 못 했(거나 안 했)어요.

오늘은 영화 세 편을 봤습니다. 마지막 영화를 기다리면선 먹고 싶지도 않은 맥주를 먹었어요. 이런 날 야외에 있으면 맥주를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은 왜 드는 걸까요? 저번 여행 후론 금주 중이었는데, 홀라당 약속을 깨버렸네요.

오늘 본 영화 세 편은 모두 좋았어요. 제천 영화제는 이번이 처음인데 음악과 관련된 영화들이라 무척 좋네요. 이런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얼른 집에 돌아가 연습을 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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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편 몰아 보고는 버스를 타고 낯선 카페에 왔습니다. 유명하지도 않은 카페인데 이 뷰 하나가 좋아 무턱대고 찾아 왔어요.

버스에는 제천 시민들만 가득했습니다. 버스를 타면 그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아요. 외지인 티가 났는지 기사님이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목적지를 말하니 내릴 때까지 저를 챙겨주셨어요.

카페에서 더위를 식히다가, 돌아가기 위해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제천은 버스 실시간 도착 정보가 뜨지 않는데, 그래서 버스를 타기가 힘들더라고요. 배차 간격을 알 수 없어 노선을 찍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날도 덥고 택시를 탈까 하다가 그냥 버스를 탔어요. 그리고 잘못 내려서 삼십 여분을 걸어갔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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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영화 끝날 때가 되니 하품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원래 밤거리를 걸으려 했는데, 너무 피곤해 바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작은 도시에 오니 금방 캄캄해지네요. 서울에서 9시는 한창 반짝일 때인데, 여기는 가로등도 밝지 않아 걸어오는 길이 무서웠습니다.

뒤에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돌아보지도 못하고, 괜히 핸드폰 만지작거리면서 게스트 하우스로 왔어요. 영화제 덤터기 가격이지만, 이런 날은 혼자 모텔에서 잤으면 더 무서웠을 것 같아요.


돌아가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에! 일과 관련된 연락이 한번에 쏟아졌습니다. 모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몇 개는 일정이 겹칠 뻔했는데, 겹치지도 않아 갑자기 일 부자가 됐어요!

다음 달 말에 큰 홀에서 공연하게 됐습니다. 뜬금없이 피아노 솔로 연주를 부탁받았어요. 저는 피아니스트도 아니고, 이미 연주를 쉰 지도 일 년 가까이 돼서 자신이 없네요. 듀엣 편성으로 새로운 곡을 써볼 생각입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제 '어떤 곡'을 찾아 듣는다는, 믿기 힘들면서도 묘하게 믿어지는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됐어요. 연락을 받았을 때 버스에서 잘못 내려 힘들게 걷던 중인데, 연락받자마자 전신에 소름이 돋으면서 더위가 싹 사라졌어요! (정말로)


노트북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고, 여럿이 쓰는 방이니 더 늦지 않게 들어가 봐야겠어요. 자꾸 눈이 감기고, 정신도 몽롱하네요.

아직 제 일정은 며칠 더 남았습니다. 이곳에 오니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네요. 그간 생각은 많이 했으니, 이제 몸으로 움직일 차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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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10시면 혹시 쇼팽콩쿨의 모든것 보셨나요?

저 지금 등에서 식은땀 줄줄...

안그래도 이 글 읽으면서 오쟁님 보러 가신건가 했는데..

드라마처럼 엇갈렸네요 흑!

주말엔 일정이 안 맞기도 했고, 여러 이유로 어제 오게 됐네요. 좁고도 신기한 세상(!)

ㅋㅋ 저도 그거 봤습니닼ㅋㅋㅋ 저도 엄청 재밌게 봤어요. 나루님은 영화뽑기 운이 좀 있으신듯.. 저도 제천에서 총 3편 봤는데 쇼팽콩쿨 제외한 나머지 2편은 정말 지루했답니다 ㅠ

설마 저랑 같은 시간에 보신 건 아니겠죠? 맞나? 지금은 떠나셨죠? 아닌가? ㅋㅋㅋ

네 나루님과 같은 시간에 봤었네요. 저는 그거 보고 떠났습니다 ~:)

이거 봐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니까!

소오름입니다ㅎㅎㅎ

ㅎㅎ 오쟁님도 라라님과 같이 올라가신 줄 알았는데 반전이에요. 네. 이것도 연결이겠죠.

더운 날 30분을 걸으면 엄청 피곤하셨겠어요... ㅠ

조금 선선해졌나 싶었는데, 아직도 여름이더라고요. 그래도 낯선 곳이라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

아직 남은 일정 더 즐겁게 즐기다 오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더욱더 빨리 돌아가서 연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많은 작품들과 여행의 소소함들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넵! 넘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마음에 쏙 드는 작품들 저도 만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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