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의 어원?

in #kr5 years ago (edited)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이 말의 어원을 알고 계신가요?

대개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깊은 인연(因緣)을 맺는다’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답니다.

중국에 진시황(秦始皇)이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을 계획(計劃)을 세우고 기술자(技術者)와 인부(人夫)들을 모아 대역사(大役事)를 시작(始作)했을 때다.

어느 젊은 남녀가 결혼(結婚)하여 신혼생활(新婚生活) 한달여 만에 남편이 만리장성을 쌓는 부역장(賦役場)에 징용(徵用)을 당하고 말았다.

일단 징용이 되면 그 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狀況)에서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안부(安否) 정도는 인편(人便)을 통해서 알 수 있었지만 부역장에 한번 들어가면 공사(工事)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그 신혼부부는 생이별(生離別)을 하게 되었으며 아름다운 아내는 아직 아이도 없는 터라 혼자서 살고 있었다.

남편을 부역장에 보낸 여인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외딴 집에 지나가던 나그네가 찾아 들었다.

"길은 먼데 날은 이미 저물었고 이 근처에 인가라고는 이 집밖에 없습니다.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하고 정중(鄭重)하게 부탁을 하는지라 여인네가 혼자 살기 때문에 과객(過客)을 받을 수가 없다고 거절(拒絶)할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인에게 사내가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이 외딴집에 혼자 살고있는 듯한데 사연이 있나요?”

여인은 숨길 것도 없고 해서 남편이 부역가게 된 그 동안의 사정을 말해 주었다.

밤이 깊어가자 사내는 노골적(露骨的)으로 수작(酬酌)을 걸었고, 쉽사리 허락(許諾)하지 않는 여인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면 너무 허무(虛無)하지 않소?

그대가 돌아올 수도 없는 남편을 생각해서 정조(貞操)를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아직 우리는 젊지 않습니까?

내가 당신의 평생(平生)을 책임(責任)질 테니 나와 함께 멀리 도망가서 행복(幸福)하게 삽시다.”

사내는 저돌적(猪突的)으로 달려들었고, 깊은 야밤에 인적도 없는 외딴집에서 여인 혼자서 절개(節槪)를 지키겠다고 저항한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여인은 일단 사내의 뜻을 받아들여 몸을 허락하겠다고 말한 뒤, 한 가지 부탁을 들어 달라고 조건을 걸었다.

귀가 번쩍 뜨인 사내는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 줄 테니 말해 보라고 했다.

“남편에게는 결혼식을 올리고 잠시라도 함께 산 부부간의 정의(情誼)가 있는데 부역장에 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어려움에 처했다고 해서 그냥 당신을 따라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새로 지은 남편의 옷을 한 벌 싸 드릴 테니 날이 밝는대로 제 남편을 찾아가서 갈아입을 수 있도록 전해주시고 증표(證票)로 글 한장만 받아 오십시오.

어차피 살아서 만나기 힘든 남편에게 수의(壽衣)를 마련해주는 심정으로 옷이라도 한벌 지어 입히고 나면 당신을 따라 나선다고 해도 마음이 좀 홀가분해질 것 같습니다.

당신이 제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저는 평생을 당신을 의지(依支)하고 살 것입니다.

그 약속을 먼저 해주신다면 제 몸을 허락하겠습니다.”

듣고 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심정(心情)으로 덤벼들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 욕정(慾情)을 채운 뒤 곯아 떨어졌다.

사내는 아침이 되어 흔드는 기척에 잠에서 깨었다.

젊고 예쁜 여자의 고운 얼굴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니 잠결에 보아도 양귀비와 같았다.

저런 미인(美人)과 평생을 같이 살 수 있다는 황홀감(恍惚感)에 빠져서 간밤의 피로(疲勞)도 잊고 벌떡 일어나서 어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길 떠날 차비를 한다.

여인은 사내가 보는 앞에서 장롱 속의 새 옷 한 벌을 꺼내 보자기에 싸더니 괴나리 봇짐에 넣었다.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심부름을 마치고 와서 평생을 해로(偕老)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드디어 부역장에 도착했다.

감독(監督)하는 관리에게 면회(面會)를 신청(申請)했다.

옷을 갈아 입히고 글 한장을 받아가야 한다는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옷을 갈아 입히려면 공사장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한 사람이 작업장을 나오면 그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規定) 때문에 옷을 갈아 입을 동안 잠시 교대(交代)를 해 줘야 한다는 말을 한다.

여인의 남편을 만난 사내는 관리가 시킨대로 말하고 그에게 옷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옷 갈아입고 편지 한장 써서 빨리 돌아오시오.”

말을 마친 사내는 별 생각없이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옷을 갈아 입으려고 보자기를 펼치자 옷 속에서 편지가 떨어졌다.

“당신의 아내 해옥입니다.

당신을 공사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이런 연유(緣由)로 외간(外間) 남자와 하룻밤 같이 자게 된 것을 두고 평생 허물하지 않겠다는 각오(覺悟)가 서시면 이 옷을 갈아 입는 즉시 제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시고, 혹시라도 그럴 마음이 없거나 허물을 탓하려거든 그 남자와 다시 교대해서 공사장 안으로 도로 들어가십시오.”

자신을 부역에서 빼내주기 위해서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다고 한다.

그 일을 용서하고 아내와 오순도순 사는 것이 낫지, 어느 바보가 평생 못 나올지도 모르는 만리장성 공사장에 다시 들어가서 교대를 해주겠는가!

남편은 옷을 갈아입고 그 길로 아내에게 달려와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 만리장성 공사 현장에는 언젠가부터 실성(失性)한 사람이 보였다고 한다.

혼자서 뮈라고 중얼거리면서 그 큰 돌을 옮기고는 했는데 옆에서 들어본 사람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고 한다.

"하룻밤 밖에 못잤는데 만리장성을 쌓는구나~!"

'하룻밤에 萬里長城을 쌓는다'는 말의 원 뜻은 우리가 알고 있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가 아니라 과욕(過慾)을 경계(警戒)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어딘가에서 들은 내용 같지 않나요?

그래도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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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완전한 반전이네요 ㅎㅎ

반전이죠?

님의 댓글에 @gomdory 가 찾아오길 바라요.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싶네요

네, 이런 게 진정한 사랑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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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이야기는 여러가지 버전이 있고,
위와 비슷한 버전도 있기는 하지만,
너무 각색을 심하게 하여,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

진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은 것은 bc 200년 경이고,
종이가 발명된 것은 후한 시대인 ad 100 년 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진시황제 당시의 글자는 죽간이나 목간에 주로 썼을텐데,
종이가 아니라 죽간이나 목간이라면,
위의 이야기는 성립할 수가 없게된다.

각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앞뒤 생각하면서 각색해야 된다고 봅니다.

지인한테서 받은 게 재미가 있길래 몇 군데 오탈자와 틀린 한자 삭제하고 수정해서 올렸는데..... 죽간 이런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역시 대단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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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중간에서 글로 만드는 도중에,
종이 이야기가 들어간 것 같네요.

엄밀한 관점에서 위의 글을 보니,
편지 라는 말은 있는데, 그 편지가 종이라는 말은 없네요.
편지가 죽간이나 목간 일 수도 있고, 비단 일수도 있고,
그냥 그 옷에 적어 놓은 편지 내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후한 시대의 왕실에서 물품 보급을 담당하던 내시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여 그 재료와 가공법의 저렴함과 사용의 편리함에서 황제의 칭찬을 받았다
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채륜이 공식적으로 도입한 것이고,
그 전에도 종이가 일부 만들어져 사용되었다는 말들도 있지만,
bc200년까지로 거슬러 갈지는 모르겠네요.

또, 진시황 이라고 특정되지만 않았다면,
만리장성도 오랜 기간에 걸쳐서 보수되었으니,
종이 발명 이후에,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암튼 잼있는 이야기와 생각할 거리를 전해 주셔서 감사.

간단한 힌트 하나에도 이런 긴 글을 내놓다니 대단하네요. 감탄해요. ^-^

재밌게 읽었네요 ㅎㅎ
이런의미인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ㅎㅎ

그렇죠? 나도 처음엔 그랬어요.

님의 댓글에 @gomdory 가 찾아오길 바라요.

곰돌이가 @jisoooh0202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3을 보팅해서 $0.011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837번 $12.575을 보팅해서 $11.303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내의 하룻밤을 이해하고 아들딸 낳고 잘 살았으니 해피엔딩인 것 같습니다~^^

아내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에요.

님의 댓글에 @gomdory가 찾아오길 바라요.

heterodox님이 kgbinternational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heterodox님의 디클릭이 드디어 실질적인 광고기능을 하는 듯 합니다.


스팀파워 임대자들의 글들을 홍보해주고 있는 모습이네요. kgbinternational의 글이 노출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comsama님의 글 덕분에 알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디클릭의 새로운 기능을 실험해보고자 글을 새...

야사는 항상 재밌네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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