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느 정도 자폐 증세를 갖고 있다-습관의 힘(#31)

in #kr6 years ago

빗방울 대문.jpg

자폐 아이를 바라보는 4가지 시선

요즘 저는 자폐 아이를 가끔 봅니다. 가까이 귀촌 이웃 가운데 그런 아이가 두어 명 있거든요. 아이의 남다른 행동이 쉽게 눈에 뜨입니다. 이 곳 스팀잇에도 몇 분을 알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자폐 증세를 갖고 있지 않을까.

자폐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줍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다양하거든요. 이를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짚어볼까 합니다. 저는 대안적인 자녀 교육을 고민하다가 자폐를 알게 되었고,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1 부모 처지-라운 카우프만의 부모에게 영감을 얻다.

우리 아이들을 한창 키울 때였습니다. 보통 부모로서 당연히 고민도 많고, 꿈도 많습니다. 주입식 학교 교육을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 저는 대안교육을 알리는 <민들레>라는 잡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자폐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동굴에서 걸어 나오기’. 라운 카우프만의 이야기입니다. 그 일부를 인용해봅니다.

*태어난 지 18개월 되었을 때 고도자폐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I.Q 테스트 결과는 30 이하였다. 누가 불러도 응답하지 않고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한 자리에서 뱅뱅 돌거나 몸을 앞뒤로 흔들고 얼굴 앞으로 손부채질을 하는 식의 반복행동만 끊임없이 되풀이하면서 평생을 살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전문가들의 그런 진단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뭔가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3년만에 그 일을 해냈다. 그 뒤 라운은 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대학에서 생체의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미국자폐증치료센터의 대표로 전 세계를 다니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 *

라운 부모님이 했던 구체적인 교육 방식 가운데 아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렇습니다. 아이가 입으로 음식을 핥아먹으면? 예전이라면 식사법을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아버지는 아이처럼 그냥 같이 핥아먹습니다. 아버지가 이렇게 자신의 몸짓을 계속 따라 해주자, 드디어 아이는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자신을 얻으면서 마음을 열게 됩니다.

덕분에 저는 영감을 얻습니다. 내 자녀는 물론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은 데 정말 그게 어렵다면 상대방 몸짓을 그대로 따라 해보자는 것입니다. 효과 만점입니다.

2 자폐를 질병으로 보니 교육도 버겁다.

앞에서 보았듯이 진단을 잘못하니 치료 역시 어렵습니다. 또한 질병으로 보니 교육 역시 한계를 고스란히 갖습니다. 자폐 아이(**)를 재활원에 보냈던 저희 이웃이 쓴 글 일부를 잠깐 봅시다. 전화통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엄마입니다. (재활원을) 들릴까 해요.”
'' 오늘 ** 데리러 오시나요? ''
“네 갈 거예요.'' 하니 선생님이 하는 말
''
가 자해를 했는데 눈을 볼펜으로 찔러서 눈에 핏발이 섰네요.'' 한다.
이 말에 내 몸속에 피가 거꾸로 쏟는 듯 했다.
떨리는 소리로 ''언제 그런 거예요?'' 물으니
''일주일 전에 방에 들어가서 여러 차례 그런 거 같아요.''
전화기를 든 손이 떨리고 가슴이 저리다. 그 길로 조퇴를 하고 재활원으로 향했다. **눈을 보니 핏발이 서렸다.
''선생님, 병원은 갔나요? ''
“아니요. 사무실에서 가란 소릴 안해서요.”
''아니, **가 말을 할 정도의 지적수준이 아닌데 실명이라도 되면 어쩌려구요!'' *

그러던 **는 엄마랑 시골로 내려온 지 2년째. 지금은 자해를 거의 하지 않고, 엄마와 소통을 제법 잘 하고 있습니다.

3 지구인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

제가 명상 모임을 3년 정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누었던 내용 가운데 하나가 ‘크리스털 아이들’입니다. 아 아이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이며, 지구를 더 환하게, 더 빛나게, 더 사랑스럽게 하기 위해서 왔다고 합니다.

얼핏 듣기에는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자폐 아이들의 맑고 굵은 눈동자를 찬찬히 본다면 조금은 달라질 것입니다. 그들은 지구인들과 소통 방식이 다른 것뿐입니다. 지구인들은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거짓과 폭력과 살인과 전쟁을 일삼고 있습니다. 크리스털 아이들한테 살인이니 전쟁이니 하는 것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심지어 거짓말조차 결코 하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그런 점에서라도 이 아이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4 내가 만일 당사자라면?

사실 저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자폐 증세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또는 같은 사람에게도 그 증세가 조금 심할 때도 있고, 거의 잊고 지낼 때도 있으니까요.

남과 소통을 하기보다 혼자 있고 싶은 순간들. 심지어 가족조차 거리를 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한테 정나미가 뚝 떨어졌을 때. 가끔은 동굴에 들어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동굴에서 혼자 상처를 핥으며 내면을 치유합니다.

여기 스팀잇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사람 관계에서 희망을 갖다가 때로는 관계에서 지쳐 잠시 거리를 두기도 하고, 아예 떠나기도 합니다. 자폐 아이들은 묻습니다. 참된 소통이 무엇인지? 자신의 잣대로 남을 함부로 몰아가지 말자고. 누군가가 동굴에서 걸어 나올 때, 그 사람에게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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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서 적지않은 자폐나 다운 증후군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요.. 일단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가끔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아이들이든 성인이 되어서든 가족들이나 주위사람들이
그들을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아요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읍니다.
우선 그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시선 부터 바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 그렇군요. 나라마다 문화적인 차이도 크네요. 좋은 걸 알려주셔서 보팅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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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이 광고 영상입니당 다른거완 상관없습니당

고맙습니다

아! 제목부터 너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는 직접 경험은 없지만 말이죠....

이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이며, 지구를 더 환하게, 더 빛나게, 더 사랑스럽게 하기 위해서 왔다고 합니다

조카도 자폐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자폐아들은 정말 순수한거 같아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기도 하고 자기의 생각을 망설임없이 실행에 옮기곤 하죠

맞아요. 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습관처럼 대하면 절대 안 되겠구나를 느낍니다.
먼저 이해를 해보자고.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리 살고자 노력하고는 있으나
저 또한 어려울 때도 있답니다

맞아요. 쉽지 않습니다. 저도 팔로우하고 찾아뵐 게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마무리 잘하세요~

고맙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세요~

1번의 방식이 효과가 있었나 보네요..
우리나라는 너무 개인적인 치료에 맡기고 제도의 마련에는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맞아요. 부모님들이 너무 큰 짐을 지는 거 같아요.
나라도 달라져야하고
우선 이웃들이라도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가면 좋겠습니다.

남과 좀 다름이 질병이라면 우린 모두 환자가 맞네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게 되는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다름이 아름다움이어야하는데
폭력으로 둔갑할 때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아! 제목부터 너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는 직접 경험은 없지만 말이죠....

이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이며, 지구를 더 환하게, 더 빛나게, 더 사랑스럽게 하기 위해서 왔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쪽으로 경험해보시는 것도^^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고마워요. 짱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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