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가지 않았던 길 - 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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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았던 길

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여섯번 째..



    빈자리라는 것이..   

이렇게 크게 와 닿을지는 몰랐다. 용현의 자리.. 남편과 아버지의 자리는 생각 그 이상으로 거대한 것이었다. 정순은 그대로 같은 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같은 것이 아니었다. 가장이 없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서러운 것이다. 떠난 자의 자리는 텅 비어있다. 사진 속의 미소만 남긴 채로..



가 보지 않았던 그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


명은은 용현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한 마디 질문을 했다.

"이제.. 아빠 못 봐?..."

정순은 눈물 짓는 명은을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명은아.. 아빠 하늘나라에 먼저 가 있는데, 아빠는 항상 지켜보고 있을거야."

대답 대신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용현의 빈자리는 컸다.

장례를 마무리 하고.. 정순은 선뜻 마을을 떠나기가 어려웠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동네 사람들, 시장에서 장사했던 사람들이 있어 위로가되었다. 용현 없이 혼자서 생활을 해 나간다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되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것으로는 생활하는데 부족함이 따랐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명은이었다. 명은은 슬픔이 쉽게 가시지 않았나보다. 곧 학교에 들어가야 하지만, 집안에 닥친 일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
장례가 마친 뒤 광업소 직원이 정순을 찾아왔다. 위로와 함께 광업소 선탄장에서 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선탄장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인들이 와서 탄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생계를 고민하던 정순은 광업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비록 약한 몸이지만,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선탄장 일을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선탄장에 가기로 한 날.
정순은 명은을 깨워 아침을 먹였다. 아침을 먹이고 나서 이웃집에 부탁을 한다. 또래 친구, 동생들이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된다.
명은은 새로운 곳으로 일하러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친구가 있어 같이 놀기는 했지만, 이제는 엄마는 시장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서 일을 한다. 엄마가 자리잡고 장사를 했던 곳은 이제 다른 아주머니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아빠도 이제는 볼 수 없다. 저녁마다 글을 배우려는 이웃들과 함께 하면서 시끌벅적했던 집안도 침묵이 흐른다.

뭔가 자신의 자부심이 사라졌다.

한 순간에..


명은은 선탄장에 다녀온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정순은 평소와 다름없이 미소를 짓는 모습이었다. 급하게 저녁 밥상을 차려주며 숟가락을 쥐어준다.

손가락이 시커먼 탄가루가 끼어있다. 아버지 용현의 손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가보지 않은 길을 정순은 시작한 것이다.




 명은 아빠.. 어떻게 해야 해?..


  선탄장 작업..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탄을 선별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선탄장에 일하는 직원들도 직접 말을 하지는 않지만 자기와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기에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학교를 들어가야 하는 명은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에 자책감이 몰려든다. 어서 작업 마감시간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작업이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명은이 집앞 골목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밥도 안 먹고...

명은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명은 아빠! 어떻게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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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여섯번 째 이야기입니다.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소설형식으로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 속에 나오는 이름은 가명이며, 세부적인 사건들은 상상을 가미한 소설입니다.
    소설을 쓰면서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느끼고 표현한다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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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탄광촌 꿈이 시작되다. https://steemit.com/kr-pen/@jsquare/66vya7-1
#2 현실 그 이상의 가치를 바라보며 https://steemit.com/kr-pen/@jsquare/6ww8b6-2
#3 장마가 지나가면 https://steemit.com/kr-pen/@jsquare/3qbcah-3
#4 새로운 연결 https://steemit.com/kr-pen/@jsquare/6djrwn-4
#5 그 해 겨울 https://steemit.com/kr/@jsquare/2tfhng-5

가을에 접어들면서 여러 포스팅 거리들이 있지만 올해가 가기전에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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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은 묘사가 좋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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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꼭 마무리하세요.

응원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좋은글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jsquare

감사합니다. ^^

느낌이 심훈의 상록수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정확히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인물들이 담백하고 때가 묻지 않았다고 해야할까요. 인물설정이 대단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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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 아무래도 짧은 시간동안 들은 이야기로 구성을 하다보니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ost picture Look as if some stones under water of I guess right...

Picture is coal. This post is a serial novel. Story of coal mine town

Image from pixabey.

Oh that is really nice..

That means I guess wrong hehe..

Thx for feed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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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탄장이란 곳이 그런 의미의 아픔이 있는 곳이군요.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 선탄장인것을 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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