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보이지 않는 옹이

in #kr5 years ago

대문.png

보이지 않는 옹이@jjy

금색 보자기에 싸인 상자가 힘겹게 문을 비집고 들어온다.
뒤따라 쌀 포대가 들어오고 동생의 얼굴이 보이고 올케도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커다란 봉지를 들고 인사를 하며 들어온다.

뜻밖에 찾아온 동생 내외가 반가운데 무거운 짐을 옮기느라 힘들게
보여 도우려고 하니 무겁다며 옆에 오지도 말라고 한다. 주섬주섬
옮겨 나른 짐이 거실을 채운다.

휴일이지만 어떻게 시간을 냈느냐고 물었더니 지난 번 집안에 초상이
나서 상을 치르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제사를 못 지내게 되어 바빠도
산소에라도 다녀가려고 왔다고 한다.

사랑을 제일 많이 받은 딸은 가까이 살면서도 언제 산소에 다녀왔는지
가물가물하고 멀리 사는 아들은 어떻게 시간을 내서라도 다녀간다.
동생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크다.

천천히 물을 마시고 한 숨 돌리더니 힘들게 나른 박스며 봉지 속의
내용물을 궁금해 하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하나하나 풀며 설명을
한다.

몇 해를 두고 형제처럼 지내는 사람이 서울 생활을 끝내고 그렇게
소원하던 귀농을 했다고 들었는데 농사지은 쌀이라며 밥이라도 한 번
지어 먹으라며 보낸 것을 한 포대 가지고 왔다. 또 한 상자에는
감자가 담겨 있고 봉지에는 흙도 마르지 않은 싱싱한 대파가 들어
있었다.

박스에는 매형 신을 운동화와 어머니 좋아하시는 믹스커피와 아직은
따뜻하게 입으셔야 한다며 어머니 내복까지 사왔다. 그리고 마지막
금색 보자기의 차례다.

보자기 안의 상자 크기로 볼 때 배는 아니고 곶감도 아닌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거라며 풀어보라는 올케의 말이 궁금증을 부추기는
가운데 보자기를 풀었다.

보자기 속에는 얼핏 한라봉으로 보이는 과일이 나란히 줄을 맞춰
앉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천혜향이다. 이러고저러고 할 것 없이
앉은 자리에서 두 개를 먹고 뿌듯해 하는데 동생이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잠시 있다 나온 동생의 눈이 붉다.
부모에게야 어쩔 수 없는 아픈 손가락도 있겠지만 나는 동생에게
어떤 존재이기에 씀벅씀벅 뜨거운 눈물을 가두게 만드는지,
같이 나이 들어가면서도 가슴에 옹이로 박혀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핏줄에 대한 정과 측은함이 몰려온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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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사이가 참 지극하네요^^

맏이는 부모와 같다더니
동생이지만 누나가 많이 걸리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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