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 해녀들의 해조류 밥상(이론편) - with 양용진 선생님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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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해녀는 잠녀(혹은 좀녀)라고도 부른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땅이 척박해서 농사로만 먹고 살기에는 힘이 들었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동부지역에 해녀가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제주의 동부가 서부보다 땅이 더 척박해서 농사를 짓기에 적당하지 않았지만 해조류는 질도 좋고 풍성해서 였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테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목숨을 걸고 고기잡이를 했다.
이렇게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죽는 사람도 많아서 제주에서는 남아선호 사상이 유별나게 심하다.
남자가 귀하니 민간신앙을 중히 여기고, 제사를 중히 여기는 제주의 풍습에 따라 남자는 고기잡이 외에 육지에서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산티아고를 걸을 때 우리가 제주도에서 왔다고 하니까 미국 사람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제주도는 아직도 여자들만 일하고 남자들은 놉니까?

남자들이 놀기만 했다고 할 수는 없는 문화적 배경이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 보일 수도 있긴 하다.ㅋ
아무리 그래도 미국 사람도 알 정도로 과거에 제주도 남자들은 애지중지 정말로 귀하디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반면 여자들은 매일매일 집안일이나 농사일 그리고 바닷가에서 물일을 했다.
언제나 많은 일을 해야 했던 제주 여자들의 고된 삶을 나타내는 속담이 제주도에 있을 정도이다.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

는 속담에서 그들의 고된 삶을 느낄 수 있다.

육아에서 집안 대소사 그리고 잘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고 살 농사일, 거기다가 돈벌이도 되고 먹거리도 해결하는 물질까지 해야 하는 제주 여자들의 삶은 언제나 고됐던 것이다.

바다에는 해조류도 풍부하고 그 해조류를 먹고 사는 소라나 전복도 있었기 때문에 해녀들은 그런 것들을 채취해 돈벌이를 했던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이런 수확물을 나라에 진상했다.
고려 시대에는 전복과 미역을 채취해 왕실에 진상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전복이 귀중한 진상품으로 여겨져, 실제로 그걸 잡은 해녀들은 입에도 대지 못하고 그대로 나라에 바쳐야 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나라에 진상을 하느라 해녀들의 노동의 강도가 높아졌던 때가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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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물질 실력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다.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고 오랫동안 채집을 할 수 있으려면 산소통 같은 장비를 하고 일하면 훨씬 편하고 수확물도 많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제주 해녀는 전통적으로 산소통같은 보조 장비 없이 그냥 하는 물질을 했고, 이런 형태의 물질은 한번에 1분 정도 잠수할 수 있다고 한다.
한번 바다에 나가면 하루 세시간에서 다섯시간 물질을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하는 작업이다.
특히나 장비 없이 자연 호흡으로 하는 물질은 바다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사람과 바다 생물이 공존하는 삶의 형태라는 점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물질 방법은 해녀들에게 여러 가지로 힘든 방법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에 지키는 규칙도 있다고 한다.
먼저 산란기인 해산물이나 다 자라지 않은 해산물은 잡지 않는다고 한다.
힘든 물질이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바다 생물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규칙이 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물질을 하며 내는 욕심은 언제나 생명과 연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녀들이 언제나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질을 할 수 있는 때는 물때에 맞추어 한달에 2주 정도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 정해진 때에 물질을 해야 채집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위험하지도 않다고 한다.
이렇게 정해진 때에 물질을 하고, 다른 날에는 주로 밭일을 한다.

바다에 나가 채집을 하는 해녀들이 일을 하다가 힘이 들면 바닷가에 나와 쉬는 곳이 있다.
바닷가에 둥글게 돌담을 쌓고 불을 피우는 '불턱'이라는 곳이다.
몇시간을 물질을 하면서 피곤한 몸을 쉬기도 하고, 고된 노동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하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해녀로서의 노하우도 이곳에서 나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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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해녀들은 자기가 잡은 귀한 것들은 내다 팔아야 하므로 손도 못대고, 바닷 속에 흔하게 있는 해조류 그 중 미역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미역도 몸통은 내다 팔거나 식구들에게 먹이고, 본인들은 미역의 끄트머리(미역귀라고 한다.)를 잘라서 꼬챙이에 꽂아서 불턱에 있는 불에 구워서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복의 먹이를 같이 먹어서 전복의 수확량에 영향을 끼치는 성게를 없애기 위해 잡아다 먹었다고 한다.
이런 데서 생겨난 것이 성게 미역국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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톳, 몸, 미역, 미역귀, 성게, 소라.

이런 해녀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해녀는 '해녀' 혹은 '잠녀'라고 부르고, 일본의 해녀는 '아마'라고 부른다.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해녀의 전통도 자기네가 먼저 있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해녀 문화가 일본으로 넘어가 아마가 되었다고 하니 우리 나라 해녀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해녀를 세계가 인정해,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해녀라는 직업은 매우 고된 직업이다.
오랜 물질은 잠수병이라는 직업병도 갖게 하고, 언제나 차고 거센 바닷 속에서 자기의 숨과 수영 실력만 믿고 물질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공포스러운 일일 것이다.

요즘은 제주 여성들도 해녀가 되는 일이 많지 않다.
남아있는 해녀들의 연령은 고령화되어, 제주의 상징처럼 알려진 해녀가 점점 줄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해녀학교'도 곳곳에 있지만, 거의 관광 코스로 여겨질 뿐 전문적으로 해녀를 양성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제주분들도 부모가 위험하다고 물에는 근처에도 못가게 했었다고 한다.
물질을 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해녀라는 극한 직업을 자기의 자식이 갖게 될까봐 염려하는 어른이 많았다고 한다.
해녀가 돈벌이가 상당히 많이 된다고 하는데도 점점 해녀가 줄어드는 이유이다.

제주 해녀의 특징이 장비 없이 물질하는 것이므로 이어나가기 어려운 직업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은 남아있는 해녀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의 전통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주에 놀러오면 해녀 학교 같은 데 방문하여 해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간단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해녀와 관련된 민간 신앙이나 잠수 굿 같은 다양한 문화도 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제주음식스토리텔링에서 배운 것은 이런 해녀들이 불턱에 앉아서 먹던 음식은 아니지만, 해녀의 작업으로 채취된 식자재로 하는 음식들이다.
미역이나 몸으로 하는 반찬이나, 톳으로 하는 밥, 성게로 끓이는 국, 그리고 별미처럼 먹는 소라 구이 등이다.
해녀들의 밥상은 요즘 유행하는 웰빙 밥상처럼 크게 조미를 하지 않고 바다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간단한 조리법으로 요리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금이야 건강식이라는 이름으로 조미료를 줄이지만, 해녀 밥상이 바다내음이 그대로 살아있는 음식인 이유는 그들의 삶이 너무 바빠서였다.
육지의 식문화와 다른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어촌과도 차이가 있는 제주의 식문화는 아마도 제주에만 있는 해녀들이 채집한 식재료 때문이다.

해녀들의 밥상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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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2주차에 리스팅 되면 더 즐거운 스팀잇이 되려나요.^^

제주도 특성과 역사
해녀들과 여자들의 애환을 잘도 표현해 주셨네요~^^

제주 여성들이 특히나 생활력이 강하다고 하더라구요.
처음 대하면 좀 억세다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제주도 갈 때마다 해녀의 집에 들러 뭔가를 먹지요.
배불러도 먹지요.
그 맛을 어렴풋이라도 알기에
해녀의 밥상 기대합니다.^^

아마도 전복죽이나 성게 미역국을 드셨겠네요.
그리고 반주로 제주 막걸리도 드셨을라나요?^^

육지에서 해녀가 되고싶어 해녀학교에 가더라도 수료 후 터 잡기가 힘들다고 들었어요. 이미 활동중인 해녀분들의 자리싸움 같은 것이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지 궁금해집니다ㅎ 제주 여행에서 맛봤던 몸국도 나와주면 좋겠어요~~

해녀들의 어장 관리는 엄청나다고 저도 들었어요.
제주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육지사람들을 약간 적대시 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주의 역사를 알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저는 이제는 그냥 이해하고 넘어간답니다.

고기보다 해물파라...너무 기대되는데 눈팅만 할걸 생각하니 벌써부터...어헝....

프로필 사진을 바꾸셔서 아이디를 한참을 보았네요.^^
해물쪽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그렇답니다.^^

해녀가 점점 없어지고있군요.
제주도 가면 항상 맛있는 음식 , 해산물을 먹어서 항상 좋은기억을 가지고 있는거 같아요.
제주도 또 가고 싶네요

아무래도 제주도가 섬이다 보니, 해산물은 질이 정말 좋지요.
음식은 솔직히 전라도 음식이 더 맛있습니다.^^

경상도 기장에서 해녀들을 본적이
있는데 그 해녀가 다 할머니들 이시라
놀랜적이 있답니다.
여러가지 해산물을 잡아 오셔서 파시드라구요!!!
멍개며 해삼을 파시길래 사먹긴 했는데
왜케 해녀 할머니들이 안쓰러보이던지~^^

육지에 있는 해녀들은 대부분 제주도 출신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경상도 기장에도 해녀가 있나보네요.
어딘가에는 해남도 있다고는 들었는데...ㅋ
아무튼 시골에 나이드신 분들만 남아 있는 것처럼 어촌에도 나이드신 분들만 남은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의 해녀분들은 솔찬히 돈벌이가 된답니다.(속닥속닥^^)

다 먹고 살려고 한일이라지만 ㅡㅡ
물질 어떻게 여자분들이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힘들텐데....

가끔 바닷가에서 해녀들을 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오리발을 끼고 거꾸로 물에 잠수하면서 물위로 나온 발이 파닥파닥하고 있는 걸 보면 안쓰럽긴 해요.

해녀 밥상, 말만으로도 그 향기가 전해집니다.^^

네, 해녀라는 이름이 바다의 냄새가 나는 이름이라서 더 그런 거 같아요.
바다와 뗄 수 없는 이름이잖아요.^^

산티아고에서 만넌 미국 사람이 말할 정도면 정말 제주도 여성들의 고됨이 얼마나 높은지 알겠네요. 정말 고생 중 고생이었겠어요 ㅜㅜ 돌담쌓고 불 쬐는것도 뭔가 짠하네요 정말 밥상위에 올라오는 반찬을 보고 고마움을 느껴야겠습니다

지금도 제주도 여성들의 취업률이 전국에서 탑이라고 하네요.
제주 여성들의 생활력은 대단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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