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사회인야구, 우리팀의 승리공식=김감독(본인)의 안타, 유격수 병살 플레이. 결국에는 자기 자랑.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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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이미지는 포토샵 조금 할 줄 아는 김감독이 3컷 이미지를 합성한 작품임을 밝힙니다. 시간의 역순으로 가장 앞선 주자가 인사이드파크 홈런을 치고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이는 모습을 표현해보았습니다.)


얼마 만의 안타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기록을 찾아보러 사회인 야구 기록을 총괄하는 게임원(Game One)에 접속한다. 이전 3게임 기록을 검색해도 나의 안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무려 다섯 게임 전이 마지막 안타를 기록한 날이었다. 그날은 리그 선두권을 달리는 팀에 콜드승을 한 날이었다. 전광판의 기록은 한 회에 득점수 9점을 넘어, 두 자리를 기록하지 못해 10점은 A, 11점은 B, C까지는 보지 못하고 4회 콜드게임으로 게임을 끝냈다.

오늘 오랜만에 안타를 쳤다. 여태까지의 기록은 7삼진 3안타. 내가 팀에 입단한 이후로 우리팀에는 승리공식이 있다. 내가 안타를 치는 날에는 꼭 이긴다는 것! 수비요정 타이틀에 이어 승리요정이라는 기분이 좋아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이기니 기분이 좋은 닉네임을 얻었다.

안타에 이어 유격수 직선타에 이은 3루 송구 후 태그 아웃, 병살플레이를 엉겁결에 잡아냈다. 2:2 동점 상황에서 1사(1아웃) 주자 1,3루. 타석에는 3번타자. 보통 야구에서는 타석별로 이름이 붙는다. 1,2번 타자는 상위타선, 3,4,5번 타자는 클린업 트리오, 6,7,8,9는 하위타선으로 분류한다. 상위타선은 출루에 집중하여 주자를 쌓고, 클린업 트리오는 베이스로 나간 주자를 불러들인다. 하위타선은...잘치면 땡큐.

오늘 나의 수비 포지션은 유격수에 타석은 9번. 팀 회비 30만원을 완납한 친구가 올시즌 첫 게임을 나왔다. 참여인원은 10명. 지명타자를 세워 전부 다 뛰는 것이 좋겠지만 다음주 리그 상위권팀과의 일전을 위해 팀 에이스를 쉬게 하는 것이 좋았다. 우리팀 1선발은 리그 전체 투수중 이닝수 2위. 두번째로 많이 던졌다는 뜻이다.

가만보자...오랜만에 온 이 친구가 언제 던졌더라?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지피지기가 아닌 지기지피하려했지만 상대는 하위권 팀. 돈내고 취미생활하는데 모두가 함께 같이 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풀타임 출전을 보장하려 했다. 일단 투수에 넣어두고 무너지면 가차없이 우익수로 쫓아내야지. (사회인야구에서 우익수는 가장 수비력이 취약한 사람을 넣는다.)

우리 팀이 선수비. 투수가 볼넷이 많으면 프로나 아마나 최악이다. 차라리 맞으라고 투수를 독려한다. 오랜만에 던지는 탓인지, 상대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다음은 모두 외야 플라이. 역시 투수를 도와주는 건 수비밖에 없다. 첫 회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후 공격에서 우리팀은 1점을 얻어냈다. 다음 회 똑같이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1득점.

3회로 들어섰다. 상대팀 선두타자는 1번 타자, 좌익선상 2루타를 쳐냈다. 2번타자 등장. 1,2번 타자를 이르는 말에 상위타선 말고 테이블세터라는 별칭이 있다. 1,2번타자가 상을 잘 차려놓으면3,4,5번 타자는 숟가락 잘 얹어서 타점을 먹으면 된다. 요새 야구에 추세는 강한 2번타자. 테이블도 셋팅하고 여차하면 숟가락까지 얹어 밥까지 먹는다는 뜻이다.

2번 타자가 친 공이 빨랫줄같이 쭈욱 좌중간으로 뻣어 나간다. 유격수 방향, 내 쪽이다. 전 이닝에 실책을 하나 기록했다. 전날 술을 먹지 않았는데 3루수에게 한 소리 들었다. 야, 너 술 먹었냐. 니은니은. 실책을 만회해야 했다. 가제트 만능 팔이 뻗어나가듯, 순식간에 다가오는 공에 팔을 뻗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공은 역회전이 걸려 점점 더 솟아 오르고 있었다.

모르겠다. 냅다 뛰어 팔을 뻗어본다. 주자는 3루. 주자는 내가 놓칠 줄 알았는지 홈으로 냅다 뛴다. 어라, 글러브 속으로 공이 쏘옥 들어왔다. 3루수가 소리친다. 여기 여기! 공이 글러브 속에서 헛돈다. 아차, 늦었구나 했지만 공이 던지기 좋게 손가락에 들어온 순간 던져버렸다. 태그 아웃! 유격수 직선타 병살 플레이가 비로소 완성되었다. 이닝 종료! 다음 경기에 나를 유격수 선발로 다시 세워도 면은 차릴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다. 이제 경기 전날은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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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위해서라면 멍이 조금 들면 어떠려. 하필 중지라니. 도람푸형이 뒤집어 엎었으면 엿날리기 딱 좋은...잘 왔구나. 무사히 잘 마치기를! 근데 제 손금 특이하지 않나요? 원숭이 손금이라던데.)

4회. 투수가 흔들린다. 선두타자 볼넷 그다음 타자 역시 볼넷. 우익수 희생플라이에 1실점. 3루 땅볼에 추가 실점. 그 후 포수 파울 플라이로 2아웃을 잡았다. 1아웃만 잡으면 승리가 눈 앞이다. 2시간 보장 게임에서 남은 시간은 16분. 점수를 더 내주고 시간을 끌고 이번이닝을 막아낸다면 게임은 끝이지만, 그렇게 장담할 수 없는 팀이 우리팀이다. 투수가 삼진을 잡아버렸다. 이닝 종료.

배우 정만식과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그 사이를 어정쩡하게 닮은,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 우리팀 투수. 너무 고맙다ㅠㅠ오늘만큼은 달빛 요정. 무너지면 타율이 제일 좋지 않은 나를 빼고 팀 에이스를 교체하려던 생각이었다. 4회까지 막아주다니, 그것도 2실점으로. 이러려고 내가 감독을 했나, 성취감이 든다.

마지막 이닝 때 더그아웃에서 혼자 연습하던 팀 에이스를 호출했다. 경기장까지 와서 캐치볼만 하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울 것이다. 팀원 모두가 수비하고 있는데 더그아웃에서 혼자 배팅장갑을 끼고 스윙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시위라도 하는 것인가, 그러지 않아도 교체해주려고 했는데. 입만 가만히 있으면 에이스인데, 자꾸 본인 어필을 하며 확인하려 든다. 나 잘하지?하고 묻는데, 그것도 돌려 돌려 물어본다. 물어보지 않고 팀원들이 알아서 잘했다 칭찬해주면 얼마나 멋진가. 형인데 귀여운 면이 있다.

타석에 들어선 에이스 형. 투수 강습 안타. 기록은 삼진. 경기 전 오더지를 받으러 가는데 주말에 나와 일하기 싫어 죽 쑨 표정이다. 전광판에 볼 카운트도 자꾸 틀려먹더니 안타를 삼진으로 바꿔놨다. 너는 뭘 해도 안되겠다, 쯧.

리그 4위로 복귀했다. 감독(본인)이 말아먹은 한 경기가 너무도 아쉽다. 실험은 아무때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신태용 감독님은 월드컵 전까지 실험을......우리 돌기태 감독님은 오늘 비가 살려주셨다.(우천 노게임)

다음 주는 리그 상위권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다음 게임에 앞으로 할 상위권 두팀이 대결하길래 1회를 관전하고 왔다. 잘하는 팀들은 몸 푸는 것부터 다르다. 체계적이다. 기본을 중요시 한다. 우리팀은 아직 미숙하다. 감독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매주 이렇게 경기를 복기하며 야구일지를 써야겠다. 잘하는 선수들은 경기 복기도 잘하더라. 르브론 제임스의 경기 후 인터뷰를 보았다. 기자의 질문은 4회 시작이 어떻게 됐길래 그렇게 된 거냐였다. 르브론은 패스를 누가 주었고 골은 누가 넣었으며 다시 수비로 돌아와 누가 리바운드 해서 누가 패스해서 속공으로 (중략 ) 5분여의 게임을 다 외우고 있었다.

오늘 나는 기록지를 보고 다시 경기를 복기했다. 아직 내 코가 석자라 게임 중에는 나보다 경험이 많은 형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래도 나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도 팀원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 다음 주 다시 승리 소식으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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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투수를 도와주는 건 수비밖에 없다.

든든한 수비수를 가진 타인의 삶이 늘 부러웠습니다.

든든한 수비수들 여기서 많이 만나셨으면서...

공 받다가 멍 들었나 보네요..
승리 축하 드립니다. 승리요정 감독님...

집에와서 씻다보니 멍이 들어있는 걸 발견했어요.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해야죠.
축가 고맙습니다!

감독님이셨군요. 저도 감독 소리좀 듣는데.. 저는 고작해야 1명 정도(그것도 대부분 저 자신ㅋㅋ) 컨트롤하는데 이터널님은 10명 넘는 사람을 컨트롤하시니 진정한 감독님이십니다.

오쟁님이 진정한 감독님이시죠. 저야 아는 친구들 사이에서 하는거지만 오쟁님은 모르는 사람들과 단편까지 찍으셨잖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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