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무게.

in #kr6 years ago (edited)

돈의 무게


나는 멀티테스킹이 떨어진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지 못한다. 아내는 세탁기로 빨래 돌리면서, 밥도 하고 애도 본다. 그러면서 휴대폰도 하고 나에게 잔소리도 한다.

자기야, 인터넷 그만하고 애들 좀 봐!

크흠... 그렇다. 나는 오늘도 스팀잇에 접속해서 이웃님들의 글을 보고, 보팅하고... 글을 몇자 끄적거리다가 또 야단을 맞았다.

아... 글을 써야 보상을 받고
보상을 받아야 스팀을 모으고
스팀을 모아야...

그렇게 스팀을 모아서 양가 어른들 건조기 사드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스팀이 대박나면 건조기를 하나씩 사드리고 싶다.

건조기랑 무선청소기...
로봇청소기도 있었으면~

아내는 가끔씩... 아니 자주? 누구엄마 집에는 뭐가 있고... 누구친구 집에는 뭐가 있다고 한다. 그런 아내를 위해서라도 과감히 지르고싶지만... 언제나 월급은 한정적이다.

생각보다 외벌이로 우리 네 식구 먹고 사는 것이 녹록지 않다. 마트에 한 번가면 십 만원 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제 치킨 한 마리도 2만원대라고 하니... 예전에 1글 1닭을 꿈꾸던 스팀잇도 이제는 2$ 보상의 글을 10개나 받아야 한다.

아빠의 이름은 그런건가 보다. 조금이라도 가계에 도움이 된다 싶으니, 자주 스팀잇에 들어오고 부수입으로나마 글을 쓴다.

조금 고생스럽지만 몇 달 뒤에라도...
스팀 모아서 건조기 사주면 좋아하겠지?

하지만 정작 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자기야, 인터넷 그만하고 애들 좀 봐!

가족을 위해서 스팀잇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가족들을 챙기지 못해 잔소리를 듣게 된다. 이럴 땐 내가 4명쯤 분신술을 쓰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한 명은 스팀잇에 글쓰고, 한 명은 첫째랑 동화책 읽고, 한 명은 둘째랑 같이 놀고, 한 명은 영화보며 멍 때리면 좋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아... 너무 예쁜데... 너무 힘들다.
우리 부모님도 날 키우실 때 그랬겠지?

우리 부모님들도 하고 싶고, 쉬고 싶고 그랬겠지만... 아마도 어린시절 나 때문에 ...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그걸 이제서야 조금씩 알아간다. 나이가 마흔이 다되어 가는데... 남자는 죽을 때 철이 든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나보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다시 느끼는 것이, 정말 돈의 무게가 무겁다는 것이다. 내가 자주 보는 블로그 소설가 한 분이 얼마전에 이런 글을 올리셨다.

자본주의는 세련된 노예제도라고...

맞다... 무릎을 탁쳤다. 사회는 공정해 보이고, 평등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신분 상승, 자산 상승은 생각보다 아니 생각 그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세상은 그렇게 디자인 되어 있고, 설계되어 있다.

우리 사회 흙수저들이 혼자 힘으로 학자금 대출없이 등록금을 해결하고, 대출 없이 30평대 새 아파트에, 중형차를 타며... 여유 있게 가정을 일뤄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팀잇에 어느 분이 스팀만배라는 재미난 글도 올렸던데, 정말 스팀 만배를 꿈꿔본다.

스팀이 만배되면,
일단 못해준 집사람 다이아 반지 하나
부모님 20평대 새 아파트로 이사시키고
그놈에 건조기, 뭐시기, 뭐시기 삼종세트
부지 200평에 40평 건물하나 나서
일층에는 장모님 카페하나 노후 실버 직업으로..
이층에는 우리가 살고
삼층에는 장인, 장모니 모시고
꼭대기엔 소공연장 하나 지어서
연극 수업하고, 대관하고, 공연하고~

.
.
.

행복회로 돌려보며 꿀잠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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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ㅎㅎ 보팅하고 가요 맞팔 신청합니다!!

예!~ 반갑습니다. 저도 팔로우 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과 만남으로 뵈어요~

저희 아버지도 저를 보고 예쁜 줄 모르고 정신 없이 키웠다고 해요... 에혀 이뻐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없는 것이 아빠의 삶인가 봅니다.

그렇네요. 천기저귀에... 욕실도 없고
옛날분들은 어찌 키웠들지.. 부모님들이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부모님께 여쭤보니 "우리 때는 그런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살았다. 그땐 다 그랬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뭔가 다른 세대인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것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세대들이 부모세대들의 사고방식을 이해 못하고 반대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네요.

체감하기는 힘들지만 삶의 수준이 그만큼 나아졌나봐요. 물론 그렇다고 꼭 삶의 질이 나아진것은 아니지만요 ^^;

그렇지요. 부모님들의 삶은 그저
자식들 잘 먹이고 잘 살게 하는 것이 낙이자 즐거움이었죠
저희 세대부터 조금씩 많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떨지... 돈과 하고 싶은 일, 빈부격차...
블럭체인이 들어오는 시대에... 삶이 참 궁금하네요.

ㅎㅎ 대한민국 아빠들의 공통되는 고민인것 같습니다^^

혹시 짱구 아버님? ㅎㅎ
맞습니다. 아빠들.. 아재들...
정말 책임 있게 나이에 맞게 멋있는 아빠가 되고 싶네요.

예전에는 급성장 시대여서 살림살이가 나아지는게 눈에 보였고, 또 대부분 같이 못살고 하니 딱히 상대적 박탈감도 없고 해서 큰 문제가 없었을 것 같아요. 요즘은 아무래도.. 사회가 안정되다 보니 힘들죠.

그렇지요. 상대적 박탈감은 앞으로 더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또 SNS로 자랑하길 좋아하니.. ㅎㅎ
모든 것을 다 갖추고 결혼을 생각하니.. 결혼도 더 늦어지고..

이땅의 아버지들 화이팅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같이 힘내시죠!!

하하..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웃음났네요
저는 이리도 멀티가 어려운데 아내는 왜저리 여러가지를
한번에 해내는거죠?^^
행복회로 돌리며 웃고 갑니다

하하..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웃음났네요
저는 이리도 멀티가 어려운데 아내는 왜저리 여러가지를
한번에 해내는거죠?^^
행복회로 돌리며 웃고 갑니다

스팀만배가 되면... 스팀잇을 못하실것 같은데요???ㅋㅋ 너무 바쁘셔서.ㅋㅋ

자본주의는 세련된 노예제도... 공감합니다 ㅎㅎ

결국 어떤 이념을 따르는 사회던간에 무산계급은 남의 일을 해주고 돈을 버는 단계를 거쳐야 하지요 ㅎㅎ

저도 스팀잇 하면서 행복회로 돌리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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