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 와칸다에 다녀왔습니다. ㅜㅜ

in #kr6 years ago (edited)

이틀 연속으로 거의 날밤을 세우다시피하고 정신+육체노동(통역)을 마치고 온 어제 늦은 저녁 시간, 아이들이 남겨 놓은 KFC 치킨 한 조각과 맥주 두캔으로 힘을 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종일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동시에 눈물이 흘러서 정말 힘이 들었거든요. 거울을 보니 한 5년은 더 늙어버린것 같았어요. 둘째 아이가 힘내라고 라면을 끓여줘서 후다닥 흡입을 하고나니 좀 살것 같더군요.

유니콘피쉬님이 남들 다 아는 와칸다를 모른다고 한소리 하셔서 공부도 할겸 블랙팬서를 틀었습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와칸다가 나오더군요. 다섯개의 부족, 바스트여신(!!), 왕자, 아랫입술 잡아당기기,... 영혼탈출, 의식불명... 번뜩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는 끝나버렸고, 얼굴은 띵띵 붓고, 소화가 안되 명치는 아프고, 결국 저는 와칸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유피님.

시간을 확인하니 한국 시각으로 12시가 넘었더군요. OMG!! 2편! 공모!

바로 어젯밤 일이었습니다.



사실 그제 소설을 올리고 정말 후회를 많이 했어요. 이게 무슨 소설이야! 극적인 요소가 홀라당 빠진 허접함에 최대의 흑역사로 남겠구나 싶었어요. 부끄러웠어요. 내용은 없고, 뼈대만 남은 데다 벌거벗은 글이었죠. 전 평소 심리묘사를 잘 다룬 책을 좋아하는데 일말의 흉내내기조차 포함되지 않아 속상하기까지 했어요. 다 욕심이 자초한 것이죠. 게으름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심폐소생을 실시하고 살과 근육을 씌우고 옷을 입혀 내년도 문학상 공모에 델꼬 나가기로요. 사실 낭만에 미친 신경외과의라는 주제는 글이란 걸 전혀 써본 적도 없던 5년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었어요. 이렇게 흑역사로 남기기엔 품어온 시간이 아깝잖아요. 그제밤에 결심한 겁니다. 2편 올리지 못해 죄송해요. 마무리가 이렇게 지저분한 사람은 아닌데, 안타깝고 슬픕니다!



아쉬운대로 간단히 이후 전개될 줄거리 소개를 해볼까 해요. 혹시 만에하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진짜 궁금하신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그의 수술법은 대성공을 불러 전세계의 부호들에게 인기있는 수술이 되고 돈과 명예를 쥐게 됩니다. 그의 집착도 더불어 날로 커져 무섭도록 집요하게 연구에 몰두하게 되죠. 어려서 부모를 한날한시 교통사고로 잃고 사이가 너무 좋으시던 부모님을 회상하며 사랑과 낭만에 관한 집착을 하게 된 그는 신디와 사랑에 빠집니다. 신디의 꼬임에 그는 직접 실험을 하기로 하고 나를 스위스로 부릅니다. 실험대상이죠. 스위스에서 다시 만난 그를 보며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차마 그를 떠날수 없어서 곁을 지켜주기로 합니다. 병적 집착증을 보이던 그는 결국 스스로 수술대에 오르고 신디와의 새로운 수술법을 실험합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사람이 되지만 정착 그가 사랑하던 이의 존재조차 기억할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떠납니다. 그를 너무 사랑하지만, 그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



낭만이라는 것이 이렇듯, 아주 가까이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혹은 감당할수 없거나 하는 상황이 될수도 있고요, 누군가는 잊고 지내는 거나 꿈꾸지 않거나 불필요하다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낭만은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것이죠. 뻔한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꿈의 대상과 인간의 집착이 빚어낸 아이러니, 의사로서 도덕심을 포기한 그의 변화를 묘사해보고 싶습니다. 저의 글쓰기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아참! 실화 아니냐는 분들 계신데 이 이야기는 실제상황이 0.1%도 들어가지 않은 100% 픽션입니다. 제가 미쿡 의학드라마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드라마로 배운 의사들의 세계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의사가 되고 싶긴 해요. 아니 그보다 천재가 되고 싶어요. 혹 천재가 아니라면 천재 친구나 천재 연인이라도 바래봅니다.

그래서 저는 천재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데요, 실제로 천재를 만난 적은 없고 주로 뉴스, 소설, 드라마, 영화를 통해 아는게 전부죠. 제가 만나본 사람 중에 똑똑하다라고 느낀 한 사람이 문득 생각나네요.



여자가 없음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의 카사노바로 소문이 난 당시 21살이었던 그를 만난건 군포의 한 카세트 공장이었어요. 뭔가 70년대 분위기? 그는 병역특례업체에 근무중이었고, 저는 그곳에 위장취업(?)한 대학생이었어요. 80년대 분위기네요!

저는 1공장에, 그는 2공장에 근무를 하고 있어서 잘 모르고 지내다가 악덕경영자의 고의적인 부도로 공장이 망하면서 노동자들이 모두 모여 시위 비슷한 걸 했을 때 알게 되었죠. 얼굴도 잘 생긴 그는 입을 열어 말할 때마다 주옥같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말의 향기라는 걸 처음 느꼈죠. 그의 것은 때론 우월하고 유혹적이기도 하고 날선 가시같기도 해서 장미향처럼 강렬하고 풍부한데다 치명적이기까지 했어요. 여자들을 꼬시는 데에만 쓰이기엔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게다가 그가 쓰는 말의 대부분은 책의 인용구였습니다.

"더러움은 눈으로 보거나 냄새로 맡을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ㅇㅇㅇ책에 써있어요. 당신이 나를 카사노바, 바람둥이라고 말하는 것에 과연 당신이 실제 그 더러움의 실체를 보았다고 할수 있나요? 더러움은 당신의 마음에 있는 것이지, 당신이 더럽다고 한다고 내가 더러운 것은 아닙니다."

맨처음 만났을때 제가 "소문난 바람둥이라면서요?"라고 물은 것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어요. 그 뒤로 전 그와 대화를 나누는 걸 무척 좋아하게 되었죠. 그가 자주 사용하던 '당신'이라는 표현도 좋아했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통째로 외우다시피한 책이 족히 수백권이 넘는다는 것을요.

그의 매력에 퐁당한 여자들에게 공감을 하는 한편, 그가 얼마나 여자를 밝히는지,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목을 메는지 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단순한 말빨로 받아들이거나 지성으로 받아들이거나 그건 그녀들의 선택이니까요. 전 당시 세상 남자들을 몽땅 싸잡아 '형'으로 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가 매력적이었지만 유혹적이진 않았어요.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그의 치명적인 매력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저는 서울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미안하네요. 그가 저를 위해 노래를 하나 만들었다고 하던데 못 들은게 못내 아쉽습니다.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참 잘했는데요, 친구가 제 대신 듣고 울어줬다 하니 그걸로 그가 위안을 받았기를 바래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그립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그냥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겁니다. 쓰고 보니 이것도 글감으로 활용해 볼 만하다 싶네요. 그리고 이 이야기 배경은 80년대는 아닙니다. 저 그렇게 오래된 사람 아닙니다! 하핫!

sorry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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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사노바는 책을 통째로 외우기 위해 매일 날을 샜을지도 몰라요. 단 한마디로 꼬실 수 있다면 3일밤을 책에 매달리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도. 그 정도 노력은 해야죠..ㅎㅎ
아 와칸다는 영화보다는 직접 가서 보는 게 훨 매혹적입니다. 요즘 관광비자 발급하고 있다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겁니꽈? ㅋㅋㅋㅋ 3일이면 되던가요? 그래서 선녀님 옷자락을 잡으셨는지도 ㅎㅎㅎ 와칸다는 꿈에서라도 꼭 다시 가보고야 말겁니다 ㅎㅎㅎ 비자받으려면 스파가 1만은 되야 한다고 하네요 ㅠㅠ
아! 그리고 판문점은 내국인이 가려면 국정원 허가를 득해야 한다네요. 헉! 왠지 치사한데 외국 사는 한국인은 갈수 있다네요. 더 치사해져 안가려고 합니다. 오히려 외국인은 웰컴이라니 진짜 이건 뭔가 싶네요 ㅠㅠ

이전걸 보러 갈게요 에빵님!!!
멋진 글일거 같아요 ㅎㅎㅎ

망했다니까요! ㅋㅋㅋㅋㅋ

우와....소설이라니요++++ 대단쓰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언젠가 써보는게 꿈이랍니당 후휴

제가 짱자님앞에서 주름을... 문창과 출신 찡니무 뜰님, 허니님 다 기억하고 있죠... 그분들 앞에선 소설의 소자도 꺼내면 안되는뎅 ㅋ

네? 저는ㅋㅋㅋㅋㅋㅋㅋ문창과 아닙니다^^ 진정하소서ㅋㅋㅋㅋ 저는 웹디자인쪽이였쏘용ㅎㅎㅎ

엇! 진짜요? 휴~ 다행이네요 ㅎㅎㅎ 전 직업이 웹디자인입니다 ㅋㅋㅋ 찡님 작정하고 글쓰면 엄청 잘 쓰시는거 다 알고 있어요!!!

네?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말도안돼
에빵님이 명성만큼 글솜씨도 일품이시죠
저는 ㅋㅋㅋㅋㄱ막나가는 글이라^^;;;;;
기분파입니다

문창과인줄 알았다니까요 ㅋㅋㅋ

"ㅇㅇ은 당신의 마음에 있는 것이지, 당신이 ㅇㅇ다고 한다고 내가 ㅇㅇ한 것은 아닙니다." 이 문장 새겨뒀다가 나중에 써먹어야겠어요.

무엇에 쓰시려는지... 여자 꼬실때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 사실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는거 좀 많이 멋지긴 했습니다. 어릴때였으니까요! ㅎㅎㅎㅎㅎ 좋은 결실 있으시길요~~

헐..
80년대도 아니믄...
90년 분 이세요?..흐미...
엄청 젊으심...ㅠㅠ

ㅍㅎㅎㅎㅎㅎㅎ 흐미~ 들킸다~

얼른 가서 제대로 읽어야겠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사실 소설의 요소가 다 빠져서 부끄러워요 ㅠㅠ

전 블랙팬서 세번봤습니다.ㅎㅎ

저도 더 봐야 할까봐요 ㅠㅠ 방에서 딱 잇몸 아래로 까집는거 이후론 기억이 없거든요 ㅠㅠ

정말 필력이 대단하세요!

네? ㅎㅎㅎㅎ 과찬이십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거 잘 알고 있습니다. 좋게 말씀해주니 기분은 참 좋습니다 ㅋㅋㅋ

에빵님 와칸다를 이제 보시다니욧... 그것도 보시고도 기억을 못하시다니... 흑...ㅋㅋ
위장취업을 하셨군요... 노동해방의 그날을 꿈꾸신 87학번? ^^

어벤져스 3편을 다 보고도 와칸다를 모른다고 혼났죠 ㅠㅠ 왜 어벤져스는 이렇게 잠이 올까요? 제가 시간 날때마다 하나씩 섭렵해보려고 하거든요. 토르 끝냈고요. 블랙팬서에서 똭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들었네요 ㅋㅋㅋㅋ 노동해방을 꿈꾸었지만 87학번은 아닙니다. 너어무 너어무 너어무 많이 갔네욬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지나친 강조는 뭐다? 너어무를 세번이나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눈치하나는~ 그래도 아닌건 아니랍니다 ㅋ

와칸다가 뭔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ㅋㅋ
좋은 글 잘 읽었어요.

ㅋㅋㅋㅋ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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