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로 콩나물 키우기-습관의 힘(#34)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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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도 콩나물마다 맛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아시나요? 공장식으로 대량 생산한 거랑 손수 키운 거랑 차이가 많이 납니다. 대량 생산은 빠르게 키우다 보니, 요리를 잘 하지 않는 한 맛이 없습니다. 때문에 화려하게 양념을 하여 그 고유한 맛을 아예 느낄 수 없게 합니다.

하지만 직접 길러보면 얼마나 차이가 큰 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조금 귀찮을 수는 있지만 아주 간단한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또한 하나를 알면 이를 토대로 응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집니다.

바로 주전자로 키우기입니다. 예전에는 시루에다 키웠는데 이는 대가족 중심이고, 농경문화에 맞는 방식입니다. 지금 제가 권하는 방식은 바쁜 핵가족한테 도움이 됩니다. 화려한 주전자가 아니라 그냥 스테인리스로 된, 기울면 물이 빠지는 구조면 됩니다. 여기다가 쥐눈이콩 또는 콩나물 콩을 두어 컵을 물로 씻은 다음 주전자에 물과 함께 넣어둡니다. 뚜껑을 덮습니다. 해를 보면 광합성을 하니까요. 요즘 철에는 하루 정도 두면 싹이 날락말락 합니다.

그런 다음 주전자 안에 물을 따라 냅니다. 그리고는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주전자에 물을 넣고는 다시 따라 냅니다. 시루에다 물을 줄 때는 중력으로 물이 빠져나왔다면 주전자 콩나물은 사람이 기울어주는 겁니다. 대충 따라내면 됩니다. 낮에 집에 사람이 있다면 여러 번 나누어 주면 더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열흘 정도면 손가락 두어 마디쯤 자랍니다. 이때부터 조금씩 먹어도 됩니다. 이때는 콩나물 대가리에 남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데 우리는 그냥 껍질째 먹습니다. 말하자면 완전식이 됩니다. 처음에는 습관으로 굳어져 거부반응이 좀 있을지 모르나 나중에는 이게 더 좋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참고로 모든 껍질에는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상화기운’이 많답니다.

굳이 시장에서처럼 길게 자란 다음 먹지 않아도 됩니다. 간단히 요리해서 먹어보면 콩나물에 이런 맛이 있나를 실감할 정도로 식감이 좋습니다. 거의 날마다 먹어도 물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을 제때 주지 못하면 잔뿌리가 자라는 데 이 역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자연의 생명들은 잔뿌리를 내는 게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주의할 점은 상한 콩을 미리 잘 가려내야합니다. 처음 물로 씻을 때 많이 가려지긴 하지만 완전하지가 않습니다. 이게 섞여있다면 다른 콩들이 싹이 트면서 곰팡이가 피고, 다른 콩나물까지 상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콩나물이 자라는 중간에 혹시나 상해서 곰팡이가 피었나를 살펴, 골라내면 됩니다.

이렇게 자란 콩나물을 먹다가 바빠서 제 때 못 먹으면 부쩍 자라게 되는 데, 그 때는 주전자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성장이 크게 둔화됩니다.

주전자로 콩나물 키우기를 성공하면 다양하게 응용합니다. 녹두도 좋습니다. 밀이나 옥수수는 오래 키울 필요 없이 싹이 막 나면 잡곡으로 밥할 때 함께 넣어 먹습니다.

요술 주전자가 따로 없습니다. 땅 한 평 갖지 않아도 가능한 농사이기도 합니다. 자라는 아이들과 함께 하면 교육 효과도 톡톡히 봅니다. 주전자 속 콩나물이 점점 자라, 나중에는 뚜껑을 밀고 올라오는 모습은 장관이니까요. 아침저녁으로 일이 분만 투자하면 얻게 되는 생명 소득입니다. 화초를 가꾸듯 마음 가꾸기로도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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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로 콩나물 키우기 굿아이디어인데요?
새싹키우기도 가능하겠어요.

그럼요. 무싹 밀싹 옥수수싹. 다 됩니다^^

예전에 어머머니가 길러서 해주셨던 콩나물이 그립네요

좋은 방법 감사합니다
아내와 상의해서 첫째와 함께도전해보고 싶네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잘 하실 겁니다.

잘 되면
어머니표 콩나물보다 더 맛나다는^^

ㅋㅋㅋ 자기가 기르고 요리를 한다는 게 참 시간이랑 손도 많이 가고 비효율적이죠.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거 같습니다...

언젠가 한 번 길러봐야겠네요. 어차피 효율적으로 살라고 쳐도 뭔가 되는 건 아닌거 같으니 ㅋㅋ 마음이나 다스릴겸

마음 다스리기 ㅋ

마지막 문장에 하나 더 넣어야겠어요.^^

그저 놀라운걸요^^
감탄했어요~너무 쉬우니 적을것도 없네요.
좋은 정보 배워가요^^

글만 읽고도 감을 잡으시니
잘 하실 거 같네요.

오~~~ 그렇게 쉬운건가요? 콩나물 키우기?
해보고 싶군요.

시간 되면 해보셔요.
마음 공부 삼아 ^^

예전엔 집에서 종종 키워 먹기도 했는데, 그립네요~

그러셨군요. 시간 되실 때 한번 해보세요^^

흥미진진한 글이네요. 풀보팅 드리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역시나 힘센 사나이입니다.^^

오 그런 팁이 있었군요
주전자 하나사서 키워봐야겠어요

응원합니다.

새로운 소재인데요
안쓰는 주전자가 있긴 한데 자신이 없네요

언젠가는 기회가 닿겠지요.

오!! 주전자로 키우는 콩나물이라니 ㅎㅎㅎ 콩나물요리 정말 좋아하는데 한번 따라해보고 싶은 포스팅이네요!!!

습관만 되면 아주 쉽습니다.
맛이 너무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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