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특별함을 지닌 것들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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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특별한 것들은 많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그것은 '존재'에도, '사물'에도, '감정'에도 심지어 '관계'에도 안착한다. 왜 그것들이 특별함을 지니고 있는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한 요소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바로 내 마음 속 유일하다는 것. 무엇이 담길 지 누구도 알 수없는 그 어지러운 마음상자 속에 유일한 무언가가 담기게 되는 그 순간, 한가지 감정이 피어난다. 바로 '특별한' 감정이다.


 내게도 특별한 무언가는 늘 많았다. 보석을 지니고 있는 듯한 뿌듯함과 나만의 유일한 것이라는 것에 더해져 꺼내 자랑하고 싶은 욕망마저 분출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특별함의 빛은 상황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곤 했다. 알 수 없는 아우성이 마음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영원할 순 없는거야? 나만의 것으로 남아있을 순 없는거야?


 특정 사물에 특별한 감정이 실리게 되면 애지중지 소중히 대한다. 사람들은 빠른 트렌드와 수많은 선택 속에 '유일한' 무언가를 소지한다는 것에 점점 무뎌졌지만 난 매일 글을 적는 메모 노트, 선물받은 펜, 편지들, 책 등 나의 유일한 것들을 애지중지 아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사유함을 끊임없이 도와주는 영감거리들은 왠지 모르게 특별했던 셈이다.


 과거에 나는 관계속에서 늘 특별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관계들 대부분에선 그 유일함이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람에게 상처를 쉬이 받고 또 상처를 주는 것일까. 쉬이 믿고 또 쉬이 달려간다. 멀어지는 것들마저 특별했고 내겐 유일한 사랑이었다. 관계에서 얻는 것들은 다른 무언가로 대체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자주 떠올리곤 하는 그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주욱 나열해 보았다. 과연 나는 그들에게도 특별한 존재였던 것인가란 질문과 함께. 첫째로 그들은 나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의 연인들에게 현재까지는 내주지 않겠다는 비장한 질투심, 그리고 미래를 향한 수 많은 약속들까지. 나는 그들의 유일한 사랑이였고 사람이었다. 어디에 있던 ,그들은 내게로 달려왔다.


 빈 속에 뱅쇼 한잔을 들이붓는다.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남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 않기에, 이 세상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사람을 소유할수는 없지만 그 끝자락을 붙잡고 절절한 사랑을 외칠 수는 있다. 대체될 수 없는 위치의 사랑으로 세상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부조리는 별 게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부조리라고 일컫는다. 유일한 사랑을 외치는 것만이 옳은 것이며 대체되는 존재를 여럿 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일까?


 신기하게도 지난 연인들은 수 많은 인파속에서도 꼭 나를 찾아내곤 했다. 백명의 사람이 있어도, 만명의 사람이 있어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와 연결되었던 많은 관계속 그들에게 나란 존재는 어떠한 의미를 지닌 것이였을까. 대체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들은 또 내게 얼마나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였을까. 질문은 질문을 낳는다. 답은 책 속에서, 영화 속에서, 삶 속에서 묵묵히 찾아내는 수밖에.


 내게 다른 누구보다 특별했던 형, 내게 특별했던 이웃 아주머니, 내게 특별했던 사랑. 내 주변에 있는 셀 수 없는 형들 중 가장 특별했고, 몇 번이나 바뀌던 이웃 중 가장 특별했던 아주머니. 날 스쳐 지나간 인연 중 가장 특별했던 사람까지. 그들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설령 나는 그들에게 '유일한' 존재가 아니였을지라도 괜찮다. '특별한' 감정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이 큰 사람이 된 것만으로 나는 만족하는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인정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특별했지? 내가 제일 너에게 의미있는 사람이지? 라고 내게 묻고 싶은 당신에게 고한다. 추억 속 그대는 빛을 잃지 않고 나를 영원히 따스히 뎁혀줄 거라고, 내 인생을 모두 통틀어 진실로 소중했던 인연이라고. 그러니 앞으로는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오랫동안 사랑하기를 바란다고. 나 또한 내게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들을 찾아 떠날것이고, 또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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