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선물(이상근 얼레빗)을-별난 생일3

in #kr6 years ago

이상근 얼레빗.jpg

‘별난 생일’ 세 번째입니다. 생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게 지금은 문화에 가깝습니다. 근데 막상 해보면 쉽지가 않더라고요.

서로 소통이 잘 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갖고 싶은 선물 있나요?”
이렇게 물어온다면 값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면 딱 맞는 선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면 주고 싶은 만큼 돈으로 주는 것도 한 방법이더군요.
“필요한 걸 사는 데 보테세요.”
정성은 부족하지만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주는 사람 처지에서는 따로 신경 안 쓰도 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본인이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을 때.
싫다고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받아두는 것도 썩 내키지 않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관계는 반대로 선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또는 나는 선물을 했는데 막상 내 생일에는 상대가 모르고 넘어갈 때.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지요. 선물을 받고는 상대방 생일을 잊어버린 겁니다.

생일 선물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저 나름대로 내린 해답은 ‘스스로에게 선물하기’입니다.

다른 이한테서 선물을 안 받아도 전혀 서운하지 않는 비법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가장 자신한테 잘 맞고, 소중한 것들을 선물합니다.

나 스스로에게 선물한 것들이 여러 가지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바로 ‘이상근 얼레빗’입니다. 마침 전주 한옥 마을을 들렸다가 알게됐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빗인데 값이 너무 비싸더군요. 아주 비싼 건 몇 백만 원 하기도 하니까요.

무형문화재인 장인이 손수 만든 빗. 일단 보는 거 자체가 예술입니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한 공정 한 공장 정성과 땀이 느껴집니다. 만져보면 묵직하면서 미끈한 느낌이 좋습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빗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안내하는 분이 하는 설명도 혹하게 만듭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 같습니다.

제 식으로 재구성해보면 이렇습니다. 저는 아침에 깨면 먼저 부스스한 머리를 열 손가락으로 대충 빗습니다. 머릿결을 만지는 건 언제 만져도 좋잖아요. 밖으로 나가기 전에는 거울을 보고 이 얼레빗으로 빗습니다.

빗질은 날마다 두어 번씩 하게 됩니다. 두피를 자극하는 효과가 좋습니다. 가능하면 자연 소재가 더 좋겠지요. 얼레빗은 대추나무를 비롯한 자연산 나무로 만들거든요.

단점이라면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것과 빗에 끼이는 때를 청소하는 게 다른 빗에 견주어 쉽지 않다는 겁니다. 또 높은 곳에서 잘못 떨어뜨리게 되면 빗살이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쯤 가지고는 싶으나 값이 부담되어 일단 가계를 나왔습니다. 한옥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속으로 계속 ‘살까 말까’를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내가 나에게 하는 생일 선물로 하자였습니다. 대신에 너무 비씨지 않는 걸로.

이 빗을 산 지 5년쯤 된 거 같은 데 날마다 잘 쓰고 있네요. 나만이 아니라 식구들이 다같이.

그리고 보니 빗 하나에 여러 문화가 겹칩니다. 생일 문화, 건강 문화, 두발 문화, 전통 문화, 예술 작품 감상...스스로에게 선물했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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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선물하기!
맘에 안 드는 걸 받을 일도 없고
깜박 잊고 넘어가 서운할 일고 없고
최고로 좋은 방법이예요^-^

내 마음 대로 이벤트 ㅋ

스스로에게 선물하는게 왜이리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사고 싶은 핑계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뭐든 처음에는 어색하지요^^

멋져요.. 스스로에게 선물하기.. 빗이 참 옛스럽습니다.

참 다양한 모습이 있는데
저건 그나마 실용적이고 값싼 제품입니다.

아,얼레빗이 그렇게 고가인지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중한 머리인데 너무 플라스틱맛만
보여줬군요.
어디서 보면 고려해봐야겠어요.

제거 산 건 10만 원대.
그래도 비싸지요?

우히집엔 빨간 도끼빗이 있는데
아마 십년은 족히 넘은듯 해요.
구매해볼만합니다. ㅎㅎ

얼레빗에 많은 사연이 담겨있네요.
요즘 보기 드문 물건인데
잘 사용하고 계시네요.

옛날에는 여성들은 참빗을 많이 사용했지요.

스스로에게 선물하기 좋네요~^^
저도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선물을 줘야겠습니다

요즘은 생일선물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냥 현금으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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