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단편 생각 조각들 - 03

in #kr5 years ago (edited)

LcTxR7u1XKaa3e4T1EBuBP18JezPvjFFo8gNuE9CiKHBn5kZjV71VP1mDCCffmdtfr3ooUuZfnnWfoe6KFGoSRUfALJ345XoLdLAb1oCBsNXY9vrUPNGVgw8FUJA6Sjnr69oHdbtTf5pU1cs4cEhSxeQN.jpeg



 적당한 동조는 대화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저울은 늘 화자의 리드대로 치우치게 되고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인데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아무리 내가 신의 서술력을 가졌다 해도 주위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100%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위로가 필요한 날 속의 나는 감정의 밑바닥을 후려친다. 평소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크게 없다가도 그냥 내 얘기에 귀를 귀울여 주지, 그냥 어화둥둥 해주고 안아주면 되지 서운한 일도 종종 생기는 것이다. 공감능력치가 제로인 사람일지라도, 최소한 상대방의 기분이 어떠한지를 아이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여주면 이해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양쪽 이야기를 들어봐야 '판단'을 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떠한 일에 대한 법적인 조언이나 정의구현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같이 공감해주는, 그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아파해주거나 기뻐해주는 '나를 향한' 태도가 그리운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은 그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서도 오해가 생기거나 기억이 어긋날 확률도 존재한다지만, 그것으로 오는 스트레스에 대하여 불평하거나 제3자를 끌여들여 나의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는 것 또한 옳지 않은 일.

 나 같은 경우는 늘 사람 관계 사이에서 넘어지고 마음이 쉽게 다치는 쪽이기 때문에 주위의 현명한 조언이 늘 필요한 편이다. 종종 자문을 구하고, 이 사람은 어떤 마음에서 그랬을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걸까를 내 친구 또는 내 지인의 눈으로 바라봐주고 이야기 해주길 원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의 대화가 오가는 도중엔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나도 내 감정을 정리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편협하게 치우쳐 있던 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조금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시선을 가지게 된다. 없던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배움을 얻기도 한다. 이래서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은 참 행운인 일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 나도 진심으로 대하고, 상대방도 나에게 어느정도 진심이고 나를 받아줄 사람인지 느끼려 발버둥치는 것은 참 소모적인 일이기에 새로운 사람이 내 삶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놓았다 나가는 때면 내 마음은 초토화가 된다. 평화롭던 정원에 맷돼지 한마리가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도망간 격이랄까.

 그 맷돼지가 왜 그랬는지, 왜 나의 정원에 꽃들을 모두 꺾어 버렸는지, 친해지고 싶었던 내 마음은 왜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렇게 또 배우게 된다. 꺾여져 버린 나무 가지들은 정리하여 다시 심어주고 난장판이 된 흙들은 쓸어 담아 다시 토닥토닥 덮어주며 정원을 다시 재정비한다. 맷돼지는 언제든 폭풍처럼 들이닥칠 것이고 그때마다 울고 손놓고 있을 순 없으니 그때마다 내 마음을 덜 다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늘 아이같이 사람의 진심을 바라보고 싶어하고, 그들의 입과 말이 아닌 눈을 통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내가 바보인걸까? 바라는 것 없이 주기만 하는 건 멍청한 짓일까? 사람 관계란, 저돌적으로 상대방을 향해 모든걸 다 표현해도 그 마음이 그쪽으로 겨우 닿을까 말까인데 사람 마음을 간보는 행위, 즉 밀당이란 개념은 언제부터 존재해도 되었던 것인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진솔하게 전했던 말과 진심들은 가볍게 받아들인 그에게는 과분한 것이였임을 이렇게 또 한번 깨닫는다.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또한 '당연한' 관계가 과연 존재할까? 물론 가장 본질에 가까운 원초적인 관계는 부모와 자식이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부모라고 무조건적으로 모성,부성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사실상 존재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한 것인데. '당연히' 만날 수 있을거란, '당연히' 이해해줄 거란 그 아이러니한 생각은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매일매일이 우리 모두에게 같지만 다른 시간이고 서로에게 보고해야할 의무는 없고 본인이 어떻게 비춰질지 '원하는' 만큼만 상대방에게 비추면 될일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그와 진실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돌려말하거나 간을 보는 얄미운 짓이 아닌 솔직하게 나는 이러이러한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고 까놓고 말하는것. 쉽게 말하자면 상대방에게도 아리송할 수 있는 나의 입장표명을 정확히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다. 그쪽의 행동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명확히 밀어붙이는 정공법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말이다. 난 어떤 행동이 상처가 되었고 이러한 부분은 솔직하게 알길 원해요, 라고.

 충분히 장고했고 이제 털어내고 고민을 상대방에게 던져주면 앞으로의 관계가 정립된다. 매번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상처받을 수 밖에 없기에 이제 누군가를 만날때 먼저 선을 긋고 만나기도 한다. 근데 그러면 역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진심을 다했을때 나 조차 그렇게 되버릴수 있지 않은가. '상대방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그렇기에, 쉽지 않겠지만 상처를 털어내고 더 적극적으로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한 고찰 후 내린 결론은 역시나 가치가 없는, 내가 기대한 바보다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였다는 것. 아직 정의내리고 싶지 않은 모호한 일들이였지만 그것들로 인해 더욱 또렷하게 볼 수 있던 내 마음과 앞으로의 일들. 역시 사람을 만나고 넘어져야 배운다.

 어느정도의 긴장감은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감정소모는 사양할 줄 아는 현명한 어른이가 되었으면 한다. 즐겁고 진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담백한 사람, 바보같은 사소한 것들에 울고 웃으며 힘들땐 언제든 전화해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약이 되는 쓴소리도 힘이 되는 응원의 말도 둘다 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Sort: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 어른 이시군요 🤭 글 잘읽었어유
어화둥둥

Posted using Partiko iOS

어른이라고 해두죠. ㅎㅎ 어화둥둥이 필요한 날이 있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1
TRX 0.11
JST 0.033
BTC 64550.89
ETH 3156.32
USDT 1.00
SBD 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