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기억의 두 얼굴

in #kr5 years ago (edited)

기억의 두 얼굴 @jjy

사람에게 있어서 기억이란 삶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인생이란 기억 지속적인 반복행위라고 할 수도 있으므로...

기억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영화들이 잊혀 질만하면 새 옷으로 갈아입고
표정을 바꾸고 우리 앞에 등장한다. 기억을 거꾸로 더듬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책이나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다.

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소소한 기억에 초점을 맞춘 일상이 수차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궁금해 할 때마다 하나하나 문을 열어준다.

어째서 오래 된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최근의 일들은 돌아서면
아득한지, 어떻게든 잊고 싶은 마음 아픈 기억들은 그렇게 애를 써도
지워지지 않고 이미 한 번 어디선가 본 듯한 일을 다시 경험하는 듯 한
데자뷰 현상이나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는 경험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지에 대한 해답은 모호하다.

운전을 하면서 백미러를 보면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보면서
방어운전을 하게 된다. 그 백미러를 자세히 보면 조그만 글씨를 발견 할
수 있다.

물체가 보이는 것 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내 기억을 통해 과거의 일을 돌이켜 보면 시간의 축약현상이 일어나면서
먼 시간을 단숨에 뛰어넘은 기억은 아주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생생하게
그 시절의 기억을 재생한다. 그래서 지나간 시절은 다 아름답다고 하는
통설이 작용한다. 첫사랑이 아름다운 것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바다위에 띄워놓은 부표 같은 기억의 표지를 떠올린다.
과거의 기억이 모두가 생생하지는 않다. 적어도 청춘을 지나 중년이라는
가파른 고개를 오르면서 슬프게도 과거의 기억도 가물거리기 시작한다.

산행을 하다보면 요즘에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데 예전에는 그것도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길을 찾거나 떨어진 일행과 만나기 위해 누군가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산악회 리본을 찾게 된다.

바위틈을 지나고 가시나무에 찔리면서 가까스로 노랑이나 빨간색으로
팔랑이는 리본을 발견하게 되면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면서 그 리본을
따라간다.

그리고 길을 찾고 일행과 합류하게 된다. 우리의 기억도 그렇게 내가
정해 놓은 표지나 남들이 제시하는 표지를 통해 험로를 빠져나오기도
한다.

나도 한 때는, 내가 왕년에 같은 단어들이 어찌 보면 허세가 아니라
가물가물 멀어지는 기억의 표지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의 표지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속도가 나이에 비례하고 있음에 우리로 하여금 궁색함을 노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래도 우리에겐 백미러가 있어 과거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추억에 잠겨
현실의 각박함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도 있고 누군가가 매달아 놓은
산악회 리본 같은 기억의 부표를 통해 망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오늘도 백미러의 먼지를 닦고 나 자신과 누군가를 위해 리본을 달기
좋은 날이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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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되셔요~~^^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그러게요 오늘 엄청 추운날이네요!!
jjy님두 감기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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