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이 남자가 사는 법

in #kr6 years ago

워킹파파, 이 남자가 사는 법



아빠가 육아를 전담한다는 건 아직 대한민국에선 굉장히 특이한 일인 것 같다. 어쩌면 다른 나라에서도 보편적인 모습은 아닐 테지만. 아무튼 아빠가 육아를 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특이하게 생각하고,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기를 안고 낮에 돌아다니는 아빠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본다. (난 물론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가끔 부모님을 만나면 "남자가 회사 다니고 돈 벌어서 가정을 먹여 살려야지, 육아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정신 차려라." 등 뼈아픈 돌직구를
던지신다. (이 또한 어릴 때부터 받아온 돌직구이므로 가볍게 넘긴다)


그러나 요즘엔 남들 시선과 별개로 그냥 육아 자체가 힘에 부친다. 아빠건 엄마건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다. 아기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육아는 레알 어렵고 힘들다. 아기는 마치 새로 산 아이폰5S처럼 한번 완충하면 하루 종일 쌩쌩한데, 나는 오래된 2G폰처럼 잠깐 게임 한판 하면 배터리가 금새 닳아 있다.

분명 같이 산책 나가서 기운 쫙 빼고 돌아왔는데, 아기는 잠깐 30분만 자고 일어나면 급속충전이 되어서 쌩쌩해진다. 나름 체력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기의 무한체력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어쨌든 아빠가 육아한다는 사실이 특이한지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온 적도 있었다. KBS<슈퍼맨이 돌아왔다> 인기에 힘입어 아빠 육아가 트렌드가 되어버린 듯하다. 내 주변에도 아빠가 육아하는 사례가 더러 있으니 말이다. 아빠육아의 공통점은 대부분 아빠 직업이 시간이나 장소에 매여 있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빠가 개인사업자라거나(사장님인 경우가 제일 많다) 주식투자전문가, 정신과 의사, 작가 등인 경우다. 만약 아빠가 회사에 꼭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거나 공무원이라면 아빠 육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아빠육아를 트렌드나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조금 안타깝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왜 우리 남편은 육아를 안 도와줄까?' 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출근할 때는 아내를 많이 못 도와주었다. (똥 기저귀 한번 갈아준 적이 없다. 지금은 매일 갈고 있지만…)


아빠가 육아를 하다보면 예상 못한 변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얼마 전엔 동원훈련 통지서가 날아와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2박3일 동안 훈련에 들어가야 한다니! 그렇다고 아내가 3일이나 휴가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예비군동대에 전화하고 병무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육아에 의한 연기신청을 했다. 그런데 아빠가 육아에 의한 연기를 하니까 병무청에서 이상하게 생각해서 부결처리를 해버리는 것이었다. 다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 육아휴직 증명서를 제출해서 무사히 연기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다.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은 아기에게 분명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오면 아기는 0.1초의 고민도 없이 엄마에게 간다. 그래도 과자를 주면 다시 아빠에게 온다!) 육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대부분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지만 어린이집이 정답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빠육아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각자 자기 형편에 맞는 육아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실 가장 간단한 해결방법은 맞벌이를 포기하는 것이다. 아빠(혹은 엄마) 월급만 으로 충분히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엄마(혹은 아빠)가 아기를 돌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아기를 어딘가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왜 그럴까?


오히려 먹고 살아가는 데는 생각보다 큰돈이 들지 않는다.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말도 안 되게 높은 서울 집값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서, 혹은 미래에 집을 사기 위한 저축을 하려면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서울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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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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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신랑도 늘 애를 몸에 붙이고 다니죠. ㅋㅋㅋ
여긴 대구라 보수적이어서 더 신기하게 봅니다. 제가 몸이 더 작고 더 힘이 없는데 신랑이 애를 안고 업고 다니면 왜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희 친정엄마도 처음엔 저희 신랑이 육아에 관여하는걸 낯설어해서 엄마와 신랑의 신경전이 장난이 아니었죠. 그 사이에서 전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답니다. ㅠㅠ 그러길 2년 했더니 요즘은 서로 알아서 선을 지키더라구요.

지금은 군인이라 (상근이라 출퇴근은 하지만) 출근을 해야해서 완전히 육아를 하고 있진 않지만 요즘 제가 복직하면서 신랑이 하는 육아의 비중이 훨씬 높아지고 있는중이네요.

군인들은 시간 사용이 자유롭지 않아서 육아에 참여하기 쉽지 않으실텐데, 리자님 신랑분은 참 멋지시네요. :)

집값도 문제고 경력단절이 걱정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ㅠㅠ

맞아요. 여러 문제가 있죠. ㅠㅠ 점차 나아질런지...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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