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이프) '인싸'가 되고 싶은 '아싸'이야기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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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지만 공원에 가면 여전히 꽃이 피고, 꽃향기가 나고, 예쁘게 꽃이 떨어지는 제주이다.
이런 제주에서 나는 '인싸'일까, '아싸'일까?

얼마 전 티비에서 <요즘 애들>이라는 새 프로가 생긴다는 예고를 봤다.
예고도 마치 한편의 콩트처럼 길게 하고 있어서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어 계속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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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 대표로 유재석과 김신영 그리고 안정환이 나오고, '요즘 애들' 대표로 한현민(고딩모델), 하온(래퍼란다, 난 모르는 아이ㅜ) 그리고 레드벨벳의 슬기가 나온다.
사실 나도 이젠 요즘 애들을 잘 모르겠다.
전에 육지에 살때 애들 과외를 오래 했었어서 그 당시 아이들은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원체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 톡톡 튀는 아이들을 다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요즘 애들'은 Z세대이고, 태어나면서 디지털을 익혔으며, 글쓰기는 못해도 영상으로 자기를 표현할 줄 아는 세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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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또다른 새로운 프로인 '나이거참'이라는 데서도 전원책 변호사와 10살 짜리 여자아이의 대화를 봤었다.

전원책 : 책을 많이 읽어야해.
꼬마 : 왜요?
전원책 : 사람은 열심히 배워야 하는데,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꼬마 : 아, 저는 유투브로 배워요.
(아이가 꼭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전원책 : 책을 읽으면 지식이 머리에 쌓이지만, 유투브를 보면 머리가 비어요.
꼬마 : ?????

아주 재미있는 대화였다. 요즘 애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요즘 어른의 전형적인 모습 같았다.

다시 <요즘애들>이라는 프로로 돌아와서, 요즘애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려면 그들이 쓰는 언어를 잘 알아야 한다고 하며 '인싸'가 무엇인지 물었다.
나도 티비를 보면서 자막으로 자주 나오는 '인싸'라는 말이 참 궁금했었는데... 아무튼 모른다.

인싸는 'insider'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싸는 맞다, 바로 'outsider'를 뜻하는 말이다.

요즘애들은 인싸가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자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아웃싸이더에 관심을 보였다.
저항정신을 보여주기도 하고, 주변인으로서 사회를 한걸음 뒤에서 보는, 고독한 사색가 같은 이미지가 있었던 아웃싸이더.
아마도 많은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아웃싸이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주도 생활에서 '인싸'가 되는 일은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은 제주도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라는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제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유롭게 제주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얼마전 나랑 같은 처지인 이주민인 친구들을 만났다.
한사람은 제주에 이주한지 8년 이상되었고, 한사람은 남편의 직장 때문에 잠시 제주에 이주해 와 있는데 벌써 2년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남편 직장 때문에 온 친구는 육지에 살림집을 두고 제주에 작은 오피스텔을 빌려서 살았다.
출장이 잦은 남편 때문에 조금 답답해 했고, 지금은 향토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그 친구는 살러 온 것이 아니라, 언제고 제주도를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싸'인 것이다.

다른 한 친구는 성격이 좋아서 인관관계도 완전 넓은 그런 친구다.
그 친구는 제주 생활 8년 만에 제주의 괸당 문화에 완전히 지쳐서 이제 그만 제주도를 떠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도 잘 적응하고, 그간 잘 살고 있었는데, 살수록 점점 자신이 외톨이가 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의 남편이 가지고 있는 프로패셔널한 업무 이력은 '제주 출신'에게 밀려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아싸'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근 이런 가게를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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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유명했던 제대로된 태국 음식을 하던 음식점.(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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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북쪽 바닷가에 있는 빵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특이한 책도 많은 북카페.(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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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전농로에 왕벗꽃 축제를 하면 그 어느 가게보다 북적이던 분위기 있는 커피숍.(폐업)

이들도 '인싸'가 되지 못한 것일까?

우리 사이에서는 그런 말이 있다.
"제주도 맛집은 무조건 인터넷에서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해보고 가야 한다."
이유는 언제 폐업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제주도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육지에서 제주도에 로망을 가지고 와서 살다가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8년의 제주도 생활을 접고 제주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해준 말은 이랬다.
"이방인처럼 살지.... 제주도민이 되려고 하다보니 어려워진거야..."

나도 오래오래 제주도에서 만족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너무 '인싸'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아는 언니네 귤밭에 귤따기 알바 갔을 때, 언니가 내게 물은 것도 그런 것이었다.

언니 : 제주도 살아보니, 어때?
나 : 제주도에서는 꼭 나처럼 안 살아도 돼서 좋아요.ㅋ 여행자처럼 살 수 있을 때까지 살아보려구요.ㅋ

나는 제주도 와서 처음으로 급식소 알바도 해보고, 식빵집 알바도 해보고, 귤따는 알바도 해봤다.
몸쓰는 일이 힘든 것도 있지만,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제주도에서 '알바의 신'이 되어볼 생각이다, 앗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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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 아싸 뜻을 알고 갑니다 ㅎㅎ
이방인처럼 살지... 요 말씀이 와닿네요 ㅎ

통속적인 말로, 우리 인생도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는 거니까요.^^

도민이 되려하지 말고 그냥 여행자처럼 살라는 말이 핵심이네요~~

제주도민들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을 일단 거부하고 보는 문화가 있는 것도 감안하면 너무 도민이 되려고 하는 건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거에요.

제주에 살면 좋겠어요.부럽네요.

특별한 섬인 거 같아요, 제주도는.
그래도 여행으로 오는 제주도가 더 좋습니다.^^

스팀잇 내에서도 아웃사이더이신 분들에게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역시 낯선곳에서의 적응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좋으면 서로서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일텐데, 요즘은 분위기 탓도 큽니다.
지금도 열심히 하고 계신데 더 열심히 하신다니 저도 힘내보겠습니다.^^

진정으로 즐기며 살다보면 본인도 모르게 녹아들지 않을까요? 아싸가 인싸가 되는....^^;

네, 저도 너무 인싸가 되려고 애쓰진 않으려고요.
천천히 어울려 보겠습니다.^^

저도 최근에야 인싸 아싸라는 단어를 알게 됐어요. 아싸면 어때요. 앗싸~! 신나게 사는 거죠. ㅎㅎㅎ

네, 충분히 신나게,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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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가게를 인싸가 되지 못했다고 표현한게 왠지 와닫네요..제주도에서 하고 싶은 거 하시면서 인싸로 사시길ㅎㅎㅎ

오랜만입니다.
아직 제대는 안하신 건가요?
요즘 제가 알바하느라 바빠서 피드를 잘 돌아다니지 못해서 이웃분들 소식을 못 접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저도 찾아가 보고, 어찌 지내시는지 봐야겠네요.^^

그냥 아싸로
그냥 살아보는 것으로
저도 그런 삶이 부럽습니다.
갑자기 떠나고 싶어지네요
그나저나 폐업하는 집이 많군요 ㅠㅠ 모두 아픔의 사연이 있겠지요

아마도 인싸가 되는 순간, 정체될 지도 모르지요.
어떻게 보면 아싸가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거 같아요.^^

인싸든 아싸든 제주도 언니는 멋지십니다.
Bravo your life ♡♡♡

에구에구, 응원 감사합니다.
저도 딱히 인싸든 아싸든 신경은 안 쓰느데, 요즘 그 말이 티비에서 너무 많이 나와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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