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죽으니 이렇게 또 보내요”-순간을 영원으로(#81)

결국 탈이 났다. 무리하면 몸에 탈이 나는 부위가 사람마다 다른 거 같다. 나는 이빨이다. 잇몸이 붓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부랴부랴 치과에 연락을 하니 마침 예약을 취소한 자리가 있단다.

치료를 받기 위해 의자에 누워있는데 옆에서 치료받던 할머니가 의사 선생님한테 말씀하신다.
“안 죽으니 이렇게 또 보내요”
이 말을 듣고 보니, 자꾸 그 말이 내 머리에서 맴돈다.
“안 죽으니 이렇게 또 보내요”....

얼추 아흔 살쯤 되는 할머니. 이 할머니에게는 하루하루가 죽음과 만나는 시간이겠다. 비록 아프더라도 살아있음이 늘 고맙고 감사한 일이리라.

내 이빨을 살피던 선생님이 그러신다.
“끝에 어금니가 흔들려요. 신경 치료를 해야겠는데요.”
이렇게 치료를 받을 때마다 나는 내 수명이 연장되는 걸 느낀다. 입이란 외부 에너지가 들어오는 문이다. 이 문이 망가지면 모든 게 끝이다.

현대는 장수시대다. 수명이 늘어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다. 첫째가 건강관리다. 대부분 자기만의 운동 방식을 실천한다. 건강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이를 삶 속에 실천을 한다. 음식을 어느 정도 가려먹는다.

의학 발달 역시 빼놓을 수 없겠다. 모든 학문이 다 발달하지만 생명과 관련한 의학은 정말 눈부시게 발달한다. 때로는 장수 시대가 불편할 정도로.

명상이나 마음 수련 역시 수명을 연장한다. 현대는 수렵채집으로부터 아주 멀리 와 있다. 날마다 사느냐(죽이느냐) 죽느냐(먹히느냐)로 고민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 마음 챙김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선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