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좋은 유통문익점의 '삐에로쑈핑'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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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가 방송에서 언급했던 '한남동의 한방통닭'에는 유명인이 다녀간 흔적이 참 많다. 식당 안 벽이 모두 유명인들의 사인으로 도배 되어 있는데, 그 중 으뜸은 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X-배너에 있다. 거기에는 '퀸연아님'의 사인이 있고, 그 옆에 뜬금없지만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사인이 있다. 10년전부터 사랑한다고 하는 글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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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통닭들이옵니다. 훈제향은 좋으나 작은 게 흠이지요.



그는 미국 유학시절 즐겨 마셨다는 '스타벅스'를 한국에 들여온 사람이다. 아침마다 그란데 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정용진 맥주'라고 불리는, '데블스도어'라는 이름의 수제맥주 펍도 만들었다. 맥주 마니아라는 그가 아이디어를 내고 조선호텔에서 일했던 식음료 전문가들로 TF팀을 구성해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곧 현실로 구현하는 대기업의 자본력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대기업의 자본력으로도 망하는 2세ㆍ3세도 많다. 이것도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외에도 '노브랜드', '피코크', '이마트 트레이더스', '일렉트로마트', '스타필드' 등 신세계가 내놓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보면 스스로 좋아하고 즐기는 카테고리에 특화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아니, 좋아하는 것들 중 될성부른 떡밥들만 치밀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이미 '온라인'에 쇼핑의 패러다임을 빼앗긴 '오프라인' 유통업체, 특히 '이마트'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롭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실적이 나름 좋은 것으로 보아 '카피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충분히 먹히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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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당도 정용진 부회장 작품이지요



그런 그가 지난달 말 신규 사업을 내놓았다. 코엑스에 1호점을 오픈한 '삐에로쑈핑'이 그것이다. 이마트의 할인 잡화점인 이 매장은 식품, 화장품, 패션, 명품잡화, 가전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일본 관광에서 빠지지 않고 들리게 되는 '돈키호테'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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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간에 맞춰 갔습니다. 이게 뭐라고 줄까지 서고 싶진 않아서


"필요한 상품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진열해 쇼핑 편의를 추구하는 대신 '보물찾기' 하듯 매장 구석구석을 경험하며 '득템'의 재미를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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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돈키호테랑 똑같쮸!?



'온라인'에서 따라하기 힘든 무기가 바로 '재미'다. 초특가 상품부터 시즌상품들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상품들이 여기저기 혼잡하게 진열돼 있다. 게다가 가득가득 채워 놓았다. 때문에 직원에게 물어봐도 정확한 위치를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아예 이런 옷을 입고 다니는데, 이것 역시 하나의 '재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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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탕진잼'이 가능한 아이템 등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하는 매장이다. 한참을 구경하며 돌아다닐 수 있기때문에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도 자연히 길어진다.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히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제품들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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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에서 가장 핫한 센카 퍼펙트 휩!
현지에서는 3000원 후반대이지만, 수입이라 어쩔 수 없는 것...



하지만 누가 먼저 가져가기 전에 얼른 주워 담아야 한다는 일본의 '돈키호테'처럼 되기에는 제법 제약이 있어 보인다. 상품 구매처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제품의 한계가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품은 계속 업데이트 되는 중이니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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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명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길목 구성이라 단점도 확실하다. 일본의 '돈키호테'에 방문했을 때, 사람많고 번잡한 곳을 싫어하고 체력까지 약한 '엄마'는 들어가자마자 지쳐서 금새 밖에 나가버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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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간식거리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11시부터 운영한다고...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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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쏘냐! 나가는 길에 소떡소떡 하나 먹고 감요. 흐흐. 나 이영자 입맛인가봐


'삐에로쑈핑'을 위해서 원래의 물류시스템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고 한다. 역시 똑같이 가져오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만큼 힘들었으리라 짐작되는 게 또 있다. 모든 매대마다 대중소 가리지 않고 '날 가져요!' 라고 소리치는 판촉용 POP가 그것이다. 하나하나 B급 갬성을 담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아 디자이너들 고생 많이 했겠다. 하얗게 불태웠으리라. 그대들의 노고에 건배.


실제로 저렴했음

역시 관광객을 노려야쥬

지하엔 시즌상품이 앞에 뙇!

명치 맞은 줄. 이벤트성 초특가인 듯

답답한 소리하시네 증말

과연 레어일까?

샀네 샀어 박스테잎

당신은 지금 이것을 사고 싶다

핫팩아님

열일하는 삐에로

샤랄라~

그 옆에는 알 만한 브랜드가 있음





의도한 바대로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많은 신세계잡화점이다. 하여간 해외 유통 시장에서 엑기스만 잘 뽑아오는 '재주 좋은 유통문익점' 인정?

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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앜ㅋㅋㅋㅋ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ㅋㅋㅋㅋㅋㅋ넘 센스있다아~!!

구석구석 보물찾기 하는 재미가 있어요 ㅋㅋ

어릴 때 문구점 구석에 쪼그려 앉아 이것 저것 보물을 찾던 기분이 날 것 같아요. 정말 하루가 금방 가버리죠- :-) 저처럼 돈키호테를 안 가본 사람들은 이런 게 있구나!!하며 그저 좋아할 것 같네요 ㅋㅋ

아하 그렇군요 ㅎㅎ 저도 처음 접했을 때 휘둥그레 했었죠. 이 사람 많고 번잡스러운 쇼핑몰은 또 뭐냐고ㅋㅋㅋ

안그래도 뉴스로 보면서 내부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소개해주시다니 ㅋㅋ 디자이너들 정말 고민 많았겠어요. 지금까지의 신세계&이마트랑 너무 다르네요.

오리지널이라고 볼 수 있는 일본의 돈키호테가 그 '잃어버린 20년'의 불황기 속에서도 성장을 멈춰본 적이 없다고 하죠. 온라인 쇼핑에게 손님을 빼앗기고 있는 이마트의 출구 전략 중 하나가 아닐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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