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in #kr5 years ago

피부 ≠ 인격@jjy

그동안 피부 좋다는 말을 들으면서 살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쓴다는
고가 화장품은 물론 그렇게 효과가 좋다는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것도
써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피부 관리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 흔한 썬크림도 쓰지 않고
심지어 여름이 되면 맨 얼굴로 나다니는 것도 예사였다. 평소에 화장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라 결혼하면서 다들 받는다는 신부셋트도 싫다고
했을 정도였다.

남들이 피부 좋다고 하는 말에 그냥 무신경하게 지나다 피해 갈 수 없는
복병을 만났다. 다름 아닌 주름이었다. 좋은 화장품을 사용하고 꾸준히
관리를 하면 개선 될 수 있다고 했다. 위로 아닌 위로를 들으며 나도
얼굴에 신경 쓰고 관리도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을 아주 잠시는 했었다.
마침 동안열풍이 불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타고난 천성은 어쩔 수 없는지 다시 무신경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예쁜 오드리햅번도 나중엔 늙어 죽더라, 테레사수녀님이 주름이 없어서
존경을 받는 게 아니라며 외모는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겨울쯤으로 기억한다. 아직 추위에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며 모르는 차가 자꾸 가게 앞에 무단주차를 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옆 건물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이고 한 동안 비어있던 옆집
2층 상가가 나갔다고 했다.

계약하고 인테리어를 공사를 시작하면서 무단주차와 공사자재를 쌓아
놓으며 가게 앞을 막기 시작했다. 그것도 승용차 한 대 잠깐 세웠다
빠지는 게 아니라 오는 사람마다 한 대씩 세우고 하루 종일 걸려 일을
마칠 때나 인사도 없는 가는 상식이하의 행동이 이어졌다.

다음 날도 가게 앞에 차를 대고 내리는 사람을 불러 장기주차는 안
된다며 근처 주차장 안내를 했는데 오히려 발끈해서 화를 낸다. 이쯤
되면 나도 그냥 물러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 이상 무단주차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불쾌한 내색을 하며 동네 사람들이 너무 야박하다고 투덜거리며 다른
곳으로 갔다. 알고 보니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에서 다들 한 마디씩
했다고 한다. 심지어 같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과도 인사도 없다고 할
정도이니 내가 끼어들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수시로 가게 앞을 막기는 했으나 장시간이
아니라 그냥 지나갔다. 그럴 때에도 얼굴을 마주치면서도 인사 한 번
없는 냉랭한 사람들이 공사는 몇 달을 끌며 소음과 먼지를 보내주었다.

어느 날 아는 사람이 옆집에 피부관리실이 들어온다며 혹시 아는 사람
아니냐고 묻기에 금시초문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배웅도
할 겸 길에 나가 바라보니 집기가 보이며 유리에 썬팅이 되어있었다.

피부는 인격이다.

순간 동의하기 어려운 문구를 싹싹 지우고 그 자리에 더 크고 선명하게
주차는 인격이다. 라고 새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나저나 은근히 걱정도 된다. 그 사람들 가게 오픈 전부터 동네에서
인심을 잃었으니 어디 가서 고객을 만들고 영업을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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