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다운 된장의 사용(이론편) - with 양용진 선생님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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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에 대한 역사적 기록

사마천의 사기에는 "시(된장)는 외국산(한국)이라 아무나 손쉽게 만들 수 없으니 이를 만들어 팔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어 놨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인이 보기에 우리의 된장은 특이한 식자재였으며, 그 맛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잘 만든 된장은 비싼 가격에 팔리는 걸 보면 사마천이 사업에 어느 정도 감각이 있었던 사람이었지 싶다. ㅋㅋ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고구려 사람들은 발효식품(된장)을 잘 만든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된장 냄새를 '고려취'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우리가 된장의 냄새를 맡으면 나는 퀘퀘한 냄새가 바로 고려취인 것이다.
요즘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보면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한다는데, 옛날에는 된장 냄새가 났나보다.

육지 된장과 비교한 제주도 된장의 특징

첫째, 제주도는 된장을 푸른콩으로 담는다.
육지에서는 흰콩(메주콩이라고도 함)으로 된장을 담는 것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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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제주도 푸른콩이고 아래는 메주콩이다.(자료 : 네이버 사진)

이렇게 된장을 담는 콩이 다를 뿐 아니라 된장을 담는 방법도 조금 차이가 난다.

육지의 된장 담는 방식은 내가 시골에 살때 배웠던 방식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링크 참조)
https://steemit.com/kr/@gghite/2ef3k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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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육지 된장 담는 방법

콩을 수확하는 가을이 되면 제주도 된장을 담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이번 가을에 기억하고 있다가 제주도 된장을 담아보고 다시 그 과정에 대해 포스팅을 해볼 생각이다.

둘째, 제주도 된장은 오래 발효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 기록에도 나오는 '고려취'라는 퀘퀘한 냄새가 덜 난다.
우리가 제주도에 이사왔을 때, 우리집 전 주인아주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육지 사람들은 매일 된장찌개 끓여먹는데, 아마 집에서 매일 된장찌개 끓여 먹으면 주변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싫어할 거에요."

난 그때는 그 말의 깊은 뜻을 몰랐었다.
제주도 된장은 육지된장에서 나는 퀘퀘한 발효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이질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는 좀 든다.
사실 그 퀘퀘한 발효 냄새가 진짜 된장찌개의 맛인데... 그걸 모르다니...

셋째, 제주도 된장은 주로 날된장으로 먹는다.
육지 된장은 주로 된장찌개로 먹어서 거의 끓여서 먹는데, 제주도의 된장은 날된장으로 그냥 먹는다.
그래서 일본의 낫토처럼 발효미생물을 살아 있는 채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효를 오래시켜서 나는 군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날된장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장을 먹기 때문에 날된장으로 쌈을 먹는다든지, 물회에 된장을 풀어 만들어 먹는다든지, 그냥 물에 된장을 풀어 냉국이라며 마시기도 한다고 한다.

넷째, 제주도 사람들은 청국장을 만들지 않는다.
제주도 된장은 기후적 특성상 발효를 오래 시키지 않기 때문에 육지에서처럼 발효가 될 때까지 먹기 위해 만드는 청국장을 만들지 않는다.
된장찌개의 냄새도 어색해 하는 제주도 사람이니 청국장 냄새라면...
절대로 집에서 청국장을 끓여먹지 말아야 할지도...ㅋ

제주도의 푸른콩으로 만든 푸른콩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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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푸른콩 된장은 한국에서 최초로 '맛의 방주'에 등재된 것이라고 한다.
'맛의 방주'란 비영리 국제기루인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전통 음식과 문화 보전 프로젝트로 199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것이다.
푸른콩 된장은 2013년에 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다.

푸른 콩은 서귀포 일대에서 재배하는데, 일반 콩보다 단맛이 강하고 7~8월이면 콩잎을 따다가 쌈을 싸먹기도 한다고 한다.
육지에서는 콩잎은 쌈으로는 거의 안 먹고 가을걷이 하기 전 노란색이 조금 들려고 할때 따다가 짱아찌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제주에서는 특이하게 쌈으로도 콩잎을 많이 먹는다고 한다.
며칠 전 동문시장에 장을 보러 갔을 때 보니 여기저기에 콩잎을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었다.
이래저래 제주도 식문화는 육지와 많은 차이가 있다.

제주도 푸른콩은 제주어로 '푸른독새기콩'이다.
독새기란 '닭의 새끼' 즉 병아리나 계란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푸른 계란 모양의 콩이란 뜻이다.

푸른콩의 가치는 토종씨앗이라는 데에도 있다.
농촌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씨앗은 종자회사에서 관리하는 종자가 많다.
병충해를 막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로 개량을 하고 약품처리도 하여 농가에 배포된다.
이렇게 종자 회사에서 나온 씨앗을 F1종자라고 하는데 이 종자는 가을에 채종하여 다시 농사를 지으면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해마다 종자회사에서 종자를 사다가 파종을 하게 된다.
언제나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잇점은 있지만, 나중에는 모든 농사를 종자회사의 손에 맡겨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 토종 씨앗을 찾아서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해마다 씨앗을 종자회사에서 사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은 언젠가는 비싼 씨앗값으로 힘들어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이미 해마다 씨앗값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제주도 푸른콩은 더 큰 가치가 있는 콩이란 생각이 든다.

푸른콩 생간장

푸른콩으로 된장을 만들 때는 메주를 오랫동안 띄우지 않아서 거기서 나는 간장도 진하지 않고 맑다고 한다.
푸른콩 생간장은 그래서 맛이 옛날 집간장처럼 간이 쎄고, 향이 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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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피된장

향신료로 쓰는 제피라는 나무의 잎을 넣어 된장에 향을 가미한 제피된장도 있다.
제주도에서는 집에 제피나무를 심어놓고 향신료로 쓰는데, 특히 자리물회에 꼭 넣어 먹는다고 한다.
푸른콩된장에 제피잎을 넣은 제피된장은 특이한 향이 나는 된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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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피나무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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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피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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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푸른콩 된장, 제피된장, 푸른콩 간장의 맛을 보았다.
약간 깔끔한 맛이 나는 된장과 간장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제주 음식을 가르쳐 주신 양용진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된장의 오덕에 대해 정리해 본다.

된장의 오덕(五德)
된장은 다른 맛과 섞여도 제맛을 잃지 않는다하여 단심(丹心)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음으로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해 준다하여 불심(佛心)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되므로 화심(和心)

요즘은 된장이 거의 대기업에서 나오고 있어서 직접 집에서 된장을 담아 먹는 사람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제주 된장과 관련해 제주도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었더니 그 친구도 된장은 잘 모르고 있었다.
전통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한 생각에 앞서 점점 잊혀지고 있는 전통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했다.

아무튼 다음 포스팅은 이런 제주 된장을 활용한 상차림을 차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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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포스팅이네요^^
다음 포스팅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저보고 이러다 제주음식 박사되겠다고 하네요.ㅋ
재미가 붙어서 엄청 열심이거든요^^

어제 마눌과 항아리를 조심스레 열고 된장을 걸러냈습니다. 덕분에 온 아파트가 구수한 냄새로 진동을 했죠... 그나마 만들어 먹는 된장이 있다는 것에 마눌에게 감사했던 하루였어요....

된장 가르기를 하셨군요.
그럼 된장도 간장도 생기셨겠네요.^^

역시나 된장입니다.

@himapan님 오랜만에 뵙네요^^
피드에서 잘 못 뵈어서 궁금했었는데, 저랑 시간대가 안 맞았나봐요.
언제나 열심히 하시는데 말이죠.
또 뵙겠습니다.

어디에서든 좋은 생활하시면 되지요. 감사합니다.

앗.. 오늘 저는 반조리 제품 포스팅을 하고 왔는데 이렇게 정성 가득한 우리 전통을 되새기는 된장 포스팅을 하시다니.. 반성됩니다...ㅠㅠ
제주 된장이 이렇게 다른 줄은 처음 알았어요.^^
한 번 맛보고 싶습니다-

반조리 포스팅 봤어요.
재료를 딱 맞게 보내주는 것이 좋긴 하겠더라구요.^^

된장의 오덕 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마도 된장은 메인 재료가 아니라 양념으로써 갖는 소양이 있나 봅니다.^^

재밌는 이야기네요. 잘 보고 갑니다. 예전에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할 때 성 박물관 부근 골목에서 제주전통된장을 담그는 집을 봤던 생각이 납니다. 뭐가 다를까 했더니 이렇게 많이 다르네요.

앗! 저도 자전거로 제주 일주했었답니다.
반갑습니다.^^

제주도 주민도 자전거 일주를 하는군요ㅎㅎ저는 대구 살면서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이고 관광지는 안 가본 곳이 참 많습니다.

냄새가 약한 된장이라니 신기하네요
제피나무 잎 된장은 완전 끌립니다ㅎㅎ

네, 아주 특색있는 된장이더라구요. 제피된장~~

푸른콩으로 된장을 만드는군요
처음 알았어요
담.에제주도갈때 유심히 봐야겠˸요

그렇다고 된장이 푸르진 않습니다.ㅋㅋ

된장의 오덕에 고개끄덕여 집니다.
콩간장도 한번 써보고 싶네요.
저 처럼 된장 좋아하는 사람은 된장에 대해서 알게되니
된장 담그는 법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드네요 ㅎㅎ
gghite 님 포스팅은 신중하게 읽게되요 놓치면 안될거 같은 ..
오늘도 감사합니다!

제 지난 포스팅에 된장 담는 걸 해두었는데, 기회되면 보세요.
아마 뉴욕에서는 담을 수 없겠지만요.ㅋㅋ

제주의 된장은 육지와 다르군요~
찌개나 된장을 먹을 때 맛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방법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네요^^
오늘도 잘 배우고 갑니다~

특별히 배우지 않으면 쉽게 알게 되진 않더라구요. 제주음식이라는 것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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