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

in #kr6 years ago

블로그를 할 때였다. 대학생 블로거였는데 유별난 기질의 사람이었다. 아무 그림도 없이 흰색 바탕에 검은 글자로 디자인 된 깨끗한 스킨을 썼다. 고통에 찬 일기를 쓰며 1년 후쯤엔 자신은 죽고 없을 것이라는 글을 종종 썼다. 그림을 그리는 창작블로거였는데 그 사람의 그림이 좋아서 링크를 걸고 몰래 오갔다. 나는 솔직히 좀 예쁘다, 나는 좀 감각은 타고 났다, 나는 결벽증이 있어서 집에서 설거지를 안시킨다, 관심이 있는 남자가 있다, 죽을 거다.. 까칠한 이런저런 감상글, 그 사람의 글은 흥미있었다. 욕이 종종 등장했지만. 유들유들한 성품도 좀 있었다. 새로 올라온 글이 없나 매일 확인하고 기다렸다. 그 사람의 글에선 편안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읽다 보면 나도 같이 뾰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그림은 포근했다. 낭만도 있고. 완벽주의 혹은 편집증 비슷한 게 보였다. 괴이한 그림도 있었지만 그 화풍이 좋았다. 한마디로 살짝 광인같다고 느꼈다. 언젠가 얼굴 사진을 꼭 보고 싶었는데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눈화장 사진은 봤지만. 본인이 말한대로 아마 꽤 미인일 것 같았다. 얼마안가 글이 뜸해질 것이란 암시를 주더니 실제로 글이 갱신되는 일은 없었다. 궁금하다. 소녀나 젊은 여성이라면 아주 좋아할 그림이라 작가를 지금도 하고 있다면 작품이 잘 팔리는 작가가 되어있을 것 같다.
가끔 그 블로거 생각이 난다. 그림이 우선 좋았지만, 그 사람 글에는 자신, 확신. 그런 게 있었다. 삶은 고통이어도 내면엔 방황 비슷한 것도 일체 없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런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의외로 많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엔 재수가 좀 없고 뭐 이런 사람이 있나 했다가 점점 오늘은 새로운 잘난척 안하나 기대하기도 했다. 객관적 근거가 있든 없든 그 사람은 뭔가를 가진 사람이 확실했다. 그래서 우러르듯 들락거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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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한주 보내세요 ㅎㅎ 항상 좋은글을 찾아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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