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유기] 반려인의 자격

in #kr6 years ago (edited)

이글은 @jamieinthedark 님이 주최하는 이벤트 [반려동물의 유기]에 참여하는 글입니다.

이벤트 참여가 상당히 늦었네요. 요즘 해피가 게으름이 심해져서 미리미리 글도 안 쓰고 마지막 날 겨우 완성했어요. 해피가 이벤트 응모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제가 대신 응모해 주는 거예요. 해피한테 이제 바톤을 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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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해피여요. 오랜만에 인사드리죠? (엄마, 이제 바톤 잘 받았으니 얼른 조용히 퇴장해주세요!) 엄마 말씀대로 제가 요즘 게으름에 빠진건 사실이예요. 처음 엄마한테 공모이벤트 이야기를 들었을때, 바로 글을 쓰고 싶었으나 사실 좀 생각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쉽지 않은 문제잖아요. 더군다나 우리 같은 반려견의 입장에서는 목숨과도 직결되는 아주 아주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죠. 어떻게 접근하면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유기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정말 고민 많이 해봤어요.

우선 제가 안되는 실력이지만 유기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유기는 "내다 버리다"라는 뜻입니다. 아, 의외로 너무 심플해서 깜짝 놀랄 지경이었어요. 입던 옷이 낡아서 유기하다. 가구가 부서져서 유기하다라는 것으로 활용할수 있으려나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사용하던 물건을 쉽게 내다버리기 어려운데(사물에도 애정을 쏟으니까), 심지어 살아 있는 생명체를 내다버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해보았어요. 음... 아무래도 이해가 안되거든요. 마치 장난감로봇의 다리가 하나 부러진다던가, 인형의 귀가 터졌다거나, 책이 찢어졌다거나, 병이 깨졌다거나 그런 상황과 같으려나요? 멀쩡한 물건을 내다버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사실 저는 제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기억이 없어요. 나를 낳아준 엄마와 형제에 대한 기억이 전혀없지요. 농장에서 태어난건지, 가정집에서 태어난건지... 아무튼 나는 어느 상가에서 엄마에 의해 발견되어서 엄마집으로 오게 되었대요. 마치 물건을 고르듯 우리 엄마가 나의 여럿 형제중에서 저를 택한 거지요. 우리 엄마말로는 저의 조상들은 무슨 대회에 나가곤 했다는데 저는 대회 같은건 별로 관심은 없어요.

전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고 봐요. 반려동물을 물건 고르듯 돈을 지불하고 사다가 가치가 떨어지면 버린다? 사용하던 물건에 하자가 생기면 버린다는 것은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잖아요. 유기하는 사람들에게 양심을 논하기전에 동물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다는게 더 큰 문제라고 봐요.

제가 사는 이곳에는 Breeder 즉, 동물을 암수쌍으로 키워서 생산이 가능한 상태에 있는자가 동물을 거래할수가 있어요. 유명브리더가 운영하는 농장도 있고요. 이들이 형성하는 시장은 대형시장은 될수 없어요. 직접 키워 낳은 새끼들을 분양하는 형식으로 하니까요. 이들중에는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펫샵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대요.

그런데 한국엔 강아지공장이 있었다면서요, 오! 생각만해도 무섭군요. 공장에서 태어난 아가들이라니... 공장에서 만들어진 장난감과 다를바 없이 생산된 아가들을 보며 사람들이 얼마나 책임감을 가질수 있으려나요...? 무서워요. 대량생산이라니 그리고 마진 등을 붙여서 대량거래를 한다니 소름이 돋아요. 이제 한국에 그런곳은 다 없어진거 맞죠?

이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한국 티브이쇼에 어떤 종의 강아지가 너무 이쁘게 나오면, 예를 들면 1박2일, 삼시세끼 같은 곳에서 사랑받는 종은 불티나게 팔린대요. 그리고 머지않아 몇개월후에 유기견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그에 해당하는 종들이 대다수라고 해요. 우리가 유행하는 옷이나 신발도 아닌데 그냥 갖고 싶다고 쉽게 가질수 있다는 것도, 아이가 조른다고 선물로 주는것도 너무 위험한 발상이고요.

생명의 고귀함을 알게하려면 우선 생명을 돈으로 거래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하나더 말씀드리고 싶은건, 저도 지능과 감성이라는걸 가지고 있다는 것이여요. 그래서 관계의 책임감이라고 한다면 인간대 인간 뿐 아니라 인간대 동물도 똑같이 있다는걸 강조하고 싶어요. 즉 쌍방간의 관계에 있어서 느끼고 공유하는것은 같다는 것이지요. 오늘 엄마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 화가 났는지, 어떤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지 저도 다 느낄수 있거든요. 단지 제가 표현하는게 어려울 뿐이여요. 제가 만약 인간의 말로 표현할수 있다면 저를 조금더 이해하고 사랑해 주실수 있으려나요. 어찌 되었든 전 표현에는 약하지만, 받아들이는 정서는 같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아침엔 엄마가 저를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해피는 속눈썹이 참 이쁘구나!" 저는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엄마가 저의 속눈썹을 잘 보실수 있도록 얼굴을 옆으로 돌려주었죠. 그리고 여러번 깜빡깜빡해줬어요. 저의 예쁜 속눈썹을 엄마가 실컷 즐길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어요. 엄마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엄마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그리고 저와 어떤 관계를 갖고 싶어하는지 집중을 하는 것이지요.

과연 사람들이 반려견에 대해서도 이러한 집중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요. 집에 데려다 놓는거 좋아요. 제가 줄수 있는 행복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저로 인해서 누군가가 즐거워질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히 만족해요. 하지만 중요한건 '나의 행복'도 있다는 거죠.

열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덩치 큰 골든 리트리버나 사고 칠까봐 펜스 안에 반려견을 넣어놓고 출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과연 왜 데려왔을까 궁금해요. 그 시간 동안 반려견이 느낄 감정을 한번이라도 헤아려봤는지 묻고 싶어요. 함께 행복하자고 하는건데 너무 이기적인거 아닌가 해서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반려인에게 자격증을 따게 하면 어떨까요? 간절히 반려견을 키우고 싶거나 그럴만한 자격이 되는 이에게만 분양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지요. 운전면허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재교육의 기회도 제공하고요. (견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혹시 무리수를 던졌다고 해도 널리 양해를 해주셨으면 해요.)

정말 저를 데려다가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 사람인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환경과 인성을 고려해서 분양이 가능한지를 판단해 달라는거지요. 어떤 기준으로 할지, 우리 엄마가 그 자격에 해당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여요.

이상으로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겨우겨우 날짜 맞추어서 이벤트 응모한거니 혹시 글에서 불편함이 있더라도 이해해주세요. 나중에 더 연습해서 돌아올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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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energizer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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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 자격증 좋은 생각입니다.
등록제도 괜찮은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네. 등록제도 좋을것 같아요. 뭐든 제도 마련이 시급하네요!

강아지를 넘 예뻐하고 키우고도 싶지만
잘 키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합니다!
괜히 반려견이라고 얘기하는게 아닐 꺼니까요:)

네. 저는 강아지를 어릴때부터 쭈욱 키워봐서 크게 마음의 준비는 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입장에서는 또 다른 책임감이라는게 있네요.

반려인 자격증이라 멋진 의견 제시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양이 보러 갈께요!

해피야....
니가 엄마보다 더 똑똑한거 같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바보인지 이글을 보면 금방 아실수 있어요!
https://steemit.com/kr/@energizer000/42ckck
엄마한텐 비밀인거 아시죠? 족장아저씨!

앗 에빵님
이 링크 설마 노래 일기....는 아니겠죠?! ㅎㅎㅎ
(잠시 뒤...)
으앗!!! ㅎㅎㅎㅎㅎ

저 에빵엄마 아니고 해피여요. 저 기억 안나세요?

키우다 버리는 사람 이해가 안가요
다중이 일수도 있네요 그런 사람 조심조심!!

다중이 요즘 격하게 마음이 분하게 만드는 단어군요 ㅠㅠ

독일의 제도가 괜찮더군요.

네. 저도 독일이야기 들었습니다. 심사가 까다롭더군요!

애견자격증...
부모자격증만큼이나
절실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ㅎㅎㅎ 그런가요. 부모자격증이라니...ㅎ

해피는 이름처럼 해피한 집에서 해피한 가족을 만나 해피하겠다.
앞으로도 가족들과 쭉~~해피하도록 해^^

감사해요! 저 해피라서 해피한거군요!

흠..흠.. 전 반려동물을 키우진 않지만
유기시킬 정도의 책임감이면 키우지 않는게 맞다고 봅니다.

네 그럼요.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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