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노트]지인을 간호하는 간호사

in #kr5 years ago (edited)

제 아이디는 CyberRN입니다. 앞에 수식어를 붙인다면 '변화를 시도하는 한국 간호사들의 모임'입니다. (제게만 격동의 시간이었던) 2002년에 하도 답답해서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었는데, 그 기고한 사연은 다음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집 떠나와 취업한 간호사들이 많구나. 나도 그러했고. 선배도 그랬고. 그때는 그렇구나! 그 정도로 생각했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지인 또는 어느 간호사의 지인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면. cyberrn 커뮤니티 회원에게 "병원 가야 한대. 어떻게 하지?" 이 말 한마디면 그냥 진행되었다. "어, 샘. 그거는 여기를 가야 하구요. 지금 학회 가셔서 그렇구요. 무슨 요일 날 오전 진료구요." 묻지도 않았는데 엄청 자세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나는 또 지인에게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전하면 진단명보다 더 고통인 병원 이용에 대한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어 매우 감사해한다. 그러면서 사이버알엔 활동 중 하나로 지인 간호서비스 제공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런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 내가 아는 간호사들은 대한민국 Big3 병원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예쁜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친절하기까지 한 것인가?'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이유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Big 3 병원이 아닌 곳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연결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이미 나는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가지는 심리사회적 불안감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 불안에 대한 간호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해야 한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간호사라는 이유로.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직접 입원한 병원 병동 간호사실에 전화 하여 "저는 간호사 커뮤니티를 하는 간호사 정선화라고 합니다. 000호실에 환자가 누구 간호사의 지인 (또는 이모, 삼촌, 동네사람 등)입니다. 특별하게 어려운 부탁 드리는 것은 아니구요. 가실 때 손이라도 한번 따뜻하게 잡아주시면 좋겠어요."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때 상대 간호사의 반응은 "네"다. 그렇지만 뉘앙스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너가 그런 일을 하는구나,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가서 전화 왔었다고 이야기 해줄게,'와 '바빠 죽겠는데 그런 일을 하게 하니 너도 참 할 일 없다.' 이런 느낌이다. 어떤 반응을 보여도 한다. 왜냐면 내가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환자가 나의 부모, 자식이면 어떨까? 효자들은 바로 공감이 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젊은 청춘에게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 자식의 부재 등으로 공감이 쉽지 않으므로 나는 연예인을 두고 이야기를 한다. 간호사가 지녀야 할 태도 측면에서.

내가 아는 연예인은 빅뱅의 지드레곤이야. 지드레곤이 내가 근무하는 곳에 입원하러 왔어. 그러면 너네 어떨 거 같으니? (학생들 반응은) 와~ 눈이 똥글똥글, 볼을 손으로 쥐어 싸안으며 한껏 감탄한다. '내가 일하는 곳에 지드레곤이 입원 하다니, 내 모든 친절을 다 바치리라'라는 마음으로 아마 너네는 임할 거야. 일반 환자가 입원할 때는 고개도 들지 않고 응대하는데, 원무과에서 지드레곤이 올라간다는 전화를 한다면 아마 병동 엘레베이터 앞에서 마중할 거야. 그리고는 들고 온 가방을 드는 이도 있을 거야. 왜 지드레곤이니까. 입원할 때 키와 몸무게 재잖아. 아주 친절히 이쪽으로 오세요 하면서 안내할 거야. 왜냐면 너네가 좋아하는 지드레곤이니까. 반면에 일반 환자들은 "저울에 올라가세요." "등대고 서세요" 아마 환자 얼굴도 안 보고 자동응답기처럼 응대할 거야. 왜냐면 환자니까. 그런데 지드레곤도 환자고 일반환자도 환자야. 환자는 다 똑같은 환자야. 지드레곤이라고 해서 더 친절해야 한다면 우리는 누가 간호하니? 우리 엄마는 누가 간호하니?

환자를 대하는 자세에서 우리가 만나고 싶어 하는 셀럽들처럼 대해야 한다.그런데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앞에 이야기했던 지드레곤을 대하는 간호사의 행동과 태도가 부자연스럽고 과한 것일까?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환자 응대이다. 내가 간호사로 일하는 곳에 돌봄이 필요한 이가 왔으니 그의 등장부터 관찰하여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행동하니 어떻게 대해야 하는 등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불편한 점이 있는지 살피고 확인하고, 어려운 점이 있는지 확인하여 해결해주고 그냥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일상적인 일인 것이다. 시간이 그렇게 드는 것도 아니다. 마음과 관심 그리고 자세의 문제이다.

이러한 마음에서 오늘 나는 제주 한라의료원에 갔었다. 신장 이식수술을 받은 형부와 그 형부의 처제인 간호사와 간호사 가족을 위해서 방문한 것이다. 한라의료원 간호국을 방문하여 인사를 드렸다.

"제가 간호사인데요, 제주도가 집인데 간호사 연고가 없어서요. 제가 지금 서울에 있는데 저희 어머니가 아프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해서 미리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이모가 다섯인데요. 그 이모들도 아프면 제가 간호사라고 다들 전화주시고 물어오시는데 제주 병원에는 연고가 없어서요. 혹시 한라의료원에 오게되면 달리 연락드릴데도 없을 것 같아 간호국으로 왔어요."

그러하구나. 효녀구나. 그렇지 우리도 간호사라서 다 아는데 서울 가면 좀 그렇잖아. 이런 말씀을 하셔서

"서울 오시면 제게 연락해주세요. 거기서는 제가 알아서 어떻게 할게요." 사실 서울에 있는 병원이 몇 개이며 그 시스템에 복잡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말이니까, 말로 천 냥 빚도 갚는다 하니. 그렇게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간호국에 들러 이야기를 드렸다. 사실 몇 호 누구라고 정확하게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제 신장 이식 수술하신 분이세요." 그 정도다. 간호국에 근무하시는 간호사님들은 신장 이식 수술에 전반적인 경과와 한라의료원과 신장이식수술에 대한 역사 등에 대한 정보를 준다. 그렇게 서로 그 정도로 의료인 간, 간호사 간에 감잡는 소통을 했다. 보호자에게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 수집이었다.

간호국 간호사님을 만나고 난 후, 병실에 내려와 보호자 간호로 이어졌다. 간호국에서 이렇게 신장이식수술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더라, 많은 수술 경험이 있으니 잘 간호해주실 것이다. 토닥토닥. 신경 쓰이게 왜 그렇게까지 하였느냐 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애쓰는 간호사가 한 명 더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으로는 의지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세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야! 잘 해야 해. 잘 살아야 해. 착하게 살아야 해.

오늘 수술받은 형부의 처제, 즉 나의 선배가 내게 한 말이다. 간호사 입장에서 이 말을 해석해보면 우리는 세 다리만 건너면 다들 지인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내가 돌봐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간호를 생활화하면 업무 할 때 스트레스도 없고 간호사라는 직업이 꽤 할만할 것이다. 지드레곤이 갑자기 내 환자가 된다니... 꺄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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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돌본다는 건 간호사든 서비스직이든 어려운 거 같아요.
간호사들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예의와 존중이 앞선다면 보살핌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적어지리라고 생각해요.^^
상경은 하셨나요?

같은 생각이에요. 아직 안 올라갔구요. 친구 만나서 얘기하다 방금 헤어져서 제 아지트로 입성했네요.^^

딱 니가 내려가졌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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