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연구 01 - 택시는 여성 승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in #kr5 years ago (edited)

최근 연구차 택시회사를 한 곳 방문했습니다. 사실 특정한 주제를 잡고서 그 회사의 운영방식을 탐구하러 갔는데요. 그 곳 노조 간부와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쪽으로 주제가 확장됐습니다. 다름 아닌 택시 기사분들이 여성 승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입니다.

저는 VCNC의 '타다'를 탈 때마다 여성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디자인했구나라는 인상을 받곤 했는데요. 일단 운전자가 승객을 대하는 기본 메뉴얼들에 평소 여성들이 택시에서 불편을 느끼는 지점들이 담겨 있습니다. 일단 불필요한 말을 건네지 않고, 차량 온도 등 불편한 점이 있는지를 묻는 것과 라디오나 음악을 크게 틀지 않는 것입니다. 급브레이크나 급엑셀을 밟지 않고 운전을 하는 것도 중요하죠. 심지어 차량 내 향기마저 신경을 쓴 듯 합니다.

특히 중장년, 노령층의 남성이 대부분인 택시기사들이 무심코 여성 승객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곤 하는데요. 여성 승객으로선 대화에 참여하고 싶지 않거나, 혹은 불편하고 불쾌한 말을 들어도 마음 가는대로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색하지 않는 한 말이죠. 일단 한국 사회에선 성별권력, 나이권력이 어느 정도 작동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택시기사 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어느 정도 인지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름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꼈던 한 택시회사의 노조 간부는 "정말 여성들이 그걸 불편해 합니까? 저는 오히려 우리 기사분들이 여기 가는게 맞냐고 물어도 젊은 여성이 대답도 안하고, 그런다고 하던데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분은 이런 얘기를 덧붙였습니다.
"우리 기사들이 이런 얘기도 해요. 요즘 젊은 여자들이 택시 안에서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막 욕도 하고 난리도 아니라구요."
"기사분에게 욕을 한다구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젊은 여성들이 택시 안에서 자기 친구들이랑 통화하는 것을 들으면 얼마나 욕을 잘하는지, 한참 듣다가 우리 기사가 '거기 아가씨, 말이 좀 심한거 아니에요?'라고 하면 그제서야 자제하다가, 시간 지나면 또 욕하고 그런다고."

저는 그 분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선생님. 아마 그 나이대에 남자와 여자 중에서 누가 더 친구들과 대화하며 욕을 많이 할까요? 누가 뭐래도 남자들이 더 많이 할겁니다. 그런데 기사님들이 왜 여자들 욕한 게 기억에 남았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특히 그 어르신들 나이대에 보기에 여자가 욕을 하는 게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실 욕을 하는 건 그게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는 아닌데요. 제가 여성들이 택시에 불편을 느끼는 지점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자마자, 기사분들이 젊은 여성이 버릇없거나, 욕을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중장년 기사분들과 20,30대 여성 사이에 인식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의미해요. 택시가 꼭 잡아야 할 수요가 여성인데요. 이미 여성이 택시를 외면한지 오래됐는데도, 왜 그런지를 택시 업계에서 잘 모르고 있는듯 해요."

그랬더니 이 분도 수긍했습니다.
"듣고 보니 맞네요. 소비시장은 무조건 여성 고객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확실히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어서 알아본 것은 택시기사에 대한 교육이었습니다. 현행 시스템에선 2년에 한번씩 택시기사들이 교통회관에 가서 교육을 받고 옵니다. 하지만 몇몇 분의 증언에 따르면 형식적인 교육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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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저도 타다 서비스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반 택시에 대한 것도 비슷한 경험이 많구요... 서울은 택시가 잡기도 어렵고 서비스도 나쁘고 해서 미국이 우버는 적어도 더 낫구나 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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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나 타다는 승객들이 바로 기사를 평가하고, 그게 바로 영업에 직결되니 훨씬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택시도 혁신하려면 그런 요소를 좀 차용해야 할텐데 말이죠.

보클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카카오 카풀을 좀 과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 요즘은 택시를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택시 기사님들이 민심을 잡으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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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꿔야 할 요소들이 많죠. 지금이 그걸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해볼 기회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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