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맛있게 먹는 법-습관의 힘(#77)

in #kr5 years ago (edited)

어제 모임이 있어 이웃들과 어울려 밥을 먹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밥을 밥답게 먹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분은 마치 해야 할 일을 해치우듯이 밥을 먹는다. 그것도 햅쌀밥을. 어쩌면 몰라서거나 아니면 잘못된 습관이지 싶다. 잘못된 습관이라면 제대로 앎을 통해 고쳐나가야 하리.

밥상의 기본은 바로 밥이다. 밥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굳이 반찬에 그리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밥을 밥답게 먹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오래 씹기다.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돈다. 사람이 따라, 침이 나오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어른이라면 30번 정도 씹으면 밥 자체에서 단맛이 돈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침에 들어있는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전분을 당화시키는 것이다. 생쌀로 먹지 않고 밥을 지어 먹는 것은 바로 전분을 쉽게 당화하기 위해서다.

아기 때는 침이 아주 잘 나온다. 아기들은 잘 씹지 못하기에 침이 그 역할을 대부분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점차 침이 나오는 양이 줄게 된다. 그래서 늙어갈수록 침이 잘 안 나오니 자극적으로 먹게 된다. 맵거나 짜면 침이 한결 잘 나온다.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들이 대부분 자극적이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꾸 외부 자극에 익숙하다 보면 우리 몸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다만 오래 씹기 위해서는 두어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밥만 입에 넣고 씹어야 오래 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아무 맛이 없다. 밋밋하다. 점차 씹어가면서 침이 나오고 밥이 곤죽이 되면서 어느 순간 단맛이 돈다. 단맛이 든 알갱이를 톡 터뜨리는 느낌이랄까. 그 맛을 보는 순간, 뇌는 쾌락을 느낀다. 그 느낌을 죽 살리면서 씹다보면 50~60번을 씹게 된다. 거의 죽이 단 된 상태로 삼킨다.

참고로 침에 있는 효소가 잘 작동하자면 온도도 중요한데 우리 몸 온도라면 잘 반응한다. 때문에 식은 밥보다는 갓 지은 따스한 밥이 좋으며, 식은 밥이라도 오래 씹어 침과 잘 섞이면 온도가 자연스레 맞게 된다.

그런데 여러 가지 반찬이랑 함께 밥을 씹으면 오래 씹기도 어렵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밥 고유의 단맛을 보기는 쉽지 않다. 밥 따로 반찬 따로 씹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훈련이 되자면 밥이 가진 고유한 단맛을 느끼는 경험이 필요하다. 오래 씹는 것에 따른 직접적인 보상이라 하겠다. 소화가 잘 되고, 포만감을 훨씬 더 느끼는 것 역시 보이지 않는 보상이라 하겠다. 여러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 역시 기본 보상이라 하겠다.

오래 씹기 위해서는 먹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같이 밥을 먹는다면 도 닦기에 가깝다. 실제로 선가에서는 이를 강조한다. 밥 먹을 때는 밥에만 집중하라고.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먹다보면 쉽게 밥이 넘어가게 된다. 밥을 입에 넣은 상태로는 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혼자 먹으면 밥맛이 없다는 것은 외로움 때문이다. 밥과 친구를 하면 가장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혼자 먹기다. 같이 먹을 때라면 충분히 밥을 씹고 삼킨 다음 말을 하는 게 좋다.

이렇게 밥을 먹다보면 식사 시간이 얼추 40~50분 걸린다.

끝으로 입맛이 없을 때는 밥을 먹지 않는다. 밥에 대한 예의이자, 몸에 대한 신호다. 왜 입맛이 없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스트레스, 과로, 질병... 이럴 때 우리 식구는 차라리 굶는다. 그리고 아이들만 다 키웠다면 굳이 하루 세 끼를 먹어야할 이유도 없다.

밥맛과 ‘살맛’은 뗄 수 없는 관계다.

Sort:  

저는 쌀을 너무 좋아해요!!! 밥만 먹어도 살수 있을거 같아요 ㅋ

삶의 의욕이 충만하네요 ㅎ

밥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난다고 친구에게 말했다가 할머니 같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그 친구는 평생 밥맛을 모를 수도 있겠어요.

요즘 햅쌀 먹으면 엄청 맛있어요^^

밥맛 먹어도 살 거 같은 요즘입니다.^^

하 정말 저는 밥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에요
게다가 밥을 너무 빨리 먹는 습관까지 있다보니..
남자친구가 제 별명을 쌀벌레라고 지어줬어요ㅋㅎㅎㅎㅎ

다음에는 천천히 먹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별명을바꾸어 달라고
쌀나비라고 ㅎ

천천히 즐기듯이 먹으면
한결 더 사랑받을 수 있을 듯....

ㅎㅎㅎ네 천천히 먹는 습관부터!! 😆

전 별로 안씹는데~ 오래 씹어먹도록 노력해봐야겠어요

단맛이 주는 쾌감을 맛보시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저 먹는 모습 보시면 기절하실 듯... 후다닥...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밥이야기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jjm.jpeg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짱짱맨은 저자응원 프로그램입니다. 더 많은 저자 분들에게 더 큰 혜택을 드리고자 스파임대 스폰서를 받고 있습니다. 스폰서 참여방법과 짱짱맨 프로그램에 관해서는 이 글을 읽어 주세요. 기업형 예비증인 북이오(@bukio)가 짱짱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증인 보팅은 큰 힘이 됩니다. Vote for @bukio

드디어 짱짱맨이 보팅을 하는군요. 고맙습니다. 증인보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래씹기 너무 힘든일이더군요 ㅎㅎ 질긴 고긴 좀 되는데
앗 팔로가 안되어있었 다니 이제 팔로해요

습관이 되기 전까지 어렵더군요 ㅎ
고맙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11
JST 0.033
BTC 63900.26
ETH 3063.07
USDT 1.00
SBD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