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아마추어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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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다. 글쓰기에 메달린지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내 물질적 삶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도 글쓰기가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내 집착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말하는 아마추어리즘이란 글쓰기를 가벼이 여기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지향하는 아마추어리즘이란, 글을 대하는 태도는 진지하되 시장원리에 따라서 전문화하지 않고 이익관계에 휘말리지 않는 자유로움을 지키는 자세다.

"네가 가진 도구가 망치 뿐이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일 것"이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효율과 전문화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사내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시연회는 극적인 예시 중 하나다. 조직이 거대하면 더욱 세부적인 전문분야가 나뉘고, 각각의 조직원들은 제한된 시각을 갖기에 경직된 조직이 되기 쉽다. 그래서 IT 기업들에서는 인문학자의 채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 그 인문학자들이 각각의 전공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그들이 개발에 뛰어든다. 전통적인 전문가가 아닌 기존과 다른 시야를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전문화를 위해서는 평생을 바쳐야 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접근성이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통적인 전문가와는 다른 인재들의 시각이 필요하기만 한게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는데 필요한 시간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짐에 따라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기업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여서 창발을 이루어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각각의 분야들이 나에게 주는 시각들의 집합은 창발을 이루어 낼 수 있는가? 여기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보아야 알 수 있는 미래다. 그래서 내가 가진 시각들을 자유롭게 풀어내기 위해서 나는 글쓰기를 택했다.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Bramd님이 하셨던 '지속가능한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꾸준히 창작자를 지원할 수 있는 스팀에서 그 가능성을 보셨다는 말씀이다. 지속가능성은 취미로서 단지 즐길 뿐인 아마추어가 아니라 서두에 밝힌 것과 같은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이른바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비록 대중들이 '비참한 삶에서 피어난 아름다움'과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 삶을 살아가는 당사자에게 비참한 삶은, 비참할 뿐이다.

이번에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과연 내 아마추어리즘은 지속가능한가? 지속할 가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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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길을 잘 다져주시면 열심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

'비참한 삶에서 피어난 아름다움'과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지금 @kmlee님의 아마추어리즘은 아름답게 보이는데, 비참한 삶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kmlee님의 ‘비옥한 삶에서 피어난 아름다움’을 원합니다ㅎㅎㅎ

동의합니다. 저도 아름다움은 잉여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비옥하지는 않더라도 비참하지는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직은 살만하니 더 지나봐야죠.

문득 도요타의 'T자형 인재' 같은 개념이 떠오르네요. 하나를 깊게 보기를 요구하지만 그에 더하여 넓게 보기를 바라는.

업을 업이 아닌 것처럼 하는 것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글쓰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저에게는 아슬아슬한 균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슬아슬할 균형조차도 없죠.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달라질까 싶습니다.

글쓰기의 주체로서 아마추어 자세는 겸손의 다른 표현 같습니다. 멋진 글 응원합니다.

@Bramd님이 말씀하셨던 '지속가능한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뜻이 뭘까 한번 더 생각해 봅니다.
지난주 밋업해서 만났지만 물어보지 못했는데ᆢ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지~~^^

즐겨하시는 말씀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어서...

브람드님의 신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ㅎㅎ

아마추어리즘을 통한 풍요
kmlee님께서 실현하시기를 기대합니다.
리스팀합니다.

그 안에서 가치를 꼭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게 스팀잇의 장점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ㅋㅋ 대중에게 영합하는 글이 아니라, 일단 읽어주는 독자가 생기면 좀 자기 주관이 강한 '아마추어리즘'적 글도 수익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소 스팀 시세가 떨어져서 아쉽긴 합니다만 여전히 여기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진 아마추어리즘은 남아 있다고 보고, 그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치 있게 이곳을 쓰고 계시고 풍요롭게도 되실 겁니다

그렇죠. 스팀 시세가 너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지속가능한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죠.

@kmlee님 글 항상 흥미롭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망치들면 못만찾고, 라는 말씀에 .... 제조업 입사초기 논쟁이 생각납니다, Generalist 와 Specialist에 대한 .... 대학시절 경영학원론 시간에 포드에 대해서 말씀하시던 노교수님이 어찌 그리 침을 튀기시던지 .... 뒷자리에 가서 딴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그룹입사했다가 본의아니게 제조업에 배치되어 공수 따지면서 테일러를 다시 뒤적여 찾던 시절, 3S를 주창했던 포드는 정말 통찰력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지요. 금융업계에도 90년대 중반에는 공학도를 채용했던 적도 있었지만 한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제너럴리스트냐 스페셜리스트냐 논쟁도 결국 팀장 달고 임(시직)원 되면 결국 군내나는 관리자로 머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르는 재주만 있는 굼벵이가 날기 위해서 무엇이 더 필요한지 되새겨 봅니다, 덕분에^^;

전통적인 스페셜리스트 대 제네럴리스트의 구도에 집작하는 것도 사람의 눈을 가리겠죠. 이제는 양자택일의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감합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 결정장애 가지신 분들로 넘쳐나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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