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필 프리티(I feel pretty)를 보고 와서 이런저런 생각

in #kr6 years ago

아이 필 프리티. 아이엠 프리티가 아닌, 아이 feel 프리티.
영화속 주인공은 판타지처럼 바바인형의 몸매와 얼굴을 가지는것이 아닌, 현재의 자기의 몸에서 마법처럼 '자신감'을 얻는 내용이다. 그 자신감이 남들이 비웃어도, 부정해도, 자기가 그렇다 믿는 강한 자신감. 영화속에서 빵빵터지는 유머들은 너무나도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영화속 내용중에 공감이 되면서도, 많이 감동받는 부분도 있었다. 우리가 그 어떤 모습이라도, 이런 나를 사랑하는것. 그것이 어려워도 괜찮다는것. 그것을 다독일 수 있는 용기..

  1. 사회생활을 하는 나에게 있어서, 하루의 가장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시간은 바로 ‘외출 준비’일 것 이다. 어떤 친구들은 외출 준비를 하는데 두시간 이상은 걸린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적지만 적어도 사십 분에서 한시간 정도 걸린다. 머리는 일단 감아야 하고, 화장 등을 해야 한다. 어쩌면 화장은 예의라고 배워왔기도 했지만, ‘화장을 하지 않으면-> 무시 받는다.’라는 이야기를 이미 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들어왔었다.

  2. 나만의 개인 공간인 sns프로필사진부터, 옷은 어떻게 사야하는지, 립스틱은 어떻게 발라야 하는지, 그것은 모두 나만의 자유로운 선택과 의지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어쩔 때 보면 나는 그것의 선택에 앞서서 누군가들의 비방과 조언 아닌 오지랖을 받을 때가 있다. ‘너는 이렇게 해야 어울려. 너는 이렇게 해야 맞아. 그렇게 꾸미면 이상해.’ 오지랖의 목적은 상대방이 걱정이 되어서. 안타까워서, 그 사람에게 ‘옳은 방향’을 인도해 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걱정과 안타까움은 ‘이 사람이’ ‘내가 원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타율적인 강요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진정한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 대해서, 아니 -. 그 사람에게 있어서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를’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해본적이 있었을까.

  3. 세상은 다양성이 인정되면서도 어떤 중심적 가치에 대해서 논의하기에는 매우 과도기적이며 아노미의 상황이다. 그러한 곳에서 한국이라는 이 땅에서, 우리가 과연 상대방에게 (내가 그 사람을 잘 안다고 확실할 수도 없으며) 내가 경험했고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뿌리깊은 어떤 무엇인가를 과연 내밀 수 있을까? 하지만 사상의 자유와 생각의 자유가 만무한 이 세상에서, 유독 ‘미’라는 개념은 각자에게 ‘어떤 일관된 측면’만을 요구한다.

  4. ‘이 일관된 측면의 미’라는 것은 성차별적인 발언과 편견만이 아니다. 편견을 벗어나라-. 라는 이 말 또한 어쩌면 당신의 일관된 측면일 수도 있다. 외모에 대한 자존감이 없는 이에게, 너는 외모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져! 그것이 너의 문제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그 사람을 위한 것일까? 요새는 탈코르셋의 운동이라는 것과 함께, 여자들이 코르셋으로 조여 있는 화장품이나, 다이어트등의 개념에 대해서 깊게 논의 중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코르셋이라는 개념으로 기인되었던 화장품과 다이어트는 어쩌면 우리에게 코르셋으로 작용이 될 수도 있으나,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탈코르셋의 ‘도구’로도 작용하기도 한다. 한 소중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이 코르셋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라면-. 그것은 너에게 맞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이 집착적 요소로 보이고, 수동적인 잘못된 개념이라고 생각하여 그것을 벗어나라고 강요하는것은 과연 맞는 것일까. 그 누구도 감히, 이것이 자유롭지 못한 짓이라고 추긍할 수 있는 것일까.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이나 다이어트가 자기 의지와 자기 선택에 있어서 주체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닌것 같으나, 그것을 남에게 아니야-. 하지마. 라는 것은 너무나도 다르다.)나 또한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방에게 호감으로 보여지고 싶은 욕구가 큰데, 그러한 기대 충족 요구 라는 게 이 사회에서 후천적으로 형성이 된 것이라면, 화장과 다이어트는 분명 나의 선택에 의해서 행해지지만, 그것의 목적은 ‘나 자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대를 충족하는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자의 목적도 있으나, 후자의 나를 사랑하기에 내일도 화장을 하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6. 사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떠나서, 화장과 다이어트, 외모에 대한 문제와 콘텐츠의 비비방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사회가 얼마나 이렇게 심각하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만연하게 보고 있는 콘텐츠와, 만연하게 듣고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있던 편견과 생각, 습관들속에는 분명 심각한 문제들이 곯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방하는 움직임과,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도, 그것을 방어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 문제들속에서 가장 핵심이 되고 중심이 되는 것을 제기할 수 있다면. 모두가 납득하고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이 제시가 된다면.

  7. '예쁘게 꾸며도 괜찮아.'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가 생각하는 美 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후천적으로 생겨난 '미'의 개념을 넘어서서 우리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미'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의미가(그리고 그 의미가 보편적으로 굳어지는 것이)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예쁘다라는 말은 나쁜것이 아니다!!) 일단 나는, 나의 아름다운 부분중의 하나가 남을 경청하는 자세라고 생각이 든다. 이것은 나의 아름다운 부분중의 하나이다. 또한 나는 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의 몸중에 가려운 부분들을 잘 긁을 수 있다. 이것 또한 아름다운 부분중의 하나가 아닐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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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에 나온 천문학자 이야기가 있죠.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판단한다고..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어린 슈렉이였다면 그 책이 그렇게 많이 읽혔을까요? ㅋㅋㅋㅋ 겉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는 어린 왕자 본인은 압도적으로 귀엽다는 아이러니.. 자기 선택이죠. 세수를 하거나 화장을 하거나 옷을 좀 깔끔하게 입고 나가는 것이 예의라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것들이 족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저는 그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으앜ㅋㅋㅋ어린왕자를 예로 말씀해주시다니. 역시 소코반님:) 저도 계속 왔다갔다하는것 같습니다.

이 영화 예고편 재밌어서 꼭 보고 싶었는데, 저런 깊은 뜻이 있다니 시간되면 영화관에서 팝콘먹으면서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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