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좁쌀 한 알로 한양 가기

in #kr6 years ago

좁쌀 한 알로 한양 가기 @jjy

예전 어느 산골에 아주 가난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선비는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막중한 책무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직 글공부에 전념하여 드디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기로 합니다.

산골에서 한양까지는 몇 백리가 되는 지 듣기만 했을 뿐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물론 부잣집에서는 여비도 두둑하게 준비하고
말을 타고 하인을 데리고 길을 떠났다. 그러나 가난한 살림에 여비를
따로 마련하기 어려웠다. 괴나리봇짐에 미투리를 매달고 걸어서 그
먼 길을 걸어야했다. 밤이면 한데 잠을 자고 때가 되면 물로 목을
축이고 인심 좋은 곳에서 얻어먹어야 할 형편이었다.

과거보러 가는 아들에게 여비 한 푼 마련해 주지 못한 노모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선비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여비는 필요 없으니
좁쌀 한 톨을 구해 달라고 했습니다.

노모에게 좁쌀 한 톨을 받아들고 한양으로 떠났다. 얼마를 걸어 산골
주막에 닿았다. 과거보러 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선비도 안으로
들어섰다.

주모가 나와 반색을 하며 맞이했다. 선비는 좁쌀을 건네며 중요하고
귀한 것이니 잘 보관했다 나중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주모는 선비가 건넨 물건을 살펴보니 분명 좁쌀이었다. 별 이상한
사람도 선비라고 과거를 보러간다고 속으로 쫑알거리며 마당에 휙
던졌다.

다음날 선비는 주모를 불러 어제 맡긴 물건을 찾았다.
주모는 처음엔 어리둥절하다 선비의 채근에 정신이 들어 마당에 휙
던졌더니 저 암탉이 쪼아 먹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선비는 노발대발 하며 그것은 보통 좁쌀이 아니라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물건인데 그것을 저 하찮으
닭에게 먹였으니 어떻게 하겠느냐고 호통을 쳤다.

혼쭐이 난 주모는 졸지에 그 닭을 대신 주었다.
선비는 닭을 안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리고 주막에 들어 가 같은
방법으로 이번에는 개를 데리고 나오게 되었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
하면서 한양에 당도할 즈음에는 말을 타고 대궐에 가서 과거를 보게
되었다.

당연 장원급제를 하고 벼슬길에 올라 가문을 일으켰다.

물론 아주 야비하고 비양심적인 이야기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요즘 청년취업난이 이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한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몇 차례
도전 끝에 포기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박스를 가득 싣고 언덕을 올라갔다.
지나가는 올라가기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니 하시는 말씀이

“올라가기 힘들면 내려 올 때 쉬운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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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한 톨이 말이 되었으면
요즘 세상에서는
이미 벼슬 이상이네요.^^

그러고 보면
옛날이 좋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저런 말에 속는 사람도 있었고

꽤 오래전에 아들과 함께 듣던 생각이 나네요.

평안하세요.

저도 들은 얘기였습니다.
요즘엔 저런 말 하면 당장 신고하겠지요.

더운 날씨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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