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고 달라진 나의 태도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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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그런 짓을 잘한다.
버스 뒷자리에서, 커피숍에서 찻잔을 내려놓으며,
혹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말고.
불현듯 두 눈을 꼭 감고 5분간 가만히 머무는 수상한 짓.

물론 그 순간 내 머릿 속에는 여러 문장이 차례차례 일어서고 있다.
오지 않을 일에 대한 상상.
그리고 그 순간이 와버렸을 때의 나의 대처.

누군가는 한심하다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열심히도 한다. 중얼중얼거리며.

허나 겪어보지 않은 것을 상상하기란 여전히 늘 어렵지.
공 없이 하는 스윙 연습이란 매번 헛스윙이지 않겠는가.

두려움은 늘 두렵다.
하여간 나는 무지막지하게 겁이 많아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의 대처에 대해 연습해야만 한다.

백수가되면서 내 삶의 태도는 달라졌다.
여전히 하루하루가 귀한만큼 두려워서,
조심조심 살살살 그리고 정성껏 살려고 노력한다.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런 쫄보의 하루 속에서 사소한 것들은 내게 큰 의미가 된다.
이를테면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따스한 개를 끌어안았을 때의 안도감 같은거.
개는 과하게 적극적인 내 모습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래서 개를 보며 자주 얼얼해진다.
이런 게 위안이고 사랑이겠지 싶어서.

상상과 연습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아님 나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온 세상에 흔하게 널린 좌절 속에서,
나는 무엇을 믿고 나아가야하는 걸까.
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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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flowers.

심란하시군요. 저도 심란합니다. 영 모르겠네요.

같이 힘내요 우리.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까.....
근데 그런한 생각이 실제 그런 상황이 올때 잘 대처 할 수있게 도와준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서 좋은 행동이라고 봅니다. ㅎ 참으로 건강한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게 건강한 생각으로 이어져서 말이죠^^..
생각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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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일에 대한 상상과 대처.. 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는 것 같아요. 건강만 한해서 생각하면 정말 염려증 걸린 사람처럼 생각의 나래가 펼쳐지고..

네 맞습니다.. 비도 오고 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더 많아집니다..

두려움은 늘 두렵다.
하여간 나는 무지막지하게 겁이 많아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의 대처에 대해 연습해야만 한다

와닿기도 하고 공감도 되면서도 먹먹한...? 문장이네요.
대학교 시절 항상 불안해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소심하고 말도 잘 못하는 친구였는데 저희 과가 유독 발표과제가 많았거든요. 겁은 겁대로 먹고 불안하니까 혹시 나올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는 상황이 두려워서 자료조사를 다른 사람들의 10배는 더 하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 어떤 질문이 와도 능숙하게 답변을 해나갔고 졸업 즈음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 되었습니다. 말은 아직 많지 않은 편이지만 믿음직하고 자신에 넘치는 녀석이예요.

두려움을 이겨내거나 떨쳐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충분한 연습도 하시고, 위안이 되는 댕댕이와도 더 가까이 지내시면 좋겠어요. 강해져야 한다는 압박에 둘러쌓여 있기 보다는 그냥 순간순간의 자신을 믿어보시면 어떨까요?

제게 큰 위로가 되는 댓글이네요..
두려움도 제 일부분이라고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하지만
그것조차 천천히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순간순간의 자신을 믿어보기.. 어렵지만 꼭 해볼게요.
진심어린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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