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어른들

in #kr6 years ago (edited)

책 대출과 관련해서 오늘 낮에 도서관엘 갔었다.
간 김에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을 목격했다.

언제부터 그 아이들이 식당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열려있는 식당 뒷문의 통로로 갑자기 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소란스러운 아이들이 있다는 걸 몰랐을 리 없을 테니까.

갑자기 쨍그랑 하면서 요란하게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사실 쨍그랑보다는 와장창이 더 나은 표현일지 모르겠다.
표현할 만한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데 아무튼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뒤를 보니 초등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 4명이 있는 힘껏 양철물컵을 물컵 수거함에 던지고 있는 것이었다.
수거함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아이들이 물컵을 던질 때마다 요란한 소리는 계속 났다.

할 말을 잃을 만큼 어이없는 상황에 놀라고 있는 사이 식당 주인아저씨가 빠른 걸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주인의 얼굴이 경직되어 있어서인지 아이들 중 2명은 뒷문으로 재빨리 뛰어나가려 했는데 결국 용케 주인이 4명을 불러세웠다.

그리고 주인이 아이들에게 주방을 가리키며 이 물컵은 저 아줌마들이 다 씻는 거다 하면서 물컵을 이런 식으로 던지면 왜 안 되는지 설명하려는 찰나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뒷문에서 나타났다.

이 여성은 뒷문에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로 서서는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는데 그 목소리 톤이 살짝 하이톤인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주인에게 내가 이 아이들의 보호자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 같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기대감이 생겨서 지켜보고 싶었지만 일행과 나름 심각한 이야기를 하던 차라 아쉽게도 이 일에 100% 집중하고 볼 수는 없었다.

아무튼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어느새 아이들 아빠로 보이는 남성이 와 있었다.
역시 이 남성도 내 아이들에게 혹시 누가 야단이라도 칠까봐 사뭇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난감해진 건 주인이었던 거 같다.
졸지에 뒤늦게 나타난 애들 부모가 보는 앞에서 아이들을 훈육해야 하자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 싱겁다 못해 실망스러웠다.
주인이 너무 애들 부모를 의식한 건지 갑자기 난데없이 아이들과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이다.
그리곤 한두명을 웃으며 보내더니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그냥 잘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잠시 한눈을 팔았다 해도 아주 짧은 순간이었기 때문에 주인이 애들 부모에게 아이들이 소란 피운 것에 대해 설명할 시간은 못 된 거 같다.

그래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내가 잠시 그들의 대화를 놓친 사이 아이들 아빠와 주인간에 어떤 대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무엇이 문제였는지나 알았을까.
웃으며 또다시 소란스럽게 뛰어나가는 모습을 봐서는 알지 못하는 거 같았다.

그 아이들의 부모는 식당을 나가서 아이들에게 그런 행동이 잘못 되었다는 걸 알려주었을까.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지만 어쩌겠는가.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아이들이 티없이 밝고 당당하게 자라는 건 좋지만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같은 건 최소한 가르쳤으면 좋겠다.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결국 나중에 손가락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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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라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도 삭히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아쉽네요.
아이들도 잘못을 지적받고, 배워야 할 게 있는 상황 같은데 말이죠..

그러게요. 좀 자세히 어른들이 설명을 했다면 아이들이 충분히 알아들었을텐데...
부모들은 나중에 왔으니 잘 몰랐을지도 모르지만...뭔가 마무리가 많이 아쉽긴 했어요.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정말 중요해요. 정말 자식 사랑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예의를 못 배운 아이들이 꽤 있어요. 아이들은 실수할 수 있기에 아이지만 그걸 바로잡아주는 건 어른들의 몫 같아요. 그걸 못 가르친 부모의 잘못이 크다고 봐요.

말씀하신 대로 아이들이야 정말 몰라서 그럴 수 있죠.
어른들이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데 말이죠.
사실 이런 일이 드문 게 아니라는 게 참 안타까워요.

아쉬운 일이죠. 험악한 사회 분위기에선 돌아오는 부메랑이 손가락질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이들이니까 손가락질로 그치겠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 후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남의 아이들 가지고 뭐라 하기 좀 그렇지만...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지와 순수함은 다르다고 말이죠. 이런 경우는 무지함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부모의 역활은 이런 상황에서 주인에게 사과를 시키거나 예의 범절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되네요. 노키즈 존이 있는 이유도.. 비난보다는 동정의 여론이 더 큰 걸로 봐서는 너무 만연한 문제인 것 같아요.

저도 당연히 부모가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도록 시킬 줄 알았는데...안타깝죠 뭐.
노키즈존은 정말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거라 민감한 거지만 업주들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아... 정말 저런 상황 너무 싫어요..
제발 부모들이 생각이 좀 잘 잡혔음 좋겠어요
애들을 잡아주는건 어른인데....
저런 애들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 거 같아요.
범죄자까지는 좀...ㅋㅋ

이게.. 범죄자는 저렇게 하나하나 사소한거 부터 시작한데요;; 저희 언니의 말이였습니다;;캬캬캬

씁씁하네요...
세상 사람들이 다 제맘 같지 않더라고요...
물론 저도 그 사람들 맘 같지는 않겠죠...
이런 식으로 말하는, 절대적 기준이 없는 요즘 세상이 좀 씁쓸합니다...
그렇다고 또 기준을 제시하면 왕따되니... 그것도 씁쓸하네요..

사람마다 기준이 정말 다 다른 거 같아요. 기준을 제시하면 왕따 된다는 말씀도 맞구요.
요즘은 말조심을 많이 해야 해요. 자기와 다른 건 바로 혐오의 대상이 되니까요.

애들 망가지는건 전적으로 부모책임이라고 보는데
휴 그냥 이래저래 답답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네요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 가
입력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더군요

좀 멀리 나간 이야기입니다만,
저런 유형의 사람들이 정치이슈나 연예인 가쉽거리 보면서
돌 던지는거 상상해보니 최악이군요

주인 아저씨는 그.. 뭔가 짠하다...아아 ㅠㅠ

ㅎㅎ자기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너그러워질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고들 하잖아요.
주인아저씨도 많이 답답했을 거에요.ㅎ

그러게요.. 내로남불이라고 자기 아이는 올바를 꺼라고 생각하는
그런 자세를 좀 버려야 할 듯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은가봐요^^

저라도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자기 아이를 늘 객관적으로 본다는 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ㅎ

기본적인 예의에 대한 부분은 정말 정확한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남에게 피해끼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내 아이라서 오냐오냐 하다보니 더 버릇없어지는건 시간문제더군요..

아이 이쁜 거야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이겠지만 그렇다고 남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는데...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있더라구요.ㅎ

정말 황당했겠네요. 주인이 센스있게 잘 넘어간것 같네요. 안그랫으면 손님들에게도 피해가 갔을것까지 생각하신듯^^

주인아저씨는 아마 그런 일을 여러번 겪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컵을 던지는 것만이 아니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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