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비명

in #kr5 years ago (edited)

어제의 이야기다. 장터를 나가는 날 아침..
그날 아침 나의 몸이 이렇게 비명을 지르게 될지 ~~ 머리가 저릿하게 될지 몰랐다.

알람이 울린다. 몸을 이리 저리 흔들어서 깨어나게 한다.
자고 있던 따스한 곳을 나와 로비를 지나며 온수를 켜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에는 스산한 기운이 흐른다. 온수가 준비될 때까지 양치를 하며 기다린다.
입안에 텁텁텁하던 것이 치약의 화한 개운한 느낌으로 치환되어 간다.

칫솔질을 끝내고 이제 온수가 나올때가 된듯하다 싶어.
온수를 켜본다.
잠시 기다린다. 아직 차갑구먼 이거..
다시 잠시 기다린다.
아직 차갑구먼..

따스한 물이 나올 시간인데이상하다.
시간은 충분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뒷골이 급 저릿해 온다.

보일러 온도 조절기로 가본다.
물부족 버튼이 띠용띠용 거린다.
하... 1년에 두세번 정도 요런메시지가 뜬다.
그래서 고치는 법은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러기엔 시간이 애매하다..

잠시 찬물에 손을 데어 보며
씻지 말까? 씻지 말까? " 머릿속에 되네인다.
거울을 보니 머리는 산발이다.
잠시 고민을 더 해보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잠시 따스한 이불 속에 들어가서 30초 정도 고민을 한다.
" 모자를 쓸까? 세면만 대충 할까? "
장터에서 모자 쓰고 있는 나를 떠올려 보니 그다지다..

그래 찬물로 가보자.
아까 손에 닿았던 그 차가운 촉감이 떠오른다.
거기에 내 머리를 담구고.. 있어야 한다니...
이불속에 영원이 있고 싶었다 ~~

그러나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딸기와 ~~
딸기를 기다리는 손님을 위하여 하면서 우왁스럽게 이불을 거두며
화장실로 향한다.. 발걸음은 왜이리 무거운지

화장실의 스산한 기운..
새하얀 세면대 앞에서 샤워기의 물을 튼다..
쏴아아아 하면서 물길이 뿜어 나온다.
공포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스친다.
살벌하다랄까. 세포가 곤두선다.

자 이제 머리를 집어 넣어 보자.
나의 두피의 세포를 더 강렬하게 진동하게 깨워보자.
머리에 찬물은 덴다.
와~~~ 저릿저릿하다 머리가.
조그만 쇠망치 100개 정도가 두들두들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충분히 젖었다. 그리고.. 충분히 차갑다
빠른 속도로 차가움을 벗어나고 싶어서.
샴푸를 손위에 짜서 머리에 바른다.
손가락을 세워서 두피를 강렬하게 문질러 준다.
손길을 받은 두피가 잠시 따스해지는 착각도 든다.

다시 샤워기에 물을 켠다.
잠시 손길이 멈칫하지만 탄력을 받은 손길은 자비가 없다.
머리위에 찬물이 쏴아아아 ~~~
빠름빠름하게 행구어 낸다.

마지막으로 폼클렌징을 짜서 세면까지 후다다닥..
정말 도망치듯 씻은 듯 하다 .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드라이기의 따스한 바람을 즐긴다.
하.. 살아남았다는 느낌이다.

따스한 드라이기가 비명지르던 두피를 노곤노곤 하게 해준다.
따스한 온수에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 느끼게 하는 아침이었다.

잡담

예전에 냉수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었죠. 오랜만에 같은 경험을 해보네요.
메인이미지도 같은 것으로 (절때 고르기 귀찮았던..... 겁니다. ㅋㅋ )
https://steemit.com/kr/@centering/5ksv7z?sort=new

정말 겨울에 냉수로 씻는 것은 아찔한 경험입니다. ㅋㅋ
그날 밤 돌아오자 마자 보일러실로 달려가서 수리수리 ~~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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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좀 있으신 것 같아요 ~

ㅋㅋ 칭찬 감사하옵니다. ^^

와 정말 대박입니다 찬물로 머리를 감다니 말이죠
진짜 생각하기 싫은 기분입니다.
1박 2일이 생각나는군요

ㅋㅋㅋ 오들오들입니다 ^^

추운 아침에 머리감는것도 일이네요 ㅠㅠ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

힘겨운 머리감기였네요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셔요

냉수는 상상 할 수도 없습니다~ ㅋㅋㅋ
보일러 수리하셨다니 다행이에요 ^^

ㅋㅋㅋ 정말 힘겨웠다죠 ^^ 감사합니다

마지막단락에 "보일러실로 ~~ 수리수리"가 있는데요. 이것도 만지세요?

아 간단하게 레버 돌리고 물빼고 하면 되는 거에요 ~~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 거라 ㅋㅋ 몇번해서 익숙해요

표현력이 예술입니다.
저같으면 그냥 뜨신물이 안나와서 찬물에 머리 감았다로 끝냈을텐데...^^;;

ㅋㅋㅋ 감사합니다. 몸에 느껴지는 감각들을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으윽... 저라면 안씻겠습니다.ㅎㅎㅎ

ㅋㅋㅋ 저도 그러려다가 머리가 넘나 산발인것 ^^

지난 겨울 쯤 비슷한 경험을 했던 글을 읽은 기억이.. ㅎㅎ
아.. 링크도 달아 주셨군요.

ㅋㅋㅋ 네 지난 겨울 11개월 전이니 거진 1년

냉수로 머리를 감다니..
아직 가운데님은 젊으신가봐요..ㅠㅠ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야되요..
보일러 제일먼저 고치기!!

ㅋㅋㅋ 힘겨운 머리감기였습니다.

요즘 같은 찬물에 머리를 감다닝...
그 머리 안즉 있어요?...ㅎㅎㅎㅎ

그뒤로 살짝 풀이죽은듯 하기도 하고 ㅋㅋㅋ

대박사건!!

용기가 깡패 수준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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