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응답하라 1812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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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뭐라든


제목만 보고 벌써 짐작하신 분들도 있으시죠? 차이콥스키 스스로 졸작이라고 평가한,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프랑스는 빼고)가 사랑하는 음악 ‘1812년 서곡’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아닐걸요.

최근 오너 일가가 물의를 일으킨 항공사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인 적이 있고요. 영화 ‘브이 포 벤데타’ 클라이맥스에서도 이 곡이 울립니다. 연말 콘서트에도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이기도 하고요.

차이콥스키는 1880년 지인의 의뢰로 이 곡을 작곡했습니다. 6주만에 뚝딱 완성했다고 해요. 1812년 서곡은 불행한 자식이었어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차이콥스키는 이 곡에 대해 “예술적 가치가 없는 매우 야단스럽고 시끄러운 곡이다. 나는 어떤 열정도, 애정도 갖지 않고 작곡했다”고 자평했습니다. 1882년 초연 당시 관객의 반응도 뭐 그저 그랬다고 해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도, 자식은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1812년 서곡은 세 곡의 발레 음악, 제6번 교향곡 비창, 피아노·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손꼽히는 차이콥스키의 인기곡입니다.



펑펑펑! 땡땡땡!


이 곡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패퇴를 그린 표제음악입니다. 당연히 프랑스에서 좋아할리가 없겠죠. 프랑스에서는 잘 연주하지 않으며, 프랑스 출시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또한 기피하는 곡이라고 합니다.

피날레 즈음 대포를 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죠. 상황에 따라 큰북으로 대체하기도 하고요. 교회 종도 등장합니다. 이쯤되니 “야단스럽고 시끄럽다”는 작곡가의 자평이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청자의 입장에서는 대포, 교회 종이 주는 청각적 쾌감이 상당해요. 이 곡은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레퍼런스입니다. 전술한 대포와 교회 종 소리로 오디오의 완성도를 점검하는 거죠.



리슨


4개의 녹음을 소개합니다. 합창을 좋아해서인지 4종 가운데 3종의 연주에 합창이 들어가네요.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원전에는 합창부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차이콥스키가 1812년 서곡 도입부에 러시아 정교회의 성가곡 ‘신이여, 백성들을 보호하소서’의 멜로디를 차용했는데요. 후세에 들어 합창단을 동원해 직접 성가를 부르게 하기도 합니다.

이하 지휘자 가나다순.


  • 네메 예르비

앞서 말한 청각적 쾌감에 있어서 정점에 있는 녹음이 아닐까요. 녹음 상태부터 연주, 합창, 대포, 종 어느 하나 빠질 게 없어요. 준수함. 스테레오 사운드가 왼쪽, 오른쪽 고막을 번갈아 울릴 때는 소오름이.


  •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아쉬케나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녹음만은 좋아합니다. 어떤 녹음보다 합창의 비중이 커요. 그래서 취향저격.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오케스트라의 밀도를 합창으로 커버. 크리스마스 느낌마저 납니다. 아름다운 연주.


  • 안탈 도라티

제가 고른 앨범 중 유일하게 합창이 빠진, 가장 원전에 가까운 연주입니다. 아주 강려크한 연주이기도 해요. 박력이란 것이 넘친다! 여담입니다만, 대포 소리와 종 소리를 별도로 녹음해 나중에 더빙한 거라고 합니다.


  • 헤르베르트 본 카라얀

오케스트라의 집중력, 일사불란함, 극적인 긴장감이 돋보입니다. 카라얀 당신은 정말. 합창단도 파워풀해요. 너무 작위적이라는 비판도 있어요. 포성이 이상합니다. 대포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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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 도라티 버전으로 듣고 있어요.
덕분에 다 듣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흐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싫어하진 않지만, 작곡가 스스로 싫어한 것은 이해 갑니다.ㅋㅋ러시아 국가와 라 마르세예즈 빼면 남는 내용이...

왜요 신나고 좋지 않나요... 대포도 막 빵빵 터지고...

듣는 입장에선 재밌는데 차이콥이 자랑스러워하진 않았단건 이해가 가는...오랜만에 함 들어봐야겠군요.

부끄럽지만 예쁜 자식 같은 존재... 저는 일주일 내내 들어서 이제 당분간 그만 듣기로...

소오름.

네메 예르비의 녹음을 오늘 밤의 브금으로 선택했습니다. :-)

들을만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편안한 저녁 되시기를!

차이콥스키는 진리지요!
사랑받지 못한 자식도 엄청나게 좋은데..ㅎㅎ
하물며 다른 자식들은 진짜 넘넘 애정합니다!!
칼님 덕분에 오랜만에 듣네요..빵빵!

빵빵! 맞습니다. 차바협, 차피협, 비창 등등 다 좋죠. 5번 교향곡도 좋더라고요.

아!! 합창 좋아요! 듣고 있노라면 천국에 온듯한 느낌! 교회나 성당도 안다니지만 말이죠 ㅋㅋㅋ 덕분에 기분이 평온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빵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으셨다니 더욱 보람찹니다! 천국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어디 사우나에서 푹~ 쉬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라씨야 월드컵 기념 취꼽수끼? 음악의 도시 빈을 방문한 뒤로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가 5 증가했습니다.

으아 본토 발음이 취꼽수끼 입니까? 세상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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