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이젠 끝났다.

in #kr5 years ago (edited)

대문.png

이젠 끝났다. @jjy

어제 늦은 오후부터 비가 내립니다.
봄비 치고는 싸늘한 기온에 다시 겨울옷을 걸치게 됩니다.
저만 그런 가 했더니 먼 산도 하얀 겨울옷 차림입니다.

봄비는 다른 계절과는 달리 마음에 스미는 느낌입니다.
움푹 꺼진 길에 빗물이 고이고 다시 빗방울이 담기는 모습은
볼수록 마음을 적적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를 보는 마음도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이맘때쯤이면 밭작물을 심느라 농촌은 분주해집니다.
그러나 쌀은 떨어지고 보리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바로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들다는 보릿고개입니다.

지난 가을 결혼한 딸이 봄도 되고 신랑을 데리고 친정나들이를
왔습니다. 아무리 보릿고개라지만 처음 온 새 사위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려고 이웃집에서 쌀 한 됫박을 얻어 상을 차리자
철모르는 아들이 흰 쌀밥 먹게 생겼다고 좋아합니다.

겨우 밥 두 그릇으로 장인과 겸상을 하도록 하고 쌀밥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린 아들을 누나하고 감자떡 먹자고 달래 보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손가락에 침을 발라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숨소리도 내지 않고
방안의 동정을 살피면서 기다립니다. 매형이 저 밥을 혼자 다 먹지
않고 남기면 엄마가 나에게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침을 삼키며
기다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부엌에서 딸을 데리고 감자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의 울음소리가 엄마의 가슴을 찌릅니다.

이젠 끝났다.
매형이 밥그릇에 물 부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Sort:  

먼-, 그러나 그리 멀지도 않은... 이젠
추억이 되어버린 이야기^^

가물다가 반가운 봄비가 흠뻑 와주었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2
JST 0.033
BTC 63318.34
ETH 3108.17
USDT 1.00
SBD 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