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어머니는 작가님

in #kr5 years ago

어머니는 작가님 @jjy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도 못 하시고 저녁때가 되어 친구분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시고 방안에서 혼자 계시던 어머니께서 다급한 목소리로
찾으신다.

어머니가 이상했다. 아니 어머니의 얼굴이 이상했다. 말씀조차
더듬거리시며 제대로 못하신다. 가만히 얼굴을 살펴보니 틀니보다
고르게 나 있던 어머니의 앞니가 작은 해바라기 씨를 물고 계신
것처럼 보인다.

우선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말씀을 하시도록 했다. 입이 심심해
곶감을 드시는데 뭔가 단단한 게 씹혀 뱉어냈는데 자세히 보니 이가
쪼개지면서 떨어져 나왔다고 하시면서 겁을 내신다. 그동안 아프지도
않은데 왜 이가 부서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저녁시간이라 치과도 없고 멀리 응급실을 갈 상황은 아닌 것 같아
일단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리고 내일 치과 문 여는 대로 가기로 하고
저녁을 드시면서도 불편해 하시고 밤늦도록 거울 앞을 떠나지 못
하셨다.

다음날 환자가 많아 오후로 예약이 잡혔다. 점심을 일찍 드시게 하고
예약시간에 맞춰 치과로 갔다. 잠시 기다려 사진을 찍고 이를 살펴 본
다음 몇 가지 질문을 한다.

“뭐든지 잘 씹어 먹고 사탕도 꼭꼭 씹어 먹어요.”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말씀을 하셨지만 원장님 대답은 다르다.

너무 단단한 음식을 씹어 드셔서 이에 균열이 생겨서 부서지고
쪽이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앞으로는 절대 딱딱한 거 깨물어 드시면
아무리 좋은 이를 해 드려도 또 부러진다고 그러지 말라고 다짐을
한다.

다행스럽게 어머니는 치조골이 튼튼해서 임플란트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신다. 지난번에 치료받은 어금니까지 한 번에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집으로 오신 어머니께서 목소리가 높아지신다. 전화기를 들고 자식들
집집마다 차례로 전화를 하신다.

“글쎄, 엄마가 이젠 늙어서 정신이 나갔지 뭐냐
매일 다니는 길에서 넘어져 이가 부러졌다.
치과에 갔더니 뿌리만 조금 남은 거 뽑아버리고
새로 해 넣어야 한다고 그런다.

그래도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누가 볼까봐
얼른 일어나 툭툭 털고 집으로 와서 이만하지.
다른 사람 같으면 어디 뼈가 부러지고 크게 다쳐
대학병원에 누워 있을 뻔 했지 않니?
이번에 부러진 이 하고 먼저 때운 이 두 개 새로 해서
아주 튼튼하게 박는데 팔십 만원 하고 오만 원이 들어.

다른 데 다친 데는 없고 조금 까졌는데 지금은 다 아물었어.
말짱하게 나았으니 아무 걱정 마라.”

이쯤 되면 어머니는 작가가 되고도 남으실 분이다.
작가가 되실 뻔 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덕분에 사또와 나는
어머니가 어쩌다 넘어지셨나, 병원은 다녀오셨나 제대로 검사는 했나
차례로 심문을 받느라 진을 빼고 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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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재밌으시네요. 다행이예요.^^

진짜 아까운 재능인데요? ^^

다행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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