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멋스럽게 아이를 안는 법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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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이 부럽지 않다


한팔로 아이를 번쩍 안고 성큼성큼 걷는 아빠는 멋지다. 추사랑을 안은 추성훈처럼 말이다. 그만큼 멋지지는 않아도, 나 또한 한팔로 아이를 안고 걷기는 한다. 힘이 필요하지만, 요령이 더 필요하다.

네 살 큰놈은 20㎏에 육박한다. 두 살 작은놈도 13㎏쯤 나간다.(초우량아) 이두근만 써서는 큰놈은 말할 것도 없고, 작은놈조차 한팔로 안기 어렵다. 길어야 한 5분쯤 버틸까.

광배근을 써야 한다. 광배근은 등판 양쪽에 붙은 거대한 근육이다. 이두보다 훨씬 힘이 세다. 그러므로 아이를 한팔로 번쩍 안으려면 광배를 활용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먼저 아이의 엉덩이 하부를 팔로 감싸 안고 바닥에서 들어올린다. 팔을 몸통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면서 삼두근을 광배에 박는다는 느낌으로 밀어 넣는다. 아이는 내 몸통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 위치하게 된다.

이때 척추를 살짝 아이의 반대쪽으로 기울이면 광배근에 더 많은 하중이 가해진다. 이 말은 곧 이두근에 부담이 줄어든다는 소리다. 아이가 한결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이해를 돕고자 사진을 첨부한다. 아이의 허리에 힘이 좀 붙어 혼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커야 이 기술을 쓸 수 있다. 그전에는 그리 무겁지 않아 이두근으로도 충분히 버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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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지난 주말 큰놈을 광배로 안고 서울 광화문 시내를 돌아다녔다. 단둘이 놀았다. 연인과 데이트하는 것처럼 설렜다. 같은 시간 아내는 한남동에서 놀았다. 작은놈은 장모님 품에서 잠들었다.

학센을 먹었다. 나는 맥주를 마셨고, 놈은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놈은 그날 학센집 최연소 손님이었다. 어쩌면 가게 오픈 이래 가장 어린 손님이었을지도 모른다. 놈은 학센, 감자튀김, 구운 파인애플을 잘 먹었다.

일부러 전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놈은 전철, 버스 따위 대중교통을 좋아한다. 놈은 전철을 보고 “띠띠뽀”라며 웃었다. 띠띠보는 전철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웃을 때 오른쪽 뺨에 볼우물이 패였다.

세종대왕 동상을 보고 광화문까지 걸어갔다. 조명을 켠 경복궁이 예뻤다. 놈은 고궁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하니까 표정이 밝아졌다. 아내와 연애할 때 갔던 커피숍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였다.

청계천을 보여주고 싶었다. 광화문에서 청계천이 이렇게 멀었던가. 광배를 써서 오른팔로 안았다가, 왼팔로 안았다가, 양팔로 안았다가, 목말을 태우면서 청계천 쪽으로 이동했다.

단톡방에 “역삼 비 옵니다. 많이”, “강동 비 쏟아지네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나는 우산이 없었다. 청계천 입구를 목전에 두고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섰다. 아이스크림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놈은 순순히 따라왔다.

버스가 도착했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있었다. 놈을 앉혔다. 놈은 버스를 타고 서울의 야경을 감상했다. 주말이라서 한강 다리에 불을 켜 놓았다. 야경이 예뻤다.

동네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내 품에 안긴 주제에, 놈은 말했다. “아빠 우산 챙겨왔어야지.” 내가 말했다. “그래. 아빠가 미안하다.” 횡단보도에서 우리 대화를 들은 노파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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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덩치가 장난이 아니시네요
멋지십니다.

엇 아닙니다. 사진을 저래 찍어서 좀 더 커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저... 저 사진이 실물보다 더 크게 나왔...

저도 아이 안을 려면 운동해야겠어요
둘째가 곧 첫째 몸무게를 추월할거 같아서 ㄷ ㄷ
요즘 오래안으면 힘들더라구요

애들 정말 무겁죠. 날이갈수록 더 무거워지고요. 아비어미는 늙어가는데...

이런 아빠가 있으니 동네 형들과 팽이싸움 붙어도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는 겁니다. ㅎㅎ

정작 꼬맹이들은 제가 있든없든 신경도 안 쓰고 팽이에만 집중하더라고요. 하... 그런데 큰놈 요즘 팽이 시들합니다. 이자식...

아이들의 흥미는 빠르게 바뀌더군요. 저도 좋아할줄 알고 사준 장난감 손도 안 대서 구매 실패한 적 있어요.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 팽이 20판 쳤습니다...

역시 어린이는 변화무쌍하네요. 20판이라니.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즐거우셨겠습니다 ㅎㅎ
멋지게 한 팔로 안고 다니시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예 이제 좀 컸다고 좀 어디 데리고 다닐 만하답니다. 쟈식.

이모티콘마저도 술 마시고 있는 프로도를 고르셨군요...?

왘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고른 것인데. 과연 무의식은 의식을 지배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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