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콩쥐 - 팥쥐 자매

in #kr6 years ago (edited)

좌측이 영천 고모, 우측이 북사동 고모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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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에게는, 위로 4명의 누님이 계셨는데..

그 중, 제일 큰 누님은 어릴 때 병으로 돌아가셨고..

셋째 누님은, 결혼까지 해서 사시다가..
어떤 연유에선지.. 목을 매고 자살하셨다고 한다.

하여.. 둘째와 넷째 누님.. 두 분이 남게 되었는데..

우리에게는.. 살고 계신 지명을 사용하여..
‘북사동 고모’와 ‘영천 고모’라는 애칭으로 불리웠다.

둘째인 북사동 고모는...
나름 지역 유지의 아들에게 시집을 가서..
꽤나 부유하셨는데.. 엄청 넓은 과수원도 갖고 계셨다.

그 과수원에는 사과, 감, 복숭아, 포도 등이 있었는데..
내가 어릴 때.. 거기서 뛰어 놀며.. 주렁주렁 열려있던
과일들을 마구 따먹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포도가 정말 맛있었다.)

넷째로, 여자 형제 중에서는 막내였던 영천 고모는..
멀리 시집을 가는 바람에.. 자주 만날 수는 없었는데..

딱 한번.
영천에 있는 고모집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낯선 동네에.. 아주 허름했던 집.
그 안에서 해맑게 웃으며 맞아주시던.. 고모 내외..

그때, 영천 고모는 내게..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천원 짜리 지폐를 세 장. 주셨었다.

감동....

왜냐하면.. 내 평생에 맹세코!
친가쪽 친척으로부터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용돈이었기 때문이다.

(북사동 고모는.. 과일은 그냥 먹게 했어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용돈을 준 적은 없다.)

그리고는.. 용돈을 받으면서도..
괜스레 미안해지는 마음.

그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왜 착한 사람들은 가난하지? 하는....

좋아도, 슬퍼도.. 눈물이 무척이나 많던..
울보인 영천 고모는.. 어린 내 눈에도 너무 착해서..
바보 같이 착해서.. 천사 같은 콩쥐 고모였는데 반해..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고, 무뚝뚝해서..
때론 쌀쌀맞게까지 느껴지는 북사동 고모는..
목소리도 좀 앙칼진데다가.. 욕심도 많아서..
심술쟁이 팥쥐 고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로도...

명절에.. 오랜만에, 영천 고모가 안부 전화를 해서..
잘 지내냐고.. 언니가 보고 싶다고..
또 눈물을 흘리셨다는데..

정작 전화를 받은 북사동 고모는.. 짜증을 내며..
앞으로는 전화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언니가 동생에게 그럴 수가 있냐고..
엄마와 나는 둘이 한참동안,
북사동 고모에 대한 성토대회를 했다.

그런데.. 잠자코 듣고 있던 동생이.. 대화에 끼어들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북사동 고모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내가 대학에 합격하고, 명절에 갔을 때..
조용히 불러서.. 잘했다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금가락지도 하나 주셨었어.”

헉!

처음 듣는 동생의 말에.. 엄마도, 나도 완전 깜놀했다.
북사동 고모에게도 그런 면이 있었다니!!!

솔직히 두 자매에게..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서로에 대한 기억들이.. 상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만 새삼 깨닫게 되었을 뿐...

어쩌면 두 고모는..
살아서는 서로 만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나중에... 하늘에서라도.. 꼭.. 화해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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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출동 감사합니다^^

벌써 화해 다하셨을거 같아요~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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