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33침몰하는 나히모프호

in #kr5 years ago

등장인물
최 성윤: 주인공. 내성적이며 보물, 주식, 도박 등에 관심이 많음.
양 진주: 성윤의 여자친구. 사랑놀이에 빠진 철부지.
위 진석: 여당대표이자 대권후보,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상대를 철저히 짓밟는 성격.
오재만:위 진성의 수행원.
양 성대: 파산부 부장판사.양 진주의 작은 아버지. 출세지향주의자.
장 도협: 서운은행장, 위 진석의 꼬붕이며 소심함.
김 영식: 장기 매매범, 위 진석의 부하이자 성윤의 친구
경 천: 성윤의 친구이자 김영식과도 친구사이.무식하지만 용감함.
까마귀: 경천의 군대동기, 셈에 약함.
야마모토: 까마귀의 작은 아버지가 일본에 살던 당시 이웃
임 하청: 동화건설 부장
김 과장: 임하청의 부하직원
양 훈: 진주 아빠.위 진석과 경쟁중인 야당 대권후보
곽회계사:삼월회계법인 수석회계사
심 상:삼월회계법인 대표
영 춘:영식의 부하.주식경력이 많음

발틱함대가 일본해군에게 대패한 후 겨우 3대만 남아 도주 중이라는 소식을
접해들은 짜르황제는 야마가 돌아 환장할 지경이었다.그는 총사령관 이하 여
러 대신들 앞에서 소부랄 씨부랄을 찾아가며 특수임무를 띄고 얼마전 출항한
돈스코이 소식에 대해 새로 부임한 총사령관에게 추궁하고 있었다.
"어이 사령관.돈스코이 작전은 잘 진행되어가고 있겠지?"
일개 시종에서 계급무시하고 특진한 총사령관은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갔다.
이번 돈스코이 작전도 모두 그의 머리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걱정하지마십시오. 러시아제국의 회계함은 일본놈들의 손아귀에 절대로 들
어 가지않을 것입니다."
짜르는 입에 독기를 품고 말했다.
"아암 그래야지.. 만약 회계함에 든 금괴를 빼앗기는 날엔 네놈의 가족은 물
론 전후좌우로 8촌 관계내에 들어있는 사람들 모두가 목아지를 땅에 떨어뜨
리게 될테니말야."
총사령관은 등에서 식은땀이 좌르르 흘러내렸다.만약 일이 잘못되는 날엔 자
신은 물론 일가족 모두와 친척들까지 전멸당하게 된다.하지만 그는 자신있었
다.만약 그의 생각대로만 된다면 금은 일본해군의 손아귀로부터 안전하게 지
켜질것이고 러시아제국은 훗날 어마어마한 금을 가지고 부국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짜르황제는 물론 자신의 가문도 기리기리 명예에 빛
나게 될것이다.
-대한해협, 나히모프호 /1905년 5월28일, 오전8시.
총흔과 포탄자국으로 곰보가 되어버린 회계함 나히모프호에 물이 콸콸 쏟아
져 들어오고 있었다.곧 배가 좌초될 급박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밤새 조명
탄을 쏘아가며 집요하게 따라 붙고 있던 일본 해군을 잠시 따돌리긴 했지만
언제 또 위치가 발각될지 모를 일이었다. 갑판 위에는 시체와 부상자들이 태
산을 이루고 있었다.도웬스키 제독도 중상을 입은 채 휠체어에 널브러져 앉
아있다.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듯 제독을 바라보는 부제독의 표정이 매우 어
두웠다.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다.쿨럭쿨럭."
제독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피를 부제독이 헝겊으로 닦아내었다.
"쿨럭.일본군의 현위치는?"
"대한해협, 동북쪽 10km지점입니다."
"젠장 거의 따라잡혔군. 돈스코이는?"
"이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오고 있습니다."
"반드시 일본군보다 돈스코이가 먼저 도착해야 할 텐데."
제독은 쓰디쓴 근심의 쓸개를 어금니 안에 물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눈
을 감았다.눈을 감자 근심은 최악의 공포가 되었다.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식민지 쟁탈을 벌이고 있는 일본.수천톤의 황금을 손에 쥔 일본이라면 동북
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러시아를 집어 삼킬 수 있는 일이
었다. 상상만해도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그는 이런 최악의 공포에서 아이러
니하게도 아름다움을 느꼈다.지금 이 시간을 흐르고 있는 바다와 바람 그리
고 따뜻한 햇살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소음. 그리고 웅성거림
까지 모두 한폭의 그림처럼 편안하고 아늑했다.인지작용의 모순으로 말미암
아 공포가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면 아름다움이란 착각 그 자체란 말인가?
혼란스러웠다.
-시간경과/대한해협
다행히 총사령관이 급파한 돈스코이호가 일본함대보다 한발 먼저 제독의 나
히모프호를 발견하여 합류했다.휠체어에 앉은 제독이 반갑단 듯 돈스코이를
향해 경례를 때렸다.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제독이 탄 나히모프호와 돈스코이호 사이에 걸어다닐수 있게 긴 합판다리가
놓여졌다.어느새 선원들은 나히모프호에 실려 있던 나무상자를 돈스코이에
급히 옮겨 싣고 있었다. 꽤나 무거운지 낑낑대며 젖먹던 힘까지 써가며 힘겹
게 들어날랐다. 상자는 내용물은 보이지 않고 겉에 숫자만 검게 찍혀 있었다.
부제독이 제독에게 즉시 상황보고를 했다.
"500번까지 모두 실었습니다!"
금괴와 부상사를 돈스코이호에 모두 싣는데 9시간이나 걸렸다. 적이 나타나
기 전에 서둘러 돈스코이호를 출발시켜야했다.제독이 뒤에있는 돈스코이 선
장을 향해 휠체어를 돌려 장엄하게 말했다.
"돈스코이는 러시아제국의 미래일쎄."
군기가 바짝 들어간 돈스코이 선장은 알아먹겠다는듯 대답대신 경례를 했다.
"이 한몸 바치겠습니다!"
제독이 돈스코이 선장에게 소브린금화 한닢과 함께 두꺼운 서류철을 건넸다.
선장은 조심스럽게 받아 다시 경례후 돈스코이로 옮겨탔다.두배를 연결하고
있던 합판다리가 신속히 제거되고 돈스코이 호는 3척의 배와 떨어져 어딘가
를 향해 떠났다. 제독은 본국으로 급히 무선을 날리도록 명령했다.일본군의
무선도청이 심히 우려 되었지만 상황이 급박한 만큼 어쩔수가 없었다. 모르
스부호가 러시아 본국으로 급히 타전되기 시작했다.
"띠리띠띠띠...띠..띠띠..."
(여기는 어미새.아기새에게 꽃을 무사히 안겨주었다.)
적을 교란시키기 위해 모스코바호,블라디보스톡호 그리고 나히모프호는 각
자 다른방향으로 흩어져서 향해를 시작했다.도엔스키 제독은 나히모프호 바
닥에 구멍을 뚫었다.10분쯤 지나자 배는곧 항해불능 상태가 되었다.마치 고
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임무완수후 죽어가는 연어처럼 금괴를 돈스코이에
성공적으로 인계한 나히모프호는 물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던것이다.
[대한해협. 1905년 5월28일, 오후5시.]
-동해/현재
야마모토는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경천은 화가 아직 덜풀렸는지 죽탱이를
얻어 맞고 나가 떨어진 야마모토를 잡아먹을 듯 갈궈대고 있다.
"한동안 안썼더니 물주먹이 됐네. 또 까불어봐 씹새야."
"와따시와 억울으하무니다."
민주주의를 그리 신봉하진 않았지만 경천의 행동이 매우 반민주주의 스럽다
고 느낀 영식은 경천을 경멸하듯 째려보았다.
"술만 쳐먹으면 개꼬장이냐. 이런 한심한 새꺄."
영식이 신발을 벗었다.그리곤 경천을 향해 힘껏 신발을 휘둘렀다. 이런 아수
라판에서도 침묵이 밥인줄만 아는 성윤과 야마모토는 못본척 시선을 내리깔
고 꿈쩍하지 않았다.
"휘릭~"
"척.."
경천이 영식의 팔목을 잡아 저지했다.경천의 낫문신과 영식의 독수리문신이
맞선 상황이 되어버렸다. 순식간에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이 살벌하게 맞서고
있는 냉전시대가 만들어진것이다.영식이 경천을 향해 먼저 대륙간 탄도미사
일을 날려보냈다.
"난말야 멍청한 니가 참 좋아. 왜냐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거든.."
경천은 영식이 날린 초음속 핵탄두를 막걸리 잔으로 받았다.
"칭찬해봐야 이미 늦었어 새꺄.."
팽팽하게 맞서던 영식이 그만 발을 삐끗했다.그는 잠시라도 방심하면 중심을
잃기 쉬운 굽이 높은 키높이 구두를 신고 있었던 것이다.그걸 그냥 곱게 넘어
갈리 없는 경천이 즉시 날카로운 핵이빨을 내리꽂았다.
"구두만 꼭 붙들고 있으면 물에 빠져뒤지진 않겠다?"
"너부터 빠져뒈진다,에 내 전재산을 건다."
"너 월세 살잖아새꺄."
무슨흉계를 꾸미는지 알 수 없는 영식을 여태 벼르고 있던 경천은 이번 만큼
은 그냥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이건 금을 찾으러 온건지 싸울려고 온건지 경
천 자신도 아리까리했지만 그는 항상 그래왔듯이 본능에 충실하기로 했다.
(어차피 영식이 새끼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바에야 이쯤에서 차라리 죽
여 없애는 방법이 좋을것 같아. 오랜친구인 성윤도 빚더미에서 구해낼 수 있
으니 더이상 망설일 이유도 없어. 영식에게 받아야 할 내돈 1억.아깝지만 포
기하자.엄마 수술비는 나중에 성윤에게 사정얘기하면 진주를 통해 얼마든지
받아낼 수 있을꺼야.그래 좋아 영식이 네놈이 죽던지 이 몸이 죽던지 오늘 한
번 붙어보자.)
부자에겐 돈이 감옥이 되고 용감한 경천에겐 용기가 감옥이 되었다. 이제 진
짜로 뭔가 하나 빵,터질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영식과 경천은 권투
선수처럼 맞서서 서로의 주먹을 툭툭 쳐가며 상대의 힘을 가늠해 보고 있었
다.여차하면 피가 튀어오르고 백골이 날아오를 상황이 전개될 터였다.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영식이 날아오르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순간 까마귀
가 소리쳤다.
"울릉도다!"
동해에 마치 꿈처럼 떠 있는 아름다운 섬,울릉도가 까마귀의 손끝에 작은 점
으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5
TRX 0.12
JST 0.040
BTC 70733.96
ETH 3563.16
USDT 1.00
SBD 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