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새가 되다

in #kr6 years ago (edited)

새로 핸드폰을 장만했다. 구폰이 오래 되긴 했지만 문제는 없던 터라 고민에 고민을 하던 중에 갑자기 색이 반전되면서 맛이 갔기 때문에 서둘러 새폰으로 교체를 했어야 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곧 내가 그냥 그러고 싶어해서였음을 알게 되었다. 세팅을 하다보니 색맹이나 색약을 위한 색상반전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원래대로 색을 돌리는 데는 찰나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어찌했던 새로 우리집에 온 아이와는 만나게 될 인연이었나보다라고 결론을 지었다. 핑크핑크한 아이와의 떨떠름한 만남에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방 좋아하게 되었다. 원래 변화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에는 금방 또 적응하는 편이기도 하니까.

작은 아이가 노래를 100곡이나 옮겨주었다. 평소 녀석의 음악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번 음악은 너무 마음에 든다. 어릴때부터 7080팝을 듣고 자라서 그런가 곡중 대부분이 기타연주 베이스의 팝들이다. 언제 이렇게 취향이 바뀐거지? 많이 컸구나.

큰 아이가 spority를 다운받아 세팅해주고 재즈라디오도 세팅해주었다. 이 녀석은 클래식과 재즈와 최신팝을 주로 듣는 편이다. 앱에 접속했지만 일단은 작은 아이가 준 곡이 더 좋다. 원래 사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음악은 그닥 듣지 않는 편인데, 이번 곡들은 이상하게 심금을 울린다.

거의 종일 듣고 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시작해서 식사중에도, 샤워중에도, 외출준비중에도, 이동중에도, 글을 쓸때도, 스팀잇을 할때도, 자기전에도... 제목도 뮤지션도 모르는 노래들이지만, 오히려 잘 몰라서 낯섬이 주는 기대감이 목소리와 음표들과 엉켜서 몽환적이다.

눈물이 고이듯 의미가 고이고 눈물이 흐르듯 가락이 흐른다. (신형철)

작년에 아이 생일 선물로 준 헤드폰을 빌려다가 들어본다. 아! 진짜 좋다. 세상에 오도커니 혼자 있는 것 같아 좋다. 얇은 벽으로 차단된 듯한 느낌, 투명 상자안에 갇힌 느낌이 좋다. 4차원 뮤직 박스안에 앉아 있으면 뮤지션들이 나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해주고 율동을 보여주며 나에게 그들의 감성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천천히 눈을 감아 본다.

새들이 날갯짓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것 같다. 어서 오라고 부르는 것 같아 눈을 감은 채 몇걸음 떼어본다. 떼로 몰려온 새들이 내 옷자락을 잡고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멀리서 강자락이 보이는가 했더니 금세 발가락 사이에 물결이 간지럽다. 감미로운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 안아준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이에 어느덧 산의 정상에 올라 있다. 내려다보는 모든 풍경들이 나를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한다. 어지럽지는 않다. 산과 강과 땅의 경계를 허물고 다가온다. 이제 다시 날개짓으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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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그림같은 사진에 풍덩 빠지고 싶습니다..
한번 꽃히면 아주 끝장을 보십니다 그려...

또 금세 질리기도 한다네요 ㅋㅋㅋ

에빵님은 복받으셨네요! 집에 큐레이터가 2명이나 있으니ㅎㅎ

ㅎㅎㅎㅎ 그러네요! 맞네요~ ㅎㅎㅎ

자식이 맞추어준 세팅된 장소에서
감수성이 샘솟음이 느껴지는 님을 상상하게 되었네요..

ㅎㅎㅎㅎ 감수성이 샘솟는!! 오~ 좋네요!

아이들이 엄마에게 맞춤 노래를 받아줄 정도면.. 정말 잘 키우신 겁니다~ 저 같아도 날아오를듯 ^^

같이 날아볼까요? ㅎㅎㅎㅎ

우리 아이들이 띄워줘야 날수 있음.. 전 글렀어요.

그럼 저랑 같이....? ㅋㅋ

자식 농사 잘지으신거 같아요! 다들 너무 착하네요
저는 그저 반성합니다.

노래를 줬다고 착한것은 ㅋㅋㅋㅋㅋ 착하다고 해야겠죠 ㅋㅋㅋㅋ

여유로운 일상이 눈에 잡힐듯이 선명합니다. 저는 음악을 못받아서 거의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듣다보니 늘 데이타 요금 폭탄ㅜ 우리 딸에게 부탁했더니 기종이 다르다며 안해줍니다. 남자아이들이 감성적인가 봅니다.

감성적이어서 그런것보다 엄마한테 참견하는거 좋아하거든요! 남자애들 잔소리도 엄청나요 ㅋ 오히려 여자애들은 자기한테 신경쓰느라 엄마를 별로 신경 안쓴다고도 하더라고요...

나도 따라 새가 되고 싶어라 ㅎ

함께 날아보아요~~ㅎㅎㅎ

행복을 가득 만나고 갑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에빵님, 문득 저희 어머니 (현실에선 엄마라고 부르지만) 가 떠올라요. 내일 본가에 가서 뵙는데 요즘에 어떤 음악을 듣는지 물어봐야겠어요. 나나 무스꾸리를 좋아하셨다하셔서 씨디를 선물한적이 있는데.. 요즘은 뭘 들으시는지 궁금해요.

착한 딸이여요! ㅎㅎ 뭘 들으시는지 묻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함 들어보실래요라는 것도 굉장히 기뻐하실것 같군요! 전 그랬거든요 ㅎㅎ

핑크핑크한 휴대폰
아이들의 세팅으로 빛을 더하네요

아주 정이 가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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