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7]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25) – 축구를 통해 본 아프리카(I)

in #kr6 years ago (edited)

*** 튀니지 ***

아프리카의 강호는 튀지니다. 튀니지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아프리카팀으로는 월드컵 사상 첫 승을 거뒀다. 멕시코와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던 것. 튀니지는 1998년, 2002년, 2006년 월드컵에도 진출한 바 있다. 모로코와 마찬가지로 지중해 연안에 있는 튀니지는 195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다. 이 나라는 로마제국, 투르크제국, 프랑스로부터 수백 년 동안 지배를 받은 바 있다. 그래서 제국 지배의 영향이 지금도 미쳐지고 있다.

마지막 지배국인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튀니지는 축구에 관심이 높은 나라다.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다른 아프리카국과 마찬가지로 축구다. 튀니지는 월드컵 4회 출전을 비롯해 아프리카 챔피언스 리그 2회 우승,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등의 화려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런데 튀니지 하면 생각나는 것은 축구보다는 ‘재스민 혁명’이다. 튀니지 국화인 ‘재스민’의 이름을 따와서 붙여진 이 혁명을 통해 독재 정권이 붕괴되었다. 이 혁명에는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인터넷 미디어의 역할이 컸기에 더욱 의미가 부여되었다. 튀니지의 혁명은 이집트, 리비아 등으로 확산했다.

축구는 이러한 혁명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장소에서 반독재정권 구호를 외치는 민주화운동가들이 있었다. 독재 정권이 축구를 정권 유지의 앞잡이로 사용했는데 혁명 당시에는 거꾸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정치 혁명은 튀니지 축구 자체에 영향을 미쳤다. 독재 정권 시절에 축구는 정권의 지배를 받았고 이용을 당했다. 축구 클럽 운영마저도 정부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튀니지 최대 클럽인 클럽 아프리카인의 경우 처음으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회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이런 것도 혁명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마치 한국이 민주화로 각 분야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처럼 튀니지도 그러한 길을 걷고 있다.

*** 이집트 ***

지난 1934년 아프리카팀 최초로 월드컵에 출전했던 이집트는 1990년 같은 나라(이탈리아)에서 열린 월드컵에 56년만에 진출했다. 그리고 28년만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받았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무려 7회 우승을 차지한 이집트는 월드컵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부진을 보여 러시아 월드컵을 포함해 총 3회 진출에 그쳤던 것이다.

이집트는 2010년에는 FIFA 랭킹 9위까지 진입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서 이집트 축구 팬들의 기대는 매우 높다. 이집트 국가대표가 경기를 할 때 카이로의 거리는 한산해진다. 축구를 보러 경기장에 가지 않으면 TV 수상기 앞에 삼삼오오 모여들기 때문이다. 국대팀이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승리를 거두면 길거리는 축제의 장이 된다. 국기를 흔들고 경적을 울리며 운전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축구는 20세기 초반 영국인들에 의해 소개됐다. 1907년에 이집트 내에 축구 클럽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1921년에 이집트 축구 협회가 창설됐다. 이집트는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터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4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집트는 또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4강 진출을 이뤘다.

1950년대에 아프리카 축구 협회가 카이로에서 세워지며 아프리카 대륙에 축구가 부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나라가 이집트다.

역사가 깊고 아프리카 전역에 영향을 미친 이집트의 축구와 2011년의 ‘이집트 혁명’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을 해볼 수 있는데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

축구는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특히 그렇다. 이집트도 마찬가지인데 이집트 혁명 당시 ‘울트라스(Ultras)’로 불리는 축구 팬모임은 젊은 동료들이 무바라크 정권에 의해 무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시위에 앞장선 바 있다.

이들은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을 갖춘 그룹이었다. 축구 응원을 통해 이미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등의 단체행동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전에는 축구 응원에만 집중했던 울트라스는 이집트 혁명 당시 변혁을 외치는 데 집중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과격했다고 주장한다. 일제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은 일본인들에게 과격단체의 회원들이었을 것이다. 변혁을 위해서는 때론 강력한 반격이 필요하다.

축구를 누가 단순한 공놀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집트 혁명은 축구팬들에 의해 더 강력해졌다는 것은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 모로코 ***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모로코는 2026년 월드컵 개최를 원한다. 6월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최종 개최지가 결정되는데 두 후보지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 연합 사이트이고 다음이 아프리카의 모로코다.

모로코는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을까? 일단 모로코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서 부유하다고 여겨지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지만 빈부격차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청년실업률이 40%에 달한다. 청년들은 따라서 일자리를 찾으러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으로 떠난다.

유럽의 아프리인 중에 모로코인들이 많은 편이다. 프랑스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300만 이상(불체자를 포함하면 800만 추정), 영국에는 138만 명, 스페인에는 100만 명, 벨기에는 51만 명, 포르투갈에 70만 명, 스위스에 9만3천 명 등이 이주자로 살고 있고 이주자들의 자녀들이 축구 선수가 되기도 한다. 이들 중 약 30만 명이 모로코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유럽으로 이민을 간 후 축구 선수가 된 인물 중에 무스타파 하지는 유명한 선수다. 하지는 프랑스로 이민을 가서 축구를 접하게 됐고 이후 프랑스 리그, 잉글랜드 리그 등에서 뛰면서 각광을 받았고 모로코 국가대표로도 활동했다.

모로코가 주최하길 원하는 2026년 월드컵은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하는 대회가 된다. 32개국에서 16개 나라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48개국은 3개팀씩 16개조로 나뉘어 조별 예선을 펼치고 3개팀 중 2개팀이 32강에 진출하는 포맷이다. 32강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모로코는 이번이 5번째 월드컵 주최 신청이다. 그동안 1994년, 1998년, 2006년, 2010년에 주최 신청을 냈는데 모두 낙점을 받지 못했다.

모로코는 1956년 프랑스 식민지, 에스파냐 식민지에서 독립국이 됐다. 독립국이 되면서 곧바로 축구 조직을 갖췄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시기는 14년 후인 1970년이었다.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2라운드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1986년 역시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모로코가 역사적인 행진을 했다. 잉글랜드, 폴란드, 포르투갈과 한조에 있었던 모로코는 1승2무로 아프리카 축구 역사상 첫 2라운드 진출국가가 됐다.

모로코는 이후 계속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하다가 20년만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킷을 받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모로코는 메드히 베나티아(유벤투스 센터백), 아슈라프 하키미(레알 마드리드 라이트백) 등이 이끌게 되는데 이들이 이끄는 이집트는 러시아 월드컵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2002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누른 세네갈의 팬들이 길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있다]

*** 세네갈 ***

세네갈 축구하면 생각나는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전이다. 당시 세네갈은 월드컵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잔치’ 분위기였다. 그런데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1:0으로 눌러 이변의 주인공이 됐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축구계에서는 이를 ‘세네갈 쇼크’로 부른다. 약팀이 강한 팀을 누를 때 ‘세네갈 쇼크’가 언급된다.

이 경기는 여러모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게임이었다. 당시 세네갈의 감독은 지금 고인이 된 브루노 메추였고 그는 프랑스 출신이었다. 세네갈 선수들은 프랑스 등 유럽클럽에서 뛰는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 중원의 사령관은 비에라였는데 그는 세네갈 다카르에서 태어나 8살 때 프랑스로 이민을 간 인물이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감독은 프랑스인, 프랑스의 핵심 선수는 세네갈 출신, 그리고 지난 대회 챔피언과 월드컵 첫 출전팀의 대결, 아시아서 열리는 첫 번째 월드컵 경기 등 특이 사항이 많았던 경기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대회에서 세네갈은 8강까지 진출하며 강력한 인상을 남겼고 세네갈은 축제의 나라가 됐다. 다음은 주 세네갈 대한민국 대사관 웹사이트에 올려진 내용이다. “프랑스를 꺾은 후 세네갈 전역에 온 국민들이 축포를 쏘며 열화와 같이 일어나 수일 동안 축제를 즐겼다. 이 날은 세네갈의 오랜 식민지 종주국인 프랑스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확인한 역사적 날이었다.”

하지만 세네갈은 이후 월드컵에서는 계속 부진하다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세네갈은 프랑스 식민지였다. 프랑스에 의해 축구를 소개 받은 세네갈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1992년 아프리카컵에서 결승 진출을 이루며 축구계에 명함을 내밀었다. 세네갈도 한때 축구계의 부패로인해 몸살을 앓았다. 프로리그 창설을 앞두고 펀드를 잘못 관리해 어려움을 겪은 일 등 온갖 부패가 세네갈 축구 성장을 막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세네갈 팀은 모두 해외파 선수로 구성된다.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국내 리그가 활성화될 수 없는 환경이기에 해외파가 전체 선수를 구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네갈의 스타로는 리버풀의 윙어 사디오 마네가 있다. 마네는 EPL 최고의 윙어로 손꼽히는 선수로 위치선정, 빠른 드리블, 양발 사용, 체력, 폭발력 등을 소유한 선수다. 나폴리의 칼리두 쿨리발리는 세리에A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불리는 선수인데 피지컬, 대인마크, 슬라이딩 태클 등 모든 것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 나이지리아 ***

나이지리아는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리고 혼란기를 거쳐 1970년부터 1999년까지 군사 정권이 나라를 이끌었다. 1999년부터 민주화가 이뤄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6081달러인 이 나라의 인구는 무려 1억8600만 명이다. 공용어는 영어이다. 나이지리아는 1994년부터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이후 2006년을 빼고는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매번 본선 진출을 이뤘다.

나이지리아는 그러나 완전히 민주화가 이뤄진 나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축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2010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정부가 축구협회 간부들을 해고했고 2014년에는 16강에 올랐지만 8강에 오르지 못했다고 역시 간부들을 해고했다. 이에 대해 FIFA는 정치 불간섭의 원칙을 내세워 나이지리아 축구에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나이지리아는 바뀌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나이지리아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를 3:2로 누르고 금메달을 받으며 세계의 강자로 우뚝 솟아올랐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가 그렇듯 나이지리아의 축구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축구경기가 있을 때 아내(엄마)는 식사 준비를 해서는 안 될 정도로 축구광이 많은 나라다. 축구 인프라는 열악하지만 국민의 축구에 대한 사랑이 나이지리아를 축구 강국으로 만들었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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