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6]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27) – 축구를 축구답게 보는 방법

in #kr6 years ago (edited)

축구 팬들은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를 관전하게 되는데 시청자들이나 경기장을 직접 찾는 축구 팬들을 위해 월드컵 축구를 좀 더 재미나게 보는 방법을 소개하기로 한다.

공만 보면 축구의 진수를 알 수 없다

TV를 통해서만 축구를 본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공만 쫓아다니는 카메라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 팀 11명이 하는 조직전술의 축구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유럽인들이 TV 관전 보다 경기장 관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운동장 전체를 보면서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축구의 흐름은 상대팀 선수를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인데 이를 ‘압박(pressing)’이라고 부른다. 압박의 정의는 ‘총체적인 전술적 행동’이다. 압박은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압박은 공통된 목적을 달성하고자 선수들이 동시에 협력하는 것이다.

압박에 대해 말할 때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상대팀이 공을 갖고 있어야 한다 2. 우리팀이 그 공을 빼앗기 위해 협력을 하는 상황이다

압박은 상대의 공격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들고 우리는 그 결과로 공을 빼앗는 것이다.

압박을 위해 최후방 수비수와 최전방 공격수의 간격이 어떻게 좁혀지고 벌려지나를 보는 것은 선진 축구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최전방 공격수와 수비수의 간격이 좁혀지면 압박이 잘될 수밖에 없다.

최전방 공격수와 최후방 수비수의 간격이 좁혀진다는 것은 상대의 공격을 경기장 중앙에서부터 압박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상대의 공격을 중간에서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이후 이 부분이 전보다 많이 향상 됐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압박축구를 했던 첫 번째 감독이 히딩크였다고 할 수 있다.

압박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알고 싶으면 공을 중심으로 간격을 유심히 지켜보고 이것에 대한 유지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체크해본다.

후반전 중반 이후까지 이런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압박’이 완벽히 실행됐다고 할 수 있다. 압박은 좋은 경기를 위한 지름길이다.

■ 압박을 깨는 방법 ‘빌드업’

축구에서의 '빌드업(build-up)'은 수비수가 공을 가지고 팀 동료에게 연결하며 적진으로 나아가며 공격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빌드업이라는 단어는 ‘쌓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마치 쌓는 것처럼 차근차근 전진하는 모양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빌드업은 압박을 깨는 데 중요하다. 빌드업을 할 때 상대 선수들은 ‘압박’을 통해 우리 진영으로 향해 오게 되는데 이때 빌드업이 잘 되면 압박을 깰 수 있다. 짧은 패스로 또는 긴 패스로 아니면 드리블로 빌드업을 하면서 압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빌드업의 종류에는 ‘정교한 빌드업’ ‘즉각 빌드업’ ‘혼합 빌드업’이 있다. 정교한 빌드업은 브라질처럼 짧은 패스로 조금씩 전진해 나가는 것이다. 즉각 빌드업은 긴 패스로 전진하는 것을 말한다. 혼합 빌드업은 긴 패스와 짧은 패스를 섞어서 전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 압박이 잘 되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압박 축구가 잘 되려면 전후방의 간격이 좁아야(무조건 좁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압박하는 간격이 다르다) 할 뿐만 아니라 공을 몰고 가는 상대팀 공격수의 패스 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 뒤로 붙어서 움직임을 불편하게 하고 또 패스길이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물론 주변의 동료 선수들도 상황에 맞게 압박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 선수가 열심히 압박을 하려고 달려드는데 다른 동료 선수가 멍하니 서 있으면 오히려 큰 구멍이 생기게 되고 상대팀은 아주 편하게 최전방까지 돌파를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압박이 잘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최전방과 후방의 간격 외에 공 주변에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이 많은지와 그로 인해 상대선수의 움직임과 패싱이 막히는를 보면 된다. 공을 빼앗기 위해 여러 선수들이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것과 압박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주지하고 지켜보자.

압박이 잘 되면 공을 빨리 뺏을 수 있게 된다. 또는 적어도 상대가 공격을 편하게 하지 못하게 한다. 압박을 잘하면 상대팀이 빨리 지치게 만들 수 있다. 빨리 지치면 후반전에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압박이 잘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되면 압박은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누군가 집중력을 잃게 되면 쉽게 위험에 빠지는 게 압박이다.

빌드업이 잘 되는지 확인하는 방법

수비수들이 전진패스를 잘하는지 보면 빌드업을 평가할 수 있다. 패스가 적절한 강도와 방향으로 잘 들어가는지 보면 빌드업이 잘 되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중간에 자주 끊기는 패스를 하는 수비수가 있다면 빌드업이 될 수 없고, 뻥축구로 전환하게 된다. 빌드업을 위한 롱패스와 다른 방도가 없어 멀리 뻥차는 롱킥은 큰 차이가 있다.

미드필더들은 수비수들과 근접해서 수비진영에서 패스와 드리블을 통해 정확한 전달을 하는지를 보면 빌드업이 잘 되는지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미드필더들이 중앙에서 빌드업을 했지만 요즘은 압박축구가 대세가 되면서 수비진영에서 수비수들과 유기적인 빌드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방 공격수들은 과거에는 패스를 받아 공격만 하는 역할을 했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중앙까지 내려와서 빌드업에 참여해야 한다. 빌드업에 참여해서 전진하는 축구를 잘하는지를 보면 훌륭한 공격수인지를 알 수 있다.

탈압박 능력을 누가 갖추고 있는가

상대방이 강력한 압박을 가할 때 혼자서 드리블 혹은 패스를 통하여 압박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탈압박이라고 한다. 상대 수비가 조직적으로 압박해 오는데 이를 드리블과 패스로 벗겨내면서 압박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이 능력을 갖춘 선수는 우리 팀에게는 효율적인 축구를, 상대팀에게는 소모적인 축구를 하게 만든다. 그리고 상대의 집중력을 흩어놓아 무기력한 플레이를 하게 만든다.

최전방 공격수는 수비에 참여하는가

현대의 선진 축구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도 압박과 빌드업에 참여해야 한다. 즉 최전방 공격수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진을 위한 빌드업을 할 때 팀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상대편의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해 골을 넣었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수비수의 잘못이기보다는 최전방 공격수의 잘못이다. 최전방 공격수가 수비시에 상대 수비수의 공격을 타이트 하게 방어하지 못한 결과인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의 수비 참여를 지켜보는 것은 토탈 사커를 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토탈 사커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축구 스타일이다.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담 방법은 어떤가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팀의 깊숙한 지역에서 패스를 받았을 때 미드필더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보면 미드필더들의 수준을 잘 알 수 있다. 골은 수비수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잘 나오는데 이는 미드필더들이 순간적으로 침투해서 빈공간을 찾아 골대를 향해 돌파를 하거나 쉬운 중거리 슛을 날릴 때 그렇다. 또한, 공격이 단순하다고 느껴지면 이는 미드필더들이 창의력이 없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측면돌파와 중앙패스 등을 골고루 잘 섞는지를 살펴보면 미드필더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수비수가 공을 보는지 사람을 보는지 관찰

위에서 소개한 압박이 잘 이뤄지면 사실 수비수들은 위기를 맞을 일이 거의 없다. 압박이 잘되는 팀과 경기를 하면 공이 중앙에서 커트 돼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1998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네덜란드에 완패했던 것은 중앙 압박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아무리 중앙 압박을 잘하는 팀도 몇차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상대팀 공격수가 수비 진영 깊은 곳으로 침투 했을 때 공을 몰고 가는 선수 바로 앞에서 수비하는 선수를 보지 말고 그 주변의 선수들이 공을 보고 달려드는지 아니면 다른 공격수의 침투를 잘 마크 하는지를 보면 그 팀의 수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수비수가 공을 좇아 가는 것은 강팀들에게도 자주 발생하는 문제인데 순간적으로 빠른 정비를 하는 팀은 골을 허용할 확률이 그만큼 적다고 할 수 있다.

중앙에서 공방전이 벌어질 때

경기가 소강상태가 되면 필드 중앙에서 공방전이 일어날때가 있다. 이때 공과 가까이 있지 않더라도 공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계속 움직이는 선수가 있고 강건너 불보듯 하는 선수도 있다. 전체적인 볼 흐름을 잘 간파하는 선수라면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데 누가 그런 선수이고 그렇지 않은 선수인지를 보는 것도 흥미 있을 것이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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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축구를 순간 그냥보고 단순하게 즐기는 편인데, 정말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계시네요 ^^

감사합니다~ 그냥 공부하면서 보다 보니... 부족하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시네요 ㅎㄷㄷ
이번 월드컵 국대 어떻게 보세요???

ㅎㅎ 감사드려요~ 글쎄요~ 압박과 빌드업이 잘 되는 팀이 아니라 잘못하면 완패의 수모를 적어도 한 차례 당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스웨덴 전은 비슷할 듯한데... 멕시코와 독일 전 중 하나는 큰 점수차 예상... 물론 제 예상이 빗나가주기를 바랍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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