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영감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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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가 아닌 글을 쓰려고 했다. 머릿속을 맴도는 키워드가 있어서 제목을 짓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키워드는 명확했고, 완성될 글의 청사진도 뚜렷했다. 절반도 쓰지 않았는데 완성된 글이 눈에 보였다. 마치 베껴쓰듯 옮기기만 하면 그만인 느낌이었다. 평소 글이 술술 나올 때 그런 기분이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진도가 느렸다. 명확하게 느껴졌던 글을 쓰는게 이토록 어렵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어디가 문제인지 알 것 같아서 글을 조금 수정했다. 조금 고치고 나니 더 고치고 싶어져서 더 고쳤다. 그러다보니 원래의 글은 형태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그렇게 기존에 썼던 문장들을 새로운 문장으로 대체했지만 여전히 막혀있던 곳에서 지나가지 못 했다. 막힌 점을 지나가기 위해 지웠다 써보고, 또 지웠다 써보았다. 여전히 변화는 없었다. 자정이 되기도 전에 쓰던 문단을 다음날 정오가 되도록 맺지 못 했다.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경성일까? 시간이 어느새 한참이나 지났다는걸 알고는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을 하고는 양발을 번갈아가며 짚으며 폴짝거리며 돌아다녔다. 나는 허리가 아프면 그렇게 폴짝거리곤 한다. 나름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만 떠올려보니 축구를 할 때도 정리운동으로 그와 비슷한 동작을 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그랬던지, 왜곡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폴짝거리다 보니 배가 고팠다. 마지막으로 뭔가를 먹은지도 한참이 지난 것이었다. 그래서 요리를 했다. 요리를 하면서도 내내 그렇게 폴짝거렸다. 그러고 다시 자리에 앉으니 요통이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처음부터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예전에 썼던 글과 메세지가 같았다. 물론 내가 중요시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번 글을 쓰곤 했지만, 각각의 메세지는 달랐다. 중심소재는 거의 같더라도 전개방식이 다르거나 메세지가 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별 다를 것 없는 글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어렵게 글을 써내려가고 있었을까? 이미 한번 썼던 글과 별 다를 것 없다면 쉽게 쓸 수 있어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민에 잠겨있으니 두통이 찾아왔다. 이건 신경성이 분명했다.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마사지를 했지만 잠시뿐, 두통은 도저히 가라앉지 않는다. 허리와 머리가 동시에 아팠다면 정말로 괴로웠을텐데 다행히 요통은 완전히 가라앉았다. 두통도, 푹 자고 일어나면 흔적도 남지 않겠지.

결국은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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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좋아하셨군요~ 풋스팀이라고 풋살 모임이 있는데 한번 나오세요~^^
아픈 허리도 금방 낫습니다 ㅎㅎ

스타리그에 이어 이번엔 풋살 모임 ㅎㅎ 예전에는 축구 많이 했는데 요즘은 안 하게 되네요.

저도 거의 1년만에 다시하고 있어요 ㅋㅋㅋ 오세요~!!
아침공기 쐬면서 뛰니까 상쾌하고 좋아요~^^

가끔은 환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

아직 끝맺지 못한 그 글, 적절한 형태를 찾아 이곳에 걸릴 수 있길 바랍니다ㅎ

ㅋㅋㅋ 가즈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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