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도 할 수 있는, 바다에서 탱고-순간을 영원으로(26#)

in #kr6 years ago

여인의 향기.jpg
이미지 출처 : 영화 <여인의 향기>

그냥 글을 쓰려면 조금 쑥스러운 주제가 있습니다. 근데 마땅한 이벤트가 열리면 용기를 내어 쓰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스팀잇은 글감이 솟아나게 하는 샘이기도 하네요. 이 글 역시 @momoggo님 이벤트 주제를 보는 순간, 강렬하게 떠오른 이야기였습니다. 바로 ‘여름날의 추억’입니다.

어설프지만 꽤나 낭만적인 탱고이야기입니다.

탱고는 연인들의 춤이며, 사랑의 춤입니다.

그만큼 서로의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춤이거든요. Tango의 라틴어 어원인 'Tangere'에는 '가까이 다가서다, 만지다, 마음을 움직이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어떤 이들은 ‘네 다리 사이의 예술’이라고도 합니다. ‘짝을 찾으려면 탱고를 배우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 탱고를 바다에서 춘다면?

영화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를 보신 적이 있나요? 알 파치노의 연기도 좋지만 영화에 나오는 탱고는 보는 이들을 홀딱 사로잡습니다. 보통 탱고라면 젊은 연인들이 화려하게 즐기는 걸 많이 볼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사진에서 보듯이 중후한 중년의 남성이 나긋나긋한 아가씨와 탱고를 추거든요. 화려한 기교 없이 그저 편안하게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그러다가 가끔은 격렬하게도 끌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춤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탱고란 실제 배워보니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특히 춤을 리더 해야 하는 남성(탕게로) 처지에서는 배우야 할 게 많고 또 상대 여성(탕게라)에 대해 배려를 잘 해야 하거든요. 사실 마음만 있지 저는 몸치이기도 해서 실력이 잘 늘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어느 해인가. 휴가를 아내와 함께 부안 고사포 해수욕장을 갔습니다. 복잡하지 않아 좋고, 적당히 사람이 있어 무섭지 않는 곳입니다. 수영도 하고, 물이 빠진 해변에서 맛도 잡고. 그 하나하나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그러다가 저녁 해질 무렵이 되니, 풍경이 장관이더군요. 붉은 노을이 서서히 지고, 먼 곳에서는 팔뚝만한 고기들이 수면을 펄떡펄떡 뛰어오르는데 삶의 에너지가 불끈불끈 솟더군요. 물이 점점 빠지자, 아예 물 따라 멀리까지 갔습니다.

분위기가 참 좋더군요.
“여보, 우리 여기서 탱고 한 번 출래요.”
아내는 쑥스러워하며 둘레를 보더군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우리 부부는 해변에서 제법 멀리 나온 터라 안심이 되나 봅니다. 아내는 미소로 답을 해주네요.

맨발에 수영복. 장소도 플로어가 아닌 모래 바다. 부부 사이니까 가능하다 하겠습니다.

탱고는 공감의 춤입니다. 바닷물, 갈매기하고도

탱고는 공감이 특히 중요합니다. 말없이 상대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해야 하거든요. 홀딩을 하고 걸음을 옮기는 데.... 아. 이게 참 다르더군요. 물의 저항과 부력이라는 자연의 힘. 두 사람만의 호흡과 움직임에만 집중해서도 안 되더군요. 아주 천천히 물의 저항과 부력을 느껴가며 즐기는 수밖에요. 제가 춤에 서투니 어쩌면 핑계 김에 잘 되었다고 하고 추는 거지요. 잔잔한 파도소리와 이따금 끼룩대는 갈매기 울음을 음악 삼아...

물속이라 안 되는 동작도 있지만 물이기에 가능한 동작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남성이 여성을 번쩍 들어 올리는 동작들을 뭍에서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바닷물은 쉽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동작을 즐겨봅니다. 한 사람이 잡아주고 상대방은 뒤로 잔뜩 눕다시피 하여 천천히 해지는 모습도 보고, 빙글빙글 돌며 섬이야 해변을 바라보니 참 좋더군요.

아주 색다른 휴가였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자, 추억이 되었네요. 이벤트 덕분에 이렇게 추억을 다시 되살려봅니다. 환경이 달라지면 거기에 맞추어 굳었던 습관도 한번쯤 바꾸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이번 여름에는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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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중에서 탱고라 재밌겠네요. 근데 울 부부는 탱고 탱자도 모르네요.ㅎㅎ

저희도 그저 흉내내기 정도입니다.
그냥 즐기는 거지요.
탱고라고 우기면서요ㅎ

멋지십니다..^^
해변에서 영화를 찍으셨군요..ㅎ
그런 낭만이 있으시다니 좋은 일이네요.

고맙습니다
마음에다가 찍습니다.^^

헐 완전 영화의 한장면 같은 느낌이네요~ 너무 예쁜 추억입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세련된 영화말고
어슬픈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도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ㅎ

저도 나중에 결혼하면 한번 배워보고 싶네요~!ㅎㅎ
부부의 평화에도 도움이 될 운동 같아요 ㅋㅋ

좋은 인연, 응원합니다.
탱고가 사랑의 춤임은 분명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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