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토리] 여성의 암치료와 임신

in #kr6 years ago (edited)

과거에는 암이라고 하면 무조건 죽을병이라고만 생각해서 어떻게 치료해서 '안죽게 할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암에 완치되어 장기간 생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삶의 질'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15만명이상의 가임기 여성이 암으로 진단되는데 이중 75% 이상이 완치되어 생존하게 된다고 합니다. 암에 진단되었을 때야 암치료에 집중하느라 신경 안썼겠지만, 결국 만일 암치료가 끝나면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결혼해서 애도 낳는 인생을 살게 될수도 있는데, 과연 이들에게 임신이 가능한 것일까요? 아니면 암환자에게 그런 고민은 사치에 불과한 것일까요?

암과 임신 title.jpg

미국암학회에서는 암치료에 따른 무월경 위험도를 정리해 놓은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보를 가지고 적절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에게, 향후 임신가능성을 떨어뜨리는 항암제라고 그 치료를 안할수가 없죠.

간략하게 임신과 관련성이 높은 치료를 정리해보자면,

  • 알킬화 항암제 (alkylating agent)

  • 난소 및 자궁에 방사선노출 (5 Gy 이상)

  • 뇌 (시상하부, 뇌하수체) 에 방사선노출 (30Gy 이상)

정도 입니다. 알킬화 항암제가 생소하시겠지만, 유방암에서 흔히 사용되는 항암제 입니다. 요즘 30대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참 남일 같지 않습니다.

이 중 마지막, 뇌에 방사선노출되는 경우는 호르몬 이상이 생겨서 불임을 초래하기는 하지만, 난소 기능은 살아있어 향후 불임치료를 통해 임신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을 예정인 여성들에게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치료 전에 미리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여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1. 생식 세포를 보존해놓자

임신과 관련된 세포들을 미리 추출해서 얼려놓는 방법입니다.

무엇을 추출하느냐에 따라 몇가지 방법이 있으며, 대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생식보존.png

만일 결혼해서 배우자가 있으시다면 성숙한 난자와 정자를 가지고 배아(embryo)를 만들고 이를 얼리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그림에서 ①) 이러한 '배아은행 (embryo banking)' 은 30대의 경우 약 40% 정도의 성공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4 미국 보조생식기술 통계자료)

성숙한 난모세포 (mature oocyte) 를 얼려서 보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림에서 ②)

젊고 전신 상태가 좋은 여성의 경우, 임상적으로는 35-60% 가량 임신 성공율이 보고되고 있으며, 얼린 난모세포 하나당 임신률이 5% 정도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위 두가지는 모두 난모세포를 성숙시키는 과정 (약 2주 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시간동안 암치료가 지연되고, 인위적으로 성숙시키는 과정에 따르는 부작용 (혈전, 출혈 등) 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임기 여성에게만 가능한 방법입니다.

아직 2차성징이 끝나지 않은 여자 아이에게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아직 실험적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난소 조직 자체를 보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림에서 ③)

수술로 난소 조직을 떼낸 후 암치료가 끝난 후 다시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2004 년 이후로 60명 이상의 아이가 이를 통해 태어났다고 합니다. 비록 성공율 자체는 높지는 않지만, 이 얼마나 경이로운 결과입니까.

하지만 이 술식을 통해 잠재적으로 난소에 암세포가 남아있다가 다시 암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매우 신중해야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2. 난소에 방어막을 잠시 씌워주자

고세렐린이라는 난소 기능 억제제를 통해 항암치료를 받는 여성의 생식력을 보존시켜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zoldex.jpg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고세렐린 주사제)

유방암 환자의 경우 주사를 통한 항암화학치료를 종종 받게 되며, 특히 20-30대의 젊은 여성의 경우는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난소기능이 없어지거나 생식능력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고세렐린이라는 난소기능억제제를 함께 주사할 경우, 난소기능이 보존되는 환자가 2배 이상 많아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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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고세렐린의 효과가 정리된 표)

이 역시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서는 희망적인 치료 옵션이겠습니다.


이렇게 암환자에게도 향후 임신하여 엄마가 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법들이 많습니다. 혹시나 이런 '임신 관련 자문'을 전혀 받지 못하고 성급하게 암치료를 시작한다면, 정작 나중에 암치료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때서야 불임이라는 것을 알고 후회할 수 있습니다. 치료 전에 충분한 상담을 받아서 상태에 맞게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Reference

  1. 2014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Fertility Clinic Success Rates Report. 2016 Sep.
  2. Donnez J, Dolmans MM, Pellicer A, et al. Restoration of ovarian activity and pregnancy after transplantation of cryopreserved ovarian tissue: a review of 60 cases of reimplantation. Fertil Steril. 2013 May;99(6):1503-13.
  3. Bedaiwy MA, Shahin AY, Falcone T. Reproductive organ transplantation: advances and controversies. Fertil Steril.2008 Dec;90(6):2031-55.
  4. Halle C.F. Moore, Joseph M. Unger, Kelly-Anne Phillips, et al. Goserelin for Ovarian Protection during Breast-Cancer Adjuvant Chemotherapy. N Engl J Med 2015; 372:92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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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ly nice, thanks......................

암에 걸려도 안전하게 아이를 낳는 방법이 있군요

완벽하진 않지만 방법이 있죠! ㅎㅎㅎ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암이 예전에는 생명의 연장에 촛점이 맞추어졌다면 이제는 치료 이후 삶의 질도 중요해지는 추세군요. 생명체의 목적 중 종족보존이 가장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향후 임신에 대해서도 꼭 대비해야한다는 좋은 정보 잘 보았습니다.

맞아요 삶의질이 이젠 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죠 ㅎㅎ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gochuchamchi님께서 이 포스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리스팀을 해주셨군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여성에게 임신이란 정체성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지 않을까요? 질병이야 원하지 않음이겠지만 어려운 치료 뒤에 그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음은 의학의 발전에 따름이네요. 감사할 일이군요.

네네 맞아요- 하지만 사실 갈길이 머네요 - 저도 더 좋은 기술들이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전문적인 정보를 이렇게 쉽게 전해주셔서 좋아요. 앞으로 쭉 잘 볼게요~

네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ㅎㅎ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암환자 분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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