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엿 고리에서 도둑까지

in #kr5 years ago (edited)

엿 고리에서 도둑까지 @jjy

예전에 아이를 낳으면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뜻으로 대문간에
금줄을 쳤다. 금줄은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기도 했지만 부정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병균의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 금줄에도 남녀 구별이 분명했다. 새끼줄에 솔가지를
듬성듬성 끼워 만드는 금줄에 아들을 낳으면 보란 듯이 빨갛게
익은 고추를 끼워 넣어 장차 가문의 대를 이을 귀한 아들이
태어났음을 알렸다.

딸을 낳으면 금줄에 고추가 없고 솔가지만 달려 있는 것을 보고
한 눈에 알았다. 혹시 서운해 하는 마음이라도 있을까 위로하는
말로 엿 고리라고 했다. 이다음에 시집 잘 가서 친정 부모님께
엿을 고리에 가득 담아 드린다는 뜻이다.

요즘 세대에는 엿이 그다지 귀한 식품으로 선호하고 있지 않으나
예전에는 아주 중요한 식품이었다. 식량이 귀한 시절 고리 한 짝을
채울 만큼 엿을 고으려면 쌀 한 가마가 들어간다고 했다.

부잣집 맏며느리 친정 나들이에는 쌀 세 가마가 따라간다고 했다.
그 시절 쌀 세 가마는 없는 집 일 년 양식이라고 했으니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호사였다.

친정 나들이 한 번에 남들 일 년 양식이 필요했는지 계산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술 빚는 쌀 한 가마에 떡쌀도 한 가마가 필요했고
엿을 고는데 한 가마라고 했다. 나중에 바리바리 싸들고 올 터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블로그

그러면서 맏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도 있었다. 어려운 시절 엄마는
이른 아침 일하러 나가면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는 것은 온전히 맏딸의
몫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저임금 노동력이 어린
동생들의 학비가 되고 또 송아지를 몰고 와 실제로 살림밑천이 되기도
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시집가서 멀리 살다 오랜만에 친정에 오면 입에
맞는 거 하나라도 더 해 먹이고 싶고 무엇이라도 들려 보내고 싶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어려워 막상 필요한 게 있어도 차마 달라는 말을
못 하지만 딸은 눈치 볼 것 없이 먼저 챙기기도 했다.
오죽하면 밉지 않은 도둑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러던 것이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고 경제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점차 모계사회로 변하는 분위기다. 친정부모를 생각하는 마음도 딸이고
손자들도 외손자들이 더 따르고 있다. 좋은 옷 입었다고 하면 딸이
사주었다는 대답이고 여행도 딸네 식구들과 간다는 사람들이 많다.

딸 덕에 비행기를 타는 건 나중이라고 해도 당장 친구들 앞에서 전화를
받을 때에도 아들전화는 숨어서 받고 딸 전화는 앉은 자리에서 큰 소리로
받는다고 한다. 딸은 친정부모 용돈이나 선물 보낸다는 전화가 대부분이고
아들 전화는 돈 해달라는 소리에 남부끄러워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고
한다.

옛날처럼 금줄에 아들 낳았다고 고추 매다는 집이 없지만 이젠 딸 낳아
서운한 집도 없다. 밉지 않은 도둑과 가까이 살면서 가고 싶은 데 가고
친구처럼 속엣말 하고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이미지 출처: 다음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Sort:  

감사합니다.

세상은 바뀌고, 모든건 추억거리죠.

그땐 고추가 달린 걸 보면
멋도 모르고 좋아했어요.
참 옛날이지요.

엿고리 새로운사실늘 알고가요^^
지지마셔요 jjy님!!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딸을 하나 더 낳아야 할까요...ㅎㅎㅎ

Hey, hope you are having a nice day!

We stopped by to invite you to participate in the "Caption this photo" and "Finish this story" contests and win prizes worth 12 Steem!

Also check out 1Ramp on Android and Web.

Coin Marketplace

STEEM 0.33
TRX 0.11
JST 0.035
BTC 67020.94
ETH 3270.13
USDT 1.00
SBD 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