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스승] 시계처럼 사는 권력

in #kr6 years ago (edited)

인생 스승. 내게 한 수 가르침을 내려준, 멋지거나 찌질한 타인.
그들의 한 수가 쌓여 오늘날 내가 이뤄졌다.
그런 스승들에게 배운 얘기를 나눠보자.

"시계처럼 사는 삶"

시계처럼 사는 삶의 대표 주자는 아마 철학자 칸트일 거야. 강신주는 "쾨니히스베르크의 시계, 칸트"라고 표현하더군. 칸트보고 사람들이 시계를 맞췄다는 예화 유명하잖아.

칸트 말고도 나는 '시계처럼 사는 삶'을 목격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어. 가장 가까운 사람은 외조부였지. 귀가 후 외할아버지의 동선을 외울 정도였으니까. 옷을 갈아입고, 주위를 청소한 다음 그날 석간신문을 읽고, 저녁을 드시게 돼 있어. 그 후에는 담배를 반 개비만 피우셨지. 내가 볼 수 있었던 범위 밖에서도 항상 패턴이 같았나 봐. "점심은 샌드위치를 먹고 30분간 같은 길로 산책한다"라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15분간 맨손 체조한다"라는 걸 나중에 듣고 알았어.

그들은 부유하다

그런데 '시계처럼 사는 삶'의 밑받침은 부유함이야. 일상이 순탄한 건 일정 수준의 부가 있었기 때문이지.

칸트는 18세기에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야. 계몽 사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에 대한 교육이 매우 제한된 시기에 배운 사람이지. 외할아버지도 꽤 부자였어. 난 아니지만.

부유함이란 귀찮은 일을 하지 않게 해주는 쿠션 같은 거였다고 봐. 시계처럼 살 수 있는 평온한 일상이란, 부유함이 마련해준, 어찌 보면 상당한 권력이라고 생각해. 내가 가난할 때, 고민과 어려움으로 항상 흔들리는 불안함이 있고, 실제로 시계처럼 살 기회를 박탈당해봤지. 달리말해 삶의 주권 일부를 상실하는 거야.

시계는 장점이 있다

나는 평소에는 시계처럼 사는 삶을 염두에 두지만, 좀 더 가변적으로 살고 있어.
사람이 시계가 된다는 건 그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시계처럼 정도가 딱 좋은 거 같아.

평일에는 시계처럼 살아. 매일 거의 같은 음식 중의 하나를 먹고, 같은 요일과 시간에 거의 같은 일을 처리하고, 같은 시간에 산책하지. 이렇게 하면 건강을 지키고, 집중력이 생겨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참 좋아. 같은 슈퍼마켓에서 같은 재료를 같은 방식으로 요리한 걸 먹으니 체할 일이 없지. 장부 정리도 같은 시간에 하고, 장도 같은 요일에 거의 같은 곳에서 같은 걸 사지. 글을 쓰는 시간도 거의 같아.

다만 토요일에는 시계를 잠깐 잊어버려. 좀 더 늦잠을 자고, 끌리는 곳을 찾아가 여행하고, 먹고 싶은 걸 먹지.

시계 같은 삶은 아니지만, 시계처럼 사는 삶은 괜찮은 거 같아.

사족...

~ 애플 앱중에 '미리 알림'이란 기본 앱이 있어. 난 그걸 요일별로 만들어서, 할일을 죽 정리해놔.
~ 밴쿠버에 Mr. 강이란 분이 시간처럼 살았어. 그 분은 그 날 마지막 일정인 산책을 끝내고, 현관에 들어선 후 부인에게, "나 이제 가네. 책상 두번째 서랍" 하고 돌아가셨다고 해. 서랍 속에 든 건 유서와 사모님에 대한 평생 사랑 고백.
~ 남이 만든 루틴을 따라 사는 거와, 내가 만든 루틴을 따라 사는 건, 삶의 질 면에서 큰 차이가 있더라.
~ 가즈아로 이렇게 써도 되나?



스팀을 달려보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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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처럼살아라..계획적인 사람은 실폐하지않죠!

가즈아는 반말 전용 태그야. 계획적인 정도를 넘어서, 계획이 아예 삶에 녹아들어간 경지의 스승님이 보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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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처럼 살자.
시계를 지배하는 삶이네 ㅎ
멋져부려.

동감해.

응. 멋지게 시간을 지배하자구.

시간을 지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를 쟁취하는군.

시간을 지배하려고 부를 희망하는 걸 수도 있겠지.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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