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Can Resume' <Atonement>

in #kr5 years ago (edited)

  사람의 진심이 서로 맞닿는 순간이란 타이밍이 따로 존재한다. 상대방만 원한다고 해서 내게 와닿는 것도 아니며 나 또한 일방적일 수 없는, 변수가 없는 유일한 일이지 않을까.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가끔 내 손을 떠난 수 많은 일들이 떠오르면 내 힘으로만, 내 마음으로만은 어찌 할 수 없음을 이젠 잘 알기에 미련스럽게 버둥대는 짓은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포기했다고는 볼 수 없음은 아직 내 안에서 완벽히 사라지지 않은 희망 때문이다.

 심리 상담을 통해 그 희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나를 갉아먹고 있는 희망인지 나를 괴롭게 하는지 잠을 못들게 하는지에 대함을 떠올려보면 희망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것. 이 희망은 내가 오랜 시간동안 갈망해왔으며 아직도 손을 놓지 못한 그만큼 진심이였던 간절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자각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에서부터 나를 살게 했고 지탱해주었던 고마운 그 희망은 오늘,내게 담담하지만 아직도 따듯한 본질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결국 마주하기 힘들었던 사실, 바로 그 희망은 늘 그곳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희망을 저버리는, 손을 놓는 일을 행한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여태 외면해왔으니까. 이렇게라도 마음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현명함과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텐데, 내가.

 동시에 미안함이 몰려든다. 내 자신에게는 당연하고 오랫동안 내 마음속 한 구석에서 본질을 초라하게 각색당했을 불쌍한 희망에게 제일. 그 희망을 잘 돌보고 가꿈으로서 더 크고 강력한 버티목으로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을 저버린 건 나 자신이다.

 어설픈 다짐은 적지 않을 생각이다. 마음에 없는 생각을 억지로 꺼내 쓸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을 안고 글을 쓰는 이유는 갑갑함을 견디고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서이고 이를 통해 치유받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글쓰기로도, 음악으로도, 명상으로도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로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난 한국으로 달려가야만 한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제네랄 닥터님의 번호가 그럴 때 가장 효과있는 돌파구가 될 테니까.

 평소 조용히 생각만 해오던 what if, 만약에를 마지막으로 적고 끝내야겠다. 더이상은 만약에란 가능성으로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만약에 나를 향한 운명이 덜 가혹했다면. 내가 그 손을 잡아줄 수 있었다면, 그리고 그가 아직 살아있을 수 있었다면. 만약 내가 저지른 수 많은 실수들을 애초부터 곧바로 잡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주 어렸던 내게 작은 면책부가 주어진다면. 내가 더욱 유능했다면, 나와 내 주변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나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들을 일으켜 세워줄 강인함을 가졌더라면. 그리고 내가 프랑스행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후회 속에서 몇년의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더라면. 보여지는 나라는 사람만큼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일말의 미련과 거짓 없이 지속할 객기따윈 내게 없음을 진작 깨달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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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희망을 붙잡을 때도, 희망이 꺾였을 때도, 오락가락할 때도, 그런 상태로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고 살아가는 게 또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뭔가 힘빠지는 일이 있었는지요. what if와 함께, 그래도 이건 잘했어! 하는 일도 마구 떠오르길 바랍니다^^

그러게요. 절망에 빠질땐 늘 그래도 이건 잘했어, 토닥토닥 하며 내 자신을 돌 볼 수 있는 기력이 소진되더라구요. 자존감 지키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필요할땐 늘 어디가서 안보이는건지, ^^ 글로 기록을 하니 왠지 든든한 아군이 생긴 것 같아 힘이 되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kyslmate 님 말대로 '그래도 이건 잘했어!'라고 할만한 것들도 많이 있었을 거에요. 이렇게 그 순간의 감정을 글로 남기신 것도 잘하셨구요.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라 꺼내기 어려웠는데, 그래도 적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형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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