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름값 그리고 명성도(reputation)-습관의 힘(#32)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명성도.JPG
스팀잇은 기억을 되살려주는, 묘한 곳입니다. 그럼 점에서 @sadmt님은 ‘스팀잇 소환기’라는 근사한 말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웃 글을 읽다보면 덩달아 묻혔던 제 기억도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기억을 되살린다는 건 자신을 치유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런 기억의 하나로 저는 이름을 들고 싶습니다. 마침 우리 아버지 제사를 앞두고 있고 또 하나는 이 곳에서 제 명성도가 어느 새 55를 넘어가고 있음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자라면서 누구나 자신의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저는 안 좋은 기억이 많은 편입니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다거나 어렵다거나 낯설다거나…….

이름을 날마다 수십 번도 더 들으며 자라던 어린 시절. 동네 형들한테 놀림을 곧잘 받았습니다. 형들이 저를 만나면 한다는 인사가
“너(이름), 강아지?”
얼굴이 뜨거워지고, 형들이 미워지고, 이름을 지어준 부모님이 못마땅하더라고요.

한자로 하면 ‘빛 光’. ‘화和’는 뜻이 좀 많습니다. ‘조화롭다. 고르다, 답하다. 알맞다.’ 그래서 전 이름을 ‘조화로운 빛’ 또는 ‘빛을 고르게’로 해석을 합니다.

근데 이게, 보통 큰 뜻을 갖는 게 아니더라고요. 和를 뜯어보면 벼(禾)와 입(口)입니다. 그러니까 삶의 근본이 되는 쌀이 입에 들어온다면 그 자체로 조화로운 거지요. 좀 더 확대해석을 하자면 ‘입에 풀칠할 수 있다면 빛나는 삶이니 욕심 내지 말고 조화롭게 살아라’

보통 우리가 빛나는 삶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그늘이 있고, 그늘진 삶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光和는 ‘빛이되 조화로운 빛이 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저는 해석을 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벅찬 이름입니까?

빛나는 삶도 쉽지 않는데 그늘을 살피는 빛이라니…….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이런 이름을 생각하셨을까? 제가 짐작하는 게 맞는 것일까. 살아계신다면 꼭 물어보고 싶습니다. 자라면서는 아버지가 무서워 한 번도 살갑게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어쨌든 나이에는 나잇값이 있듯이, 이름에는 이름값이 있으리라 봅니다. 이름이란 날마다 부르고 듣고 하는 거니 그 값이 만만찮은 거 같습니다. 적어도 제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이 욕먹을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스팀잇 명성도-악명을 떨치기는 어려운 값

여기 스팀잇은 재미나게도 ‘명성도’라는 게 있습니다. 닉네임 옆에 괄호 안에 든 숫자로 드러납니다. 이 숫자에다가 마우스로 커서를 슬쩍 올리면 간단히 설명이 나오네요.
‘내가 받은 보팅 기록에 기반하며, 질이 나쁜 콘텐츠를 가려내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니까 숫자가 올라갈수록 스팀잇 내에서는 믿을 만한 내용을 올리는 사람이 되는 거지요.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고 할까요. 업보팅, 그것도 명성도가 높은 사람의 업보팅을 많이 받을수록 올라가고, 반대로 다운보팅을 당하면 숫자가 점점 낮아져, 심하면 아예 글이 보이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명성도와는 조금 다른 셈입니다. 이를테면 히틀러는 이름이 높지만 악명으로 높은 거지요. 스팀잇에서는 악명을 떨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크게 알려지기도 전에 다운 보팅으로 사라지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지금 명성도 시스템이 전적으로 바람직한가?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은 거 같은데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다룰까 합니다.

어쨌거나 제가 스티미언이 된 지, 넉 달 만에 명성도 55까지 올라온 것은 많은 분들의 격려에 힘입은 것이기에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명성도가 조금씩 오르니 좋기도 하지만 또 한편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 글 한 편 올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눌만한 알맹이가 있는가? 누군가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는가? 행여나 커뮤니티 물을 흐리지는 않는가?

저는 이름값과 명성도를 뗄 수 없는 관계로 봅니다.

언젠가는 명성도처럼 이름에도 값을 매기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좋은 일을 많이 할수록 이름값이 높아지고, 범죄를 저지르면 이름조차 사라지는 시대. 죄를 짓고 감옥에 갇히는 것보다 한결 더 무서운 형벌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는 아주 의미 있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비록 익명으로 활동하더라도 실제 이름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신상 털기’를 하면 다 나오게 되어있으니까요.

한 번 글을 올릴 때마다 바뀌는 명성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또 듣고 할 때마다 생각해보는 이름값. 하루하루는 소소하지만 길게 보면 그 힘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습관처럼 날마다 부르고 듣고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우리 아버지 살아생전에 미처 못 했던 말, 지금 해봅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며칠 뒤면 우리 아버지 제사입니다.

이 글을 아버지 제사상에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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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름이 나쁘지 않은데 어릴 적엔 놀림 좀 받았겠네요.

특별한 이름들은 다 놀림 대상이었지요 ㅎ

아버님께서 뿌듯해 하실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저도 순간 울컥했습니다. 아버님께서 좋아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이 땅의 아버지들은 조금 불쌍한 부분이 있어요.
식구들과 충분히 소통할 겨를이 없이
생계 전선에 내몰려 ㅠ
뒤늦게나마 아버지를 기리게 됩니다.^^

그늘을 살피는 빛
광화님께서 그런 사람이 되어 많은 삶을 보듬어 주라는
아버님의 따뜻함이 스민 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에 대한 포스팅을 예고해 주셨었는데...
오늘 드디어 보게 되어 감사합니다
아버님이 보시고 흐뭇하게 미소지으실 것 같아요

앗 둥이망 대문이 바뀌었네요. 뭔가 진진한 표정^^

사실 위 글에 둥이맘이랑 박완서 인용까지 넣을까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더라고요^^

잘 봐주어 고맙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말하기 너무 힘들어요.
다음에는 꼭 해봐야겠어요

그래요. 꼭 하시길 바랍니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그늘을 살피는 빛....
너무 빛이 나네요

아, 그런가요.
너무 밝은 빛보다
은근한 빛을 제가 더 좋아하나 봅니다^^

좋은 글 이네요...
저희? 시대는 이름이나 부모님과의 관계나
참 광화님이 느끼는 그런 일들이 일반적이었던 거 같아요.
저희남편도 술한잔 하면 아버님 생전에 못했던 말들 저 앉혀놓고 합니다 ㅡ.ㅡ
그립고 죄송하고 그런거겠지요....

남편에게 편지를 한번 써보라고 하세요.
하늘에 계신 아버님에게!
이렇게 쓰고 나면 한결 치유가 되더라고요.

빛을 비추어 모든 어두움을 물리치고 진정 조화로운 세상을 이루는 주역이 되시라는 의미가 아닐런지요^^

모든 어두움을 물리치고 진정 조화로운 세상을 ㅋ

지금 제 해석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데
더 큰 부담을 주시려고 ㅎ

좋은글이네요
아빠가보고싶은 밤이네요^^

아빠한테 편지라도 한번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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