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이유는 성공하고 나서야 보이고 실패의 이유도 실패하고 나서야 보인다

in #kr5 years ago (edited)

블록체인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게 작년 말.
엄청난 대상승과 함께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지면서 투기냐 투자냐 신기술이냐 신기루냐 하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그 중심에는 JTBC에서 마련한 유시민 대 정재승 토론이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시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입장이지만 개인적인 바람과는 별개로 이 기술과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내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그만큼 잘 모르는 일반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기준과 촉(?)으로 앞으로 이러이러할 것이다고 예측을 하는 것이지 어디까지나 미래를 100%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비유하거나 작년 말의 급작스러운 가격 상승을 닷컴 버블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고, 수많은 존버족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1970년대 애플 주식을 헐값에 매도한 사람의 이야기 즉, 지금 비트코인을 팔면 그때 애플 주식을 파는 것과 똑같다는 식의 희망회로 이야기는 여러가지 변주로 존재하지만 결국 이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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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2300달러에 자신의 애플 지분 10%를 매각한 로널드 웨인은 오늘날로 따지면 700억 달러 어치의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이렇게 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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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상태에서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건 엄청난 하락이 길고 지루하게 지속되는데 그래도 나름 희망적인 이야기로 글을 마치자면 지금이야 스마트폰을 쓰는 게 너무나 보편적이고 당연하게 되었지만 2007년에 처음 애플에서 아이폰을 내놓으며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형태의 스마트폰을 처음 선보였을 때 애플을 비웃기에 바쁜 여론이 꽤 컸던 걸로 기억한다.
일단 그 전까지 '핸드폰'을 한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애플은 명백한 후발주자였고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 등 이미 핸드폰 시장에는 공룡기업들과 경쟁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게 당연한 예측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 당시에도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었으니 (네이트를 생각해보라...), 스마트폰은 전혀 '혁신'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누가 그렇게 조그만 핸드폰 화면으로 컴퓨터하듯 인터넷을 쓰겠느냐며 아이폰의 철저한 실패를 예상했다. 특히 국내 여론은 더 심했는데 홈버튼 하나밖에 없는 터치스크린 디자인을 한국 사람들은 안 좋아한다, 큰 핸드폰 한국사람들은 안 좋아한다, DMB나 벨소리, 컬러링 등 한국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소비하는 것들을 아이폰에서는 하지 못한다, 삼성도 이미 훌륭한 자체 OS 옴니아(...)가 있다 등등

지금에 와서 보면 아이폰은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고, 혁신적이었고, 실패할 수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아이폰의 성공요소로 꼽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고 아이폰이 대박을 터뜨린 후에야 보인 특징들이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성공한 이후에 만들어진다는 (그래서 꼰대의 말은 무시해야한다) 말도 이와 궤를 같이할 수 있는데 인간의 후견지명은 지금에 와서야 보이는 것을 내가 그때도 당연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그에 대한 이유를 찾기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떡락을 하고 나면 떡락의 이유를 찾고, 상승을 하고 나면 상승의 이유를 찾지만 그게 진짜로 제대로 된 설명인 경우는 드물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이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건 작년 말을 기점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정부와 국제사회에서도 그저 외면할 수만은 없는 분야가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 산업이 망할 수는 없고(최소한 당분간은) 앞으로의 전망이 꽤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작년의 불장이 빠른 시일 내에 재현되는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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