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빅뱅] 공공의 이익을 경제적 인센티브로 만드는 방법

in #kr6 years ago

며칠 지나긴 했지만, 공교롭게도 제가 대학 기숙사 용적률을 높이자는 제안(경찰서 건물을 증축해 청년 임대주택을 짓는다면?)을 한 다음 날에 박원순 서울시장께서 도심에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겠단 발표를 했네요.

여러 언론보도가 많았지만, 핵심은 '용적률 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을 넣는 대신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이죠. 지구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주거용은 150~400%의 용적률을 받고, 상업은 600~1000%의 용적률이 적용됩니다. 준주거지역은 그 사이에 있죠.
용적률은 연면적/대지면적입니다. 다시 말해 용적률이 높으면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토지 개발의 사업성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이 용적률입니다.

저는 이전 글에서 "공공성이 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건물이 기숙사입니다"라고 썼습니다. 기숙사를 예로 든 이유가 있는데요. 용적률은 주변 지역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합니다. 주변지역이 다 저층인데, 한 건물만 우뚝 선다면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대학 캠퍼스 내에 지어진 기숙사는 여러 이해충돌, 갈등 관리 등의 문제를 학교 안에서 관리할 수 있죠. 기숙사 건물이 강의동 일조권에 지장을 준다해도 학교 내 구성원들이 동의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 그 예입니다.

용적률 상향은 사실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이익이 집중될 수 있고, 해당 지역에 인구가 몰리면 정주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 정주여건을 개선하려 기반시설을 더 투입하면 국민의 세금이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죠. 그래서 건물 용도의 공공성이 용적률에 새로운 검토 기준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제안도 비슷한 취지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임기 내인 3년간 한시적으로 도심 공공임대주택 포함건물의 용적률 상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내에 새로 지어지는 건물이 얼마나 있을지도 만무한데다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동의도 필요합니다. 교통과 기반시설 등 정주여건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박 시장의 임기 내에 실제로 상업건물에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이 들어갈 경우 도시와 주변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용적률을 일부 상향하는 정책적 아이디어는 지속됐으면 합니다. 공공의 목적을 경제적 인센티브로 만드는 시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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