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과 모카포트 (Moka pot and my younger brother)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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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동 생 과 모 카 포 트





나에게는 9살 차이나는 남동생이 있다. 밥을 지을 때 다시마 한 조각을 넣곤 하는, 가끔 회사에 가져갈 도시락을 싸주기도 하는, 내가 마음에 들어할만한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하는 다정하고 섬세한 동생이다. 동생은 중국에 교환학생을 가기 전 몇 달 간 집에 함께 머물렀다. 주방일에 관심이 많은 동생은 함께하는 시간 동안 모카포트로 아이스라떼를 자주 만들어주었다. 로스팅한 커피를 모카포트를 내렸을 뿐인데, 왠만한 카페보다 진하고 고소한 라떼가 완성되었다.

I learned how to extract coffee from a younger brother into a moka pot. Espresso extracted with moka pot is suitable for making thick ice lattes. Italians may not admit cold coffee as real coffee, but I like iced latte made with moka pot.

동생은 중국에 가기 전 나에게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물과 커피를 채우고 잘 맞춰서 닫은후에 가스불에 올리면 된다. 간단한 방법인데도 내가 하면 할 때마다 커피추출이 달랐다. 몸체를 분리해보면 원두가 흥건하게 척척하거나, 증기가 안 닿은 경우도 있었다.




누나, 커피를 채울 때 누르지 말고, 넘치지 않게 채우되 수평만 맞춰봐.

가스불에 중불로 올리고, 커피가 추출되기 시작하면 불을 꺼.

커피가 축축하지않고 진이 빠진듯 되어있으면 추출이 잘 되었다는거야.



모카포트 추출방법

  1. 보일러 부분(A)에 물을 채운다.
  2. 바스켓(B)에 원두를 넣는다.
  3. 컨테이너(C)를 나사선에 맞게 돌려 꽉 잠근다.
  4. 가스불에 올리고 물이 끓으면 증기압에 의해 커피가 추출된다.


모카포트 추출방법 - 영상
모카포트로 커피 만드는 영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가져왔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1분 22초 부터 보시면 됩니다.



여러번 시도끝에 지금은 손에 익었다. 아침에 한 잔은 아이스라떼로, 오후에 졸릴때쯤 청량한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즐기면 딱 좋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카포트의 본토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차가운 커피를 커피로 치지 않는다. 차가운 커피 위주로 만들어 먹는 나를 보면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예전에 5월에 프랑스에 여행 갔을때 레스토랑에서 아이스커피를 시켰는데 종업원이 “그런걸 먹으려면 스타벅스를 가라. 우린 차가운 커피는 커피로 치지 않는다” 라고 말했던게 기억이 난다.



원래 내가 즐겨 만들어먹던 드립커피는 에스프레소 방식보다는 물을 많이 들어가므로 아이스라떼를 만들면 싱거운 농도의 라떼가 완성된다. 그래도 따뜻한 커피로는 향이 잘 살아있고 맛있다.





“누나는 스테인레스로 모카포트를 사도록 해. 그건 바로 안 씻어도 되거든.”

원래 모카포트는 열전도율이 빠른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데, 추출 후에 바로 분리해서 물로 세척하지 않으면 녹이 슬고 만다. 동생은 나에게는 스테인레스를 권했고, 알류미늄 모카포트를 챙겨 중국으로 떠났다.

나는 7~8년전에 1구짜리 가찌아 에스프레소 머신을 썼었고, 콜드브루를 해먹었고, 드립커피도 해서 마셨으니까 집에서 커피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많이 경험해본 셈이다. 커피는 세상에 대한 내 호기심을 반영하는 물건이었던 것 같다. 그 후로 호기심이란게 점차 사그라들어 회색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원색이 뿜어져 나오는 동생이 나에게 생동감을 주곤 한다. 동생은 최근에는 차(tea)에 빠진 것 같다. 중국은 품질이 좋은 차가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한다. 동생이 서울에 돌아오면 차에 대해 배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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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최근에 빠진 차를 마시는 도구들



나는 어떤 면에서는 매우 강하고, 어떤 면에서는 매우 약하다. 내 글로 나를 간파한 사람이라면 내가 얼마나 상처에 약한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약한모습의 나를 동생은 많이 봐왔다. 회사때문에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서 동생은 “누나는 회사를 힘들어하니까 다른곳에서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해.” 라고 말해주었다. 내 상처를 후비지 않고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주는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그리고 동생이 건넨 모카포트로 만든 진한커피가 위로하듯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홉살 어린 동생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훨씬 성숙하다.

회사를 몇 달간 휴직하게 되었다. 여러 군데 상처난 몸을 추스르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시간으로 쓸 셈이다. 오늘도 동생이 알려준대로 진한 아이스라떼를 만들어 마시고 밖에 나갈 작은 핑계를 생각해야 겠다. 그리고 핑계삼아 산책을 가야겠다.



지난 커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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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대로 마시려면 손도 많이 가고...
이거저거 뒤치다꺼리없는 카누가 편하긴해요ㅎㅎ

카누가 편하긴 하져ㅋㅋㅋ
그래도 맛있는거 마시고 나면! 포기할 수 없숴요!!

저한테도 모카포트가 있지만 맛을 내기 어려워 거의 안쓰고 있는데. 제대로 배워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익숙해지면 쉽더라구요. 전문가한테 검증받은 것은 아니지만ㅋㅋ 신선한 원두 사서 내리면 어설픈 카페들은 제칠만큼 맛이 좋더라구요.

가끔은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가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인지 상처받고 자존심과 내 좋은 에너지, 웃음을 팔아가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ㅠㅠ 푹 재충전 하는 시간 되세요^^

맞아요ㅎ 역할극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푹 쉬면서 가끔 좋은 글로 찾아올께요..!

코스타리카에 사는 친구가 있는데 매번 들어올때마다 커피를 사다주곤 해요.
이번에는 한국들어가는 다른사람 편에 보낸다고 오늘 연락이 왔는데 이번엔 제대로 도구를 좀 사서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휴직기간동안 충분한 휴식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에 카페에 갔다가 코스타리카 커피중에 산미가 있는걸 드립으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좋은 원두 공급처가 있으시네요ㅎㅎ 원두만 신선하고 좋으면 어떻게 내려도 다 맛있더라구요. 호돌박님 자주 이용하시는 휴양림에서 내려드시면 더 맛있을듯요..!!

커피는 아이스죠 !
본고장에서는 커피로 안치는 군요. ㅎㅎ

유럽에선 아이스커피를 미국에서 변형한 커피라 생각하는것 같더라구요ㅎㅎ

휴식 기간동안 충분한 삶의 설계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ㅎㅎ

네, 응원 감사합니다..! 이제 조금씩 움직여볼까해요ㅎ

9살이나 어린 섬세한 남동생이 있으셨군요. 모카포트로 추출한 커피는 날씨가 추울수록 더 맛있게 느껴져요:-)

네, 보얀님과 함께하는 미쉘님처럼 제게도 감성 불어넣어주는 동생이랍니다ㅎㅎ 추운날에 커피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면 참 근사할 것 같아요!

유튜브 보면서 멋지기도 하지만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가는 구나 생각이 드네요~
믹서기에 원두 갈아먹는 제가 부끄럽습니다...ㅋㅋㅋㅋ

믹서기에 갈아먹는게 어때서요!ㅎㅎ
유튜브에서 그렇게 갈아드시는분들 봤어요!
방법이야 뭐 어떤가요 맛있으면 그만이죠ㅎㅎ

그냥 물붓는 드립커피만 있는줄알았는데 모카포트라는것도 있군요.
또하 나 사고싶어지네요
사이가 좋은 남매라서 너무 보기 좋네요 ㅎㅎ

감사합니다ㅎ 모카포트는 매우 클래식한 도구중에 하나에요!
요새 카페에서도 모카포트로 내려주는 곳도 있으니깐요 기회되시면 경험해보시길ㅎ

모카포트 번거로우실텐데... 커피를 많이 좋아하시네요^^;

다행히 익숙해져서 별로 번거롭지 않아요.
또 테이크아웃잔을 안써도 되니까 환경에도 좋은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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